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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었던 美·中 고위급회담…갈등은 계속된다



아시아/호주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었던 美·中 고위급회담…갈등은 계속된다

    직접 만나 상대방 얘기들은 데 의미 부여
    일부 협력 가능성 확인·광범위한 입장차 드러나

    연합뉴스

     

    지난 18일과 19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2+2고위급 회담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양국 고위급 회담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았지만 탐색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그대로 적중했다.

    기후변화, 이란·북한·아프카니스탄 문제 등 일부 현안에서 협력 가능성도 보였지만 광범위한 부분에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카메라 나가자 곧바로 실질 토론

    치열한 신경전과 기싸움은 회담의 흥행요소였다. 퇴장하는 취재진을 돌려세우고 모두 발언이 1시간 이상 이어지는 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상대를 기선제압하고 자국내에서 잘했다는 아전인수식 미디어전략을 위해 사전에 철저하게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노골적인 비방전이 벌어졌던 모두 발언 시간이 지나고 카메라와 취재진이 퇴장하자 양측은 곧바로 실질적인 대화를 시작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부과된 상품 관세 등에 대해 어떻게 할지 등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이 아직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지만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중국의 민주적 가치와 인권유린 의혹에 방점을 찍었다.

    홍콩 문제와 신장에서의 인권 유린 의혹, 대만 문제 등이 폭넓게 다뤄졌지만 중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핵심이익','내정불간섭' 등의 개념을 앞세워 방어했다.

    ◇'빈손 귀국'… 상대방 진의 떠 볼 수 있었던 것은 성과

    미중 고위급 회담 종료 뒤 기자회견 하는 블링컨·설리번. 연합뉴스

     

    이틀간의 대화를 결산하는 가시적인 공동선언이나 공동기자회견은 없었다. 한 자리에서 얘기해 봐야 또 신경전만 벌일게 분명했던지 따로 각자의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측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직접적이고 솔직하며 건설적 이었다"고 평가했고 미국의 블링컨 국무장관도 광범위한 문제에 대한 매우 솔직한 대화였다"고 말했다.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우리의 우선 순위를 얘기하고 중국 측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며 워싱턴으로 돌아가서 동맹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과 미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면서 서로를 향해 나가야 한다"면서 "중국은 이런 자세를 가지고 미국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손에 잡히는 성과가 있었던 아니지만 상대방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어 놓은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이런 양측 회담 참여자의 발언만 놓고 보면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때 만들어졌던 극단적인 갈등 상황은 조정기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메시지가 트럼프 행정부 때와 별반 다르지 않고 동맹을 끌어들이고,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민주 문제를 언급하면서 공격이 더 매서울 수도 있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계속되면서 양측의 협력적 공존보다는 적대적 공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무장관이 서울에서 한국 정부와 2+2 회담을 끝낸 뒤 곧바로 인도로 날아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등을 만나 군사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과 맞섰다"…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中

    미중 고위급 회담 종료 뒤 인터뷰 하는 양제츠·왕이. 연합뉴스

     

    적진인 알래스카에서 미국에 당당히 맞섰던 양제츠 국원과 왕이 외교장관은 영웅이 됐다.

    양제츠 국원이 퇴장하는 취재진들을 돌려세워 미국이 여전히 대유행과 싸우고 있는 동안 중국은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억제했고, 백인 경찰이 흑인을 살해한 미국이 중국에 인권을 강의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인민일보는 양제츠의 발언이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새로운 자신감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미국 대표단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자랑스럽다'는 공개적인 칭찬을 들었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 역할 할까?

    알래스카 미중 2+2회담에서는 북한 핵문제도 의제에 올랐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의제에 관해 오랜 시간 매우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접점이 찾아지지 않으면서 중국이 미국을 도와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에서 정보 분석관으로 일했던 레이첼 리는 SCMP에 "미중 갈등은 북한에는 기회"라며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비핵화를 위해 자국에 압력을 가할 동기가 약해졌기에 북한이 미국을 향해 좀 더 꼼지락거릴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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