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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으로" 이건희미술관 지역별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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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지역으로" 이건희미술관 지역별 '각축전'

    전국 20여 지자체 뛰어들어 유치전 과열
    인연론부터 빌바오효과까지 근거도 다양
    지역별 호소→수도권 vs 지방 '경쟁 다각'
    문체부, 건립 방향조차 미정…장고 필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 측이 정부에 기증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삼성 제공

     

    고 이건희 삼성회장의 기증품으로 추진 중인 '이건희미술관'에 대한 유치전이 지자체간 경쟁을 넘어 반(反)수도권 연합전선으로 확대되는 등 다각적인 양상을 띄며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경기 남부 '삼성 연고' 경쟁…관광 시너지 전략도

    1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국립 이건희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든 도시는 전국 20여곳에 달한다. 그 중 기초지자체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경기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목소리를 낸 건 삼성전자 본사와 고인의 묘역 등이 위치한 수원시다. 수원 지역은 기증된 문화재 중 '화성성역의궤', '원행을묘정리의궤' 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전날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유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인접한 용인시는 삼성가(家)와의 인연론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소장품이 있는 호암미술관이 있어, 대를 이어 수집한 삼성의 예술작품(컬렉션)을 한 번에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에버랜드, 한국민속촌 등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방안도 제시됐다.

    평택시 역시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반도체공장 조성 등 삼성과의 연고를 강조했다. 더욱이 미군기지와 경기도 유일의 국제무역항인 평택항을 갖춘 국제도시로서 해외 관람객 유입과 국내외 홍보 활성화에 유리하다는 등 대규모 미술관 건립에 최적지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오산시의 경우 삼성그룹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보다는 이 회장의 문화기부 취지에 맞는 미술관 건립 조건을 앞세웠다. 드라마세트장, 미니어처빌리지 등 관광벨트 중심인 내삼미동 일대 시유지를 제공해 건립비용을 줄이고, 주변 관광산업과 연계한 상승효과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곽상욱 경기도 오산시장은 지난 5월 경기도 오산시 내삼미동 공유지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오산시청 제공

     

    최근에는 과천시도 주택공급 사업부지로 추진되다 철회된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이건희미술관을 짓겠다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기존 4호선과 향후 들어설 GTX-C 등 뛰어난 접근성을 활용하고, 인근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새로운 전시관람 명소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수도권 경쟁 심화, 지방 '수도권 유치 반대' 고조

    하지만 경기도는 미술관 건립 적합지로 도내 북부를 가리켰다. 군사보호구역 등 중첩규제를 받아 온 경기북부에 미술관을 지어 소외지역을 달래겠다는 취지다. 이에 도는 의정부, 파주, 동두천 등 미군 반환공여지에 '이건희 컬렉션 전용관'을 짓는 건의문을 문체부에 전달했다.

    수도권 광역단체인 인천시도 닻을 올렸다. 지역 내 복합문화시설인 인천뮤지엄파크 사업이 정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면서 이 부지에 이건희미술관을 짓겠다는 전략이다. 인천공항이 있어 해외 관람객 유치에 유리하고, 기부 받은 땅에 지으면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방 도시들은 주요 시설이 집중된 수도권에 이건희미술관마저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 이른바 '빌바오효과'를 근거로 저마다 적합지로서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다. 빌바오효과는 특정 문화시설이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스페인 소도시 빌바오에서 비롯됐다.

    국립 이건희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든 도시는 전국 20여곳에 달한다. 지난 8일에는 부울경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립현대미술관의 부울경 지역 건립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당초 서로 유치 경쟁을 벌여오던 대구·경북은 수도권이 아닌 이 회장의 출생지인 대구에 미술관을 조성해야 한다며 손을 맞잡았다. 부산·울산·경주(부울경) 또한 수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문화시설인 만큼 지방에 유치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창업주와의 인연을 강조한 경남 진주시와 창원시, 의령군을 비롯해 전남 광주시와 여수시, 세종시 등도 수도권이 아닌 지방 유치론에 힘을 싣고 있다.

    ◇갈등 피해 서울 유치설도…"아직 확정된 것 없어"

    이처럼 이건희미술관 유치를 두고 지역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아예 서울시에 유치하자는 의견도 거론된다. 지역 차별 논란을 피하면서도 다수 관람객이 이용하기 좋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황희 문체부 장관이 수도권 입지가 적합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불거졌다. 이어 문체부가 송현동 부지에 대해 용도, 면적 등을 서울시에 문의해 이 같은 관측에 이목이 쏠렸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천여 점을 전시할 '이건희 미술관' 건립 부지로 서울시 송현동 땅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연합뉴스

     

    또 거주지로서 삼성가의 제2의 고향으로 불려온 용산구가 문체부 소유 땅을 부지로 제안하고 국립중앙박물관과의 상승효과를 강조하며 이건희미술관의 서울 유치론이 구체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자문단을 꾸려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일 뿐, 기본방향조차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건립 타당성을 이제 막 논의하기 시작한 수준이고 기증품의 정확한 가치를 판단하는 데에만 2~3년 걸리는 만큼 긴 호흡이 필요하다"며 "우선 이달 안에 검토 결과를 발표하겠지만 지역 확정 내용이 될지 향후 공모계획이 될지 등은 미정"이라고 했다.

    앞서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은 추정 평가액 3조 원에 이르는 개인 소장 미술품과 문화재 등 2만 3천여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관 등을 설치할 것을 주문하면서, 이건희미술관 유치전이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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