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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시개]"너무 힘들어"…택배기사 또 사망, 업체는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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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시개]"너무 힘들어"…택배기사 또 사망, 업체는 선긋기

    택배노조, 고 김모씨의 생전 카카오톡 메세지 공개 "처참한 현실"
    한진택배 측, '7일 물량은 추석연휴로 인해 많아진 것'…'지병사망' 주장

    19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열린 한진택배 규탄 기자회견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숨진 택배노동자의 마지막 문자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한 젊은 택배기사가 과한 업무 강도를 호소하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근무하던 김모씨(36)는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최근 하루 400여개에 달하는 물량을 배정받아 배송업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은 18일 공식 페이스북에 고 김씨가 생전에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며 처참한 택배노동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오늘(7일) 420(개) 들고 나와서 지금 집에 가고 있다. 오늘 280개 들고 다 치지도 못하고 가고 있다"며 "집에 가면 5시, 바로 터미널가면 한숨(도) 못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정리 해야한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메시지 말미에 "저 너무 힘들어요"라고 호소했다.

    ◇한진택배측 '고인 사망은 지병에 의한 것'…평소 배송물량 평균이하

    한진택배 측은 김씨의 사망에 대해 지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입장이다. 근무중 사망이 아니고 다른 택배기사보다 적은 물량을 배송해온 김씨의 사망은 과로사로 보기 어렵다는 것.

    한진택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7일 배송물량의 경우 추석연휴로 인해 많아진 것"이라며 "(배송물량이 평상시보다) 30%정도 많긴 했다. 하지만 김씨가 8일~10일 배송한 물량은 평균 167개 정도다"라며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택배 구역과 관련해 적은 인원이 배치된다는 의견에 대해 관계자는 "업계 1위는 CJ대한통운으로 여기서 약 50%의 물량을 담당하고 한진택배는 2위그룹으로 약 15% 정도를 담당한다. 구역내 (대한통운)택배기사가 많은 건 배송량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시간이 너무 길다는 의견에는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오전에 출근해서 적재후 배송을 하는데 배정되는 물량에 따라 다르고 개인차가 있어 정확한 근무시간을 특정하긴 힘들다"며 "구역에 배치된 할당량은 강제적으로 할 수 없고 물량이 많을 경우 동구역 기사간 조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노조측 '지병 사망 아냐'…택배 분류작업은 '공짜노동'

    업체의 설명과는 달리 택배노조에서는 근로자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겼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택배기사는) 근로기준법상 적용을 못받는 특수고용노동자라서 근무시간에 제한을 안받는다"며 "배송을 해야 돈을 버는데 하루에 7~9시간 분류작업 후 배송을 시작한다. 분류작업 시간은 공짜노동이다. 물량배정에 따라 시간이 늘어나고 (고인의 경우)새벽까지도 배송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병에 의한 사망이라는 업체측 주장에는 '만들어낸 지병'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고 김씨가)평소 약을 먹지도, 병원을 다니지도 않은 건강한 몸이었다"며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인데 이것은 대표적인 과로사의 증상으로 (업체가)이것을 지병인 것처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택배기사는) 물량이 아닌 구역으로 계약을 하다. 자신의 구역에 내려오는 물량은 당일 배송이 원칙"이라며 "소화하지 못할시 벌점·벌금·계약해지까지 불이익을 당한다. 아침 7시까지 출근하는 고인은 21시간 30분 근무한 것이다. 누가 새벽 4시까지 일하고 싶겠나?"라고 지적했다.

    노조의 설명처럼 택배기사의 과로사는 최근 발생빈도가 높아졌다. 지난 10월 8일 CJ대한통운에서도 40대 택배기사 김모씨가 숨졌다. 같은회사에서 올해만 5명이 사망했다. 지난 12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중인 20대 일용직 노동자도 퇴근후 갑자기 숨을 거뒀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물량을 감당 가능한 정도로 조절할 수 없다는 건 너무 잔인한 것 같다", "24시간 뭐든지 배달이 되는 나라가 자랑이 아니다", "분류작업만 해주는 인력투입하면 가능한데 기업에서는 그 인건비만큼 손해니 투입 안할려구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 위기 대응 TF 대책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택배 없는 날' 모든 택배기사가 쉬는건 아니다

    휴식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택배기사들이 공통적으로 쉴 수 있는 날은 8월 14일 '택배 없는 날' 하루 뿐이다. 이날에는 전국 주요 4개 택배사(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화물의 집하 및 배송이 일제히 중단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체 배송망을 쓰는 쿠팡의 '로켓배송'과 SSG닷컴의 '쓱배송',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등은 평소와 같이 배송이 이뤄진다.

    고용노동부는 전국택배연대노조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합의해 지난 2020년 8월 13일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해당 선언에는 택배기사의 휴식시간 보장을 위해 심야시간 배송을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과로사가 잦은 현장에서는 너무나 먼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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