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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문화 깨질라" 선수가 걱정…독했던 위성우 감독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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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문화 깨질라" 선수가 걱정…독했던 위성우 감독이 변했다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 WKBL 제공.

     


    "우리 선수들이 잘했다, 못했다 그런 생각은 안 합니다. 지금까지 해준 게 고마우니까"

    2018년까지 여자프로농구 통합 우승(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6연패를 달성한 아산 우리은행은 훈련이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과거 선수들은 훈련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경기를 하는 게 덜 힘들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다.

    우리은행에게는 독특한 우승 행사가 있다. 챔피언에 등극한 날 선수들은 코트 중앙에 위성우 감독을 눕혀놓고 발로 밟는 세리머니를 한다.

    시즌 내내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선수들이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선물이다. 선수들도 선을 넘지는 않는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 가볍게 발을 내민다. 위성우 감독도 세리머니 때문에 다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위성우 감독이 요즘 들어 달라졌다.

    우리은행의 간판 박혜진은 지난해 구단과 자유계약선수(FA) 재계약을 하면서 "감독님이 조금 부드러워지면 좋겠다"는 이색 조건을 내걸었다.

    당시 위성우 감독은 "이제는 지도 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박혜진은 4년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

    위성우 감독은 박혜진과 약속을 지키고 있다.

    박혜진은 지난 27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끝난 KB국민은행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4대69 팀 승리를 이끈 뒤 위성우 감독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 "빈말이 아니라 진짜 많이 변했다"며 답했다.

    박혜진은 "이렇게까지 변할 것이라고 기대 안 했는데 너무 많이 변했다. 우리가 늘 지켜오던 팀 문화가 깨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라며 웃었다.

    훈련 강도는 여전히 높다. 선수를 강하게 다그칠 때도 있다. 다만 수위가 많이 낮아졌다. 선수들에게 괜찮다며 격려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박혜진은 "감독님이 '괜찮다'고 하면 선수들은 (감독님이) 정말로 괜찮아서 그러는 줄 알고 들떠있을 때가 있다"며 웃었다.

    그럴 때는 이제 고참이 된 박혜진이 직접 나서 분위기를 만든다. 박혜진은 "확실히 어린 선수들에게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오히려 내가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우리 문화를 어느 정도는 지키려고 한다"며 웃었다.

    달라진 분위기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감지할 수 있었다.

    우리은행은 3쿼터까지 야투 성공률 30.6%에 그쳤다. 정규리그 1위의 위용을 찾아볼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하지만 끈질기게 삼성생명을 추격했고 경기 막판 박지현과 박혜진의 활약에 힘입어 승부를 뒤집었다.

    위성우 감독은 삼성생명의 양대 축인 김한별과 배혜윤을 대비한 훈련을 많이 했다. 하지만 상대는 두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며 스몰라인업을 가동해 우리은행을 당황케 했다.

    위성우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자책했다. "나 때문에 질 뻔한 경기를 선수들이 이겼다"며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취재진 사이에서 최근 김소니아의 활약이 다소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위성우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위성우 감독은 "그래도 김소니아가 있어서 우리가 정규리그 우승을 했다고 생각한다. 네가 있어서 우리가 1등을 했고 앞으로 네가 못하는 날에도 너 때문에 졌다는 생각은 안 하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입담이 뛰어난 위성우 감독은 농담도 곁들였다. "사실 앞으로 잘해달라고 한 말인데 계속 저러면 사람 죽겠네"라며 웃었다.

    이 같은 스탠스는 모든 선수들에게 적용된다. 위성우 감독은 "경기에 집중하라고 야단을 칠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우리 선수들이 잘했다, 못했다 생각은 안할 것이다. 지금까지 해준 게 고마우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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