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이 2019년 2월 17일(현지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 꾸려진 키움 히어로즈의 스프링캠프에서 청백전 투수로 나서서 공을 던지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 키움 구단 수뇌부의 잡음이 끝이 없다. 이미 이장석 전 구단 대표가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 제명된 가운데 구단을 이끄는 수장 허민 이사회 의장이 또 말썽이다.
키움은 지난 8일 손혁 감독의 사퇴와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의 감독 대행 선임을 발표했다. 손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고, 이를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야구계에서는 충격이라는 반응이었다. 키움은 당시 3위로 가을야구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물론 7일까지 키움은 3승 9패로 부진하기는 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치열한 상위권 경쟁을 펼치는 팀의 감독이 물러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손 감독의 사퇴에는 허 의장과 갈등이 원인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키움은 손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발표했지만 내년 임기까지 연봉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연봉 보전은 감독 경질일 때나 해당된다.
때마침 허 의장이 선수단 운영에 도를 넘어 간섭을 했다는 소문을 입증할 만한 보도도 나왔다. SBS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허 의장은 지난해 수 차례 선수들을 사적으로 불렀다. 야구광인 허 의장이 선수들과 캐치볼을 하고 실제로 등판해 대결하는가 하면 자신의 구위를 평가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구단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수십억원대 횡령 등의 혐의로 피소된 프로야구 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가 2016년 8월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한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허 의장 이전 구단 수장이었던 이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전 대표는 염경엽 현 SK 감독에게 히어로주 구단 지휘를 맡겼지만 사사건건 간섭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감독이 반대하는 트레이드를 밀어붙이는가 하면 선수 기용에도 월권을 행사했다.
결국 염 감독은 2016년 LG와 준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임기 1년을 남기고 자진 사퇴했다. 이 전 대표와 심각한 불협화음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염 감독도 이런 상황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손 감독 사퇴와 오버랩이 되는 부분이다.
같은 상황은 아니나 손 감독의 전임 장정석 전 감독도 난해한 이유로 재계약이 무산됐다. 염 감독의 뒤를 이은 장 전 감독은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KS)까지 진출시켰지만 재계약이 무산됐다.
여기에는 구단의 전현 수뇌부의 헤게모니 싸움이 있었다. 키움은 장 전 감독과 결별한 배경에 이 전 대표의 입김이 있었다고 밝혔다. 횡령 등으로 수감 중인 이 전 대표가 장 전 감독과 재계약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결국 구단 수뇌부에 의해 전도유망한 감독이 희생된 셈이다.
키움은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 등으로 구단은 운영하며 KBO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했다. 꾸준히 가을야구에 나서는 등 성적도 좋은 데다 젊은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오며 KBO 리그의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구단 수뇌부와 관련해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모기업 없는 까닭에 수뇌부가 구단을 이끌어가는 터라 권력이 집중된 까닭이다. 애꿎은 선수들과 팬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