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
''클래식스포츠'' 권투에 봄날이 찾아오는가. 7, 80년대 최고 인기 스포츠인 복싱이 오랜 침체기 끝에 각종 제도 개편과 대회 확대 등 의욕적인 활동으로 옛 영화를 꿈꾸고 있다.
특히 고(故) 최요삼 사망 사건과 스폰서 부재 등 악재를 맞았던 신인왕전이 2년만에 개최가 확정돼 부활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또 오는 11월 세계복싱의 양대산맥인 WBC(세계복싱평의회) 총회를 개최하면서 권투 부활 시나리오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복안이다.
◈ 2년만의 신인왕전 ''부활 기지개''…각종 대회 봇물한국권투위원회(KBC)는 지난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28일부터 2월 27일까지 제 35회 신인왕전을 2년만에 열겠다"고 밝혔다. MBC가 중계하는 가운데 안산에서 예선과 결승이 열린다.
지난 1960년대부터 시작된 신인왕전은 권투계의 역사나 다름없었다. 김태식, 박종팔 등 세계챔피언과 인기복서들을 배출해온 젖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개최가 불발됐다. 지난해 초 고 최요삼 선수가 경기 도중 발생한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터진 데다 대회 스폰서를 찾지 못한 탓이다. 신인왕전은 IMF 사태를 맞은 90년대 말에도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후반기부터 각종 대회가 창설되면서 복싱 부활 조짐이 보였다. 지난해 9월부터 전 세계챔프 염동균(극동서부프로모션)의 주최로 한국챔피언을 놓고 겨루는 ''프로월드컵 다이나믹복싱''이 시작됐다. 스포츠전문 채널 MBC-ESPN이 주간 고정프로그램으로 방송하면서 권투계가 꿈틀거렸다.
11월부터는 1년 간 전적을 통해 WBC 세계챔프 도전권을 주는 ''코리안 콘텐더''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KBS N 스포츠와 역시 세계챔프 출신 변정일(JIB 프로모션)이 함께 기획했다. 황인규 리빙체육관장은 "중계가 시작되면서 은퇴했던 선수들이 다시 복싱을 하겠다고 하더라"면서 "또 일선 학교 코치들도 ''어떻게 하면 출전할 수 있느냐''며 물어왔다"고 전했다.
이런 배경 속에 신인왕전도 열리게 됐다. 권투계 대부 마방열 PS 프로모션 대표가 나섰다. 다이나믹복싱도 올해 ''코리안 챔피언십 토너먼트 2009''로 업그레이드되고 ''코리안 콘텐더''도 꾸준히 이어진다.
◈ 28년만에 WBC 총회 개최…헤비급 빅매치, 명예의 전당 건립도 추진오는 11월에는 제주도에서 제 47회 WBC 연차총회가 열린다. 한국에서 WBC 총회가 열리는 것은 지난 1981년 이후 28년만이다. 김철기 회장 등 KBC 관계자들이 지난해 중국 칭다오 총회에서 이를 확정지었다.
WBA(세계권투협회)와 함께 복싱계를 양분하는 WBC 총회인 만큼 한국권투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다. KBC는 "WBC는 전 세계 9개 지부, 168개국이 가입된 가운데 이번 총회는 역대 최다국 및 2,000명 이상의 최다인원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맞춰 KBC도 야심찬 계획을 준비 중이다. 김철기 회장은 "그동안 총회는 회의 위주였지만 주목을 받으려면 빅매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추진 중이지만 헤비급 세계챔프전 등 타이틀매치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코리안 콘텐더'' 왕중왕전도 이 기간 열린다.
이와 함께 제주권투협회는 WBC 명예의 전당 건립도 계획하고 있다. 좌영식 협회 사무국장은 "WBC가 인정하는 최초 명예의 전당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 3개 업체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10차 방어전 이상을 치른 챔프를 선별, WBC에서 벨트 등 진품을 협찬받을 계획이다. 또 전용경기장 건립, KO 퍼레이드 코너 등을 통해 수익사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 ''노예계약'' 폐지, FA 도입 등 제도 개선
각종 행사와 함께 제도 개선을 통해 복싱 저변 확대에도 나선다. KBC는 이번 이사회에서 이른바 ''노예계약'' 철폐를 선언했다. 선수와 매니저 간 계약 기간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그동안 복싱계는 관행상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선수가 챔피언에 오른 뒤 매니저가 ''초기 투자비''를 들먹이며 불리한 대전료 배분을 요구해 분란이 적잖았다. 선수들이 은퇴를 앞당기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BestNocut_R]
이번 개정에서 계약 기간은 5년을 넘을 수 없다. 단 한국챔프에 오를 경우는 1년, 동양 등 지역챔프는 2년, 세계챔프는 3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그래도 총 계약기간은 8년을 넘지 못한다.
자유계약(FA) 제도도 도입된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야구, 축구처럼 선수가 FA 자격을 얻고 새 매니저가 이적료를 지급하면 이동할 수 있다. 이외 프로선수 연령 만 37세까지로 제한하고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 동의서 첨부 규정화, 여자선수 보호구 의무화 등 선수 보호조치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