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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그날 노무현 "신행정수도, 언젠간 때가 온다"



국회/정당

    [단독]그날 노무현 "신행정수도, 언젠간 때가 온다"

    노 전 대통령, 헌재 위헌 결정 직후 '침묵 항의' 하면서도
    참모들 불러선 "나중에 꼭 추진해야" 강조
    "오랜 숙원" 김태년 연설 전 당정청 교감
    민주당, 3단계 시나리오 설정…과제는 수도권 여론과 통합당 설득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당장은 대안적인 방법을 써보겠지만, 언젠가는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먼 미래가 될 수도 있겠죠. 헌법재판소를 다시 가든 개헌을 하든 꼭 추진해야 합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10월 청와대에서 몇몇 참모들에게 전한 말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이전을 담은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직후였다.

    선고 당일 공식 논평을 일절 내지 않고 일종의 '침묵 항의'를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관습법'을 내세운 헌재의 위헌 근거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불러 "관습헌법으로 중대사를 결정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시대가 바뀌면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헌법 조문에 근거한 '성문 위헌'이 아니라 관습헌법을 내세운 판례인만큼 시간이 지나면 다른 판례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참모뿐 아니라 여권 인사들을 만나서도 이런 뜻을 자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소속 초선이었던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그로부터 "행정수도 이전이 당장은 좌절됐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꼭 가야 할 길"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기억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슈 띄운 '친노' 김태년…당정청 교감

    때문에 여권에선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유업(遺業) 혹은 유훈(遺訓)으로 보고 있다. 당장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비판을 피하려는 논점 흐리기 아니냐'는 분석이 많지만, 물밑에선 오래 추진해온 '숙원 사업'이었다고 항변하는 이유다.

    김종민 의원은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해묵은 과제지만 20대 국회는 의석수 문제나 여야 합의가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단순 진통제가 아니라 체질 개선을 위한 한약이다. '수도권 의원이 과반을 넘기면 균형발전 정책은 더 어렵게 된다'는 노 전 대통령 말처럼 더 늦출 수도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꼽히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별안간 이 이슈를 띄운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설 직전에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도 "관습헌법은 국민적 합의가 소멸하면 법적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 역시 노 전 대통령 뜻과 겹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정부세종청사.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입법, 국민 투표, 개헌…3단계 시나리오

    여당은 행정수도 이전, 구체적으로는 청와대와 국회 등을 세종시로 옮기기 위해 3단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첫째는 여야 합의다.

    관련법에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아예 공동발의를 한다면 국민적인 동의를 증명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를 위해 범여권 180석에 더해 미래통합당 의원 20~30명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이게 가능할 경우 위헌소송이 다시 제기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달리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당 논리다. 당 안팎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젊은층 반발이 줄어든 것도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논의에 속도를 내기 위해 국회 차원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한편, 당내에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 단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은 통화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법안을 만드는 것이 제일 빠르고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합의가 어려울 경우 '국민투표'를 통해 여론을 직접 묻거나 헌법에 행정수도 설치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공약으로 내건다는 점을 전제로 2022년 대선 때 동시에 투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과제는 수도권 여론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공개적 반발은 없었지만 "구체적 방안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 있다.

    야당 반대도 넘어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당장 특위 구성 제안을 거절하고 나섰다.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 일부 나오자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정상적인 정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인지 굉장히 의심된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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