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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판결이 유죄다"…불량판결에 맞서는 변호사 분투기



법조

    "그 판결이 유죄다"…불량판결에 맞서는 변호사 분투기

    최정규 공익변호사·활동가 '불량 판결문' 신간
    "악법, 국회만이 아닌 법원에서도 재생산돼"

    <불량 판결문=""> 출판사 블랙피쉬 제공

     


    피해자보다는 가해자 편인 법 해석, 말도 안되는 선처, 어쩐지 초범이기만 하면 집행유예가 내려지는 듯한 판결문, 패소한 이유가 생략되거나 이유 같지 않은 이유가 기록된 판결문. 그나마 적시된 이유는 기계적으로 복사·붙여넣기 한 수준….

    법원의 '불량 판결문'에 거침없이 반기를 든 변호사의 분투기가 책으로 나왔다.

    공익변호사로 활동 중인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직접 상식에 맞지 않는 판결문을 바로잡기 위해 재심을 진행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국가배상 소송을 하며 겪은 일들을 엮었다.

    최 변호사는 2014년 신안군 염전에서 100여명의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행해진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을 맡아 긴 싸움 끝에 승소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해당 사건들 중에서도 지적장애인인 피해자가 진정한 동의 없이 염전주에게 써준 처벌불원서를 재판부가 단 한차례의 심리도 없이 받아들인 부실재판이 벌어졌고, 이에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언론에는 고위 공직자나 재벌 총수 등의 재판이 2~3주 간격으로 열리는 상황이 보도되지만, 실제 일반인들의 경우 재판이 시작되기까지 1년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판이 열리더라도 이른바 '중요사건'처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리를 받기 어렵다.

    책에서 최 변호사는 한 판사가 1시간 10분 동안 무려 40여건이 넘는 재판을 처리하겠다고 일정을 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 재판당 2분 안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누군가에게는 전 재산보다 큰 2500만원이 법정에 가면 '소액사건'으로 치부되면서 판결 이유조차 생략된다"며 "법원이 이처럼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과연 법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번 잘못 내려진 판결도 '판례'가 돼 오래도록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안일하고 관성에 젖은 판결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해도 사업주는 집행유예 선처를 받을 수 있고 최대 1억원만 배상해주면 되는 것이 판례인 상황에서 사업주는 계속 노동자의 안전보다는 경제적 이득을 위한 선택을 할 수박에 없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좋은 법도 나쁜 법도 국회가 아닌 법원의 해석을 통해 재생산될 수 있다"며 악법의 책임을 법 해석의 주체인 판사에게도 물었다. 단순히 판결문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판결에 법관의 치열한 논증을 담을 때 비로소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지적이다.

    많은 법조인들이 불량 판결에 대해 '뒷얘기'는 할 수 있지만, 당장 자기 사건의 선고를 앞두고 있거나 앞으로 계속 송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놓고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법원 판결의 내용이지 법원의 불친절은 아니다"라며 "불이익을 당할 지도 모르지만 나부터 눈감기 시작하면 법원의 무례와 불친절을 계속 경험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불량판결문> 3장 6. 부실 재판에 대해 국가배상을 요구하다 中
    "공무원은 신이 아니므로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실수로 국민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국가가 배상 책임을 진다. 그런데 판사는 실수해도 국가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법관의 판결에는 결과가 나중에 뒤바뀐다고 해도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그러나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잘못에 대해 '현저하게, 명백히, 특별한'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면죄부를 주는 것은 너무 억지스럽다."

    "판사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한 판결을 선고할 권한을 국민에게 위임받았다. 그렇다면 그 권한을 행사할 때 더 엄격해야 하고, 실수를 했을 경우 더 철저하게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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