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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더 팍팍해졌어요"…세계 난민의 날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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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더 팍팍해졌어요"…세계 난민의 날 20주년

    • 2020-06-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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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난민의 날 20주년'…"난민들 울상"
    "지난해 난민인정자 42명뿐…난민법 이후 급감"
    "코로나19로 상황 더 악화…긴급재난지원금 배제"
    인권위 "난민도 한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 받아야"
    "꾸준한 지원·장기적 관심 필요해"

    (사진=연합뉴스)

     

    20일은 국제기구(UN)가 제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 20주년을 맞는 날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 한국사회 난민들의 삶엔 더 큰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한국에 상륙한 지난 1~4월 동안 역대 최대인원인 200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혹독한 코로나 '고용 한파'가 들이닥쳤다. 하지만 국내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은 재난긴급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되는 등 기본적인 생존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난민법' 제정 이후 난민인정자는 오히려 '뚝'…"출입국관리 위주 인식"

    유엔난민기구(UNHCR)의 정의에 따르면, 난민은 '전쟁과 폭력, 분쟁과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어 안전을 찾아 다른 나라로 이주한 이들'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反)해 어쩔 수 없이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던 '강제 이주민'들이다.

    한국은 1992년 UN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에 가입한 이후 1994년부터 난민심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4월 기준 우리 사회가 받아들인 난민은 총 1052명으로, 난민 요건은 충족 못하지만 강제추방 시 생명·신체의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어 체류를 허락하는 '인도적 체류 허가자'(2294명)를 더해도 3천여명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 정부의 보호를 요청한 난민 신청자가 6만 8761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비율이다.

    실제로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국내 인구 1천명당 난민수용 인원은 '0.04명'으로 전세계 난민수용국 중 139위에 불과하다. 7년 전부터 난민법이 제정, 시행됐지만 오히려 난민인정률은 이전보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법이 도입되기 전 난민 평균 인정률이 18.9%인 데 비해 법령이 적용된 지난 2013~2019년 인정률은 3.7%로 떨어져 '수용도'가 더 낮아졌다.

    난민인권네트워크 의장을 맡고 있는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난민정책은 '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정책'인데 한국은 여태껏 이러한 의미의 정책을 한 번도 가진 적이 없다"며 "한국정부의 역할은 '난민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며, '이미 들어온 난민들은 대부분 난민이 아니기 때문에 신속히 추방해야 한다'는 출입국관리 위주의 인식을 지녀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긴급재난금지원에서 난민은 '예외'…인권위 "합리적 사유 없는 차별"

    (사진=연합뉴스)

     

    특히 올해 난민의 날은 더욱 가혹하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재난상황으로 기댈 곳 없는 난민들의 생활기반은 빠르게 무너졌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수혜를 기대했지만, 결혼이민자·영주권자 등을 제외한 외국인, 즉 난민은 '열외'였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재난긴급지원의 기준도 제각각이다.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로 지원대상을 제한한 서울시는 결혼이민자·난민 인정자를 여기 포함시켰고, 당초 외국인을 지급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경기도는 뒤늦게 난민을 제외한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비록 1인당 10만원(경기도), 1~2인 가구 30만원(서울시) 등 큰 금액은 아니지만, 난민들에게 이는 명백한 차별로 느껴진다. 난민법 제30~32조는 난민으로 인정된 외국인의 권리로 대한민국 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사회보장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민 인정자로 F2 비자를 발급받은 아흐마드(이집트·27)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부분의 난민들은 말 그대로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barely alive)"며 "심리적, 경제적 문제와 함께 의사소통 문제도 함께 겪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정체성과 상관없이 모두를 덮쳤다"며 "오히려 난민 인정자, 난민 신청자, 이주민들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난민 심사가 기약 없이 밀리고 있는 '난민 신청자'들은 한층 더 불안정한 상황이다. 대표적 예인 무민(시리아·28)씨는 불안한 지위와 더불어 취업도 할 수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난민법은 난민 신청일로부터 6개월 후 난민신청자가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 하지만 난민 재신청자나, 체류기간이 넘었을 경우 등은 불가하다. 무민씨는 어학원을 다니기 위해 난민신청을 철회했다가 다시 신청해 '재신청자'로 분류됐다.

    무민씨는 "취업이 불가해 코로나19 전에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그런데 코로나19로 프리랜서로 근근이 이어오던 업무마저 끊겨버렸다"고 씁쓸해했다. 서울살이를 감당할 수 없어진 무민씨는 최근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 상태다.

    이처럼 '코로나19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들의 상황은 국가기관도 인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최영애 위원장 명의로 낸 성명에서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국내 난민들은 직장을 잃고, 재난 지원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난민법에 따른 실질적 지원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사회보장 관련법에 따른 '외국인에 대한 제한규정'이 난민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 난민협약 이행과 국내 난민 인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우리 이웃으로 다가온 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난민 인권증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우리의 고통도 한국의 일부"…전문가들 "장기적 관심 촉구"

    난민들이 헌혈한 뒤 받은 '헌혈 배지' (사진= 난민인권네트워크 제공)

     

    난민들은 도움을 '받는' 존재를 넘어 '주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난민 인정자 수라펠(에티오피아·35)씨는 18일 기자회견에서 "난민들도 연대를 통해 함께 코로나를 극복하고자 했다"며 "한국의 비호 아래 있는 난민이고, 한국은 나와 내 가족에게 두 번째 고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에티오피아 난민공동체는 난민신청자들과 이주민들을 위해 대한적십자사에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고, 일요일마다 헌혈 캠페인도 진행했다. 경기 북부 아프리카 공동체는 천마스크를 손수 만들어 지역사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들을 하며 자부심을 느꼈다는 수라펠씨는 "그런데 정작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내놓는 모든 코로나 정책에서 국민과 외국인이 계속해서 분리되고 있다"며 "코로나가 한국사회에 속한 우리 모두의 재난이었듯이 우리의 고통도 한국사회의 고통의 일부분이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흐마드씨는 "몇몇 난민들과 이주민들은 자발적으로 헌혈을 하거나 마스크를 기부했다"며 "나도 기부를 하려고 했지만, 정보가 부족해 어려웠다. 만약 정부가 우리를 위해 다양한 언어로 전단이나 영상을 만들어 배포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난민에 대한 전향적 지원과 장기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일 변호사는 "코로나의 재난 상황은 다 균등하다"며 "오히려 난민들이 더 취약한 상황에 있는데 이러한 조건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재단법인 동천의 이탁건 변호사 또한 "코로나19로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을 지원한다는 정책 취지를 봤을 때도, 난민이나 일용직에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앙골라 출신 난민 '루렌도 가족'을 지원하고, 예멘 난민을 돕고자 케밥집을 연 홍주민 목사(한국디아코니아)는 "난민 지원을 해오면서, 난민은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축에도 못 낀다는 걸 알았다"며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난민의 아픔을 아는 약자들이 개별적으로 도와주는 손길로 버티고 있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난민 인정자 소모뚜(미얀마·45)씨는 "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저 '돈'이 아니다"며 "이 사회에서 같이 살아가면서 서로를 신경 써주고 따뜻하게 안아준다는 '가치'를 원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민에 날에만 되풀이되는 일회성 관심이 아니라 지속적인 신경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난민법에 나와 있는 내용이 (단지) 책 속의 멋있는 문구로 남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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