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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행동 예고 후 조용한 북한군…김정은 승인 기다리나



통일/북한

    군사행동 예고 후 조용한 북한군…김정은 승인 기다리나

    17일 아침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 이후 60시간 가까이 특이 동향 없어
    DMZ 일부 동향 있지만 '1호 전투근무체계' 조치란 해석도
    총참모부 "계획을 세부화해 노동당 군사위원회 비준 받겠다"
    의사결정의 결과가 아닌 단계를 발표하는 건 북한 체제선 이례적
    "표현 절제돼 있고 군사행동계획을 일부러 흘리고 있다"
    개성·금강산 주둔하려면 민간 시설 철거 필요한데 착수 안 해
    북한군 장악한 김정은의 승인 있어야 군사행동 가능할 듯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사진=연합뉴스)

     

    17일 오전 군사행동을 예고했던 북한군이 이틀째 침묵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대를 통제하는 노동당의 조직인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자 북한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열흘 넘게 두문불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에 이어 "북한군의 직접적인 활동은 확인된 바 없다"며 "우리 군은 24시간 북한군의 동향을 감시하며 철저한 군사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합참 김준락 공보실장(육군대령)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 총참모부가 발표한 것과 관련된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직접적인 활동에 대해서 확인된 바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었다.

    우리 군 당국은 현재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일부 비어 있던 민경초소(GP)에 군인들을 다시 투입하고, 평소와 달리 헬멧을 쓰고 총기에 대검을 착검한 채 근무를 하고 있는 모습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연합뉴스)

     

    다만 이는 직접적인 군사행동이라기보다는 북한군이 당시 예고했던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인 '1호 전투근무체계'에 따른 조치에 더 가까워 보인다. DMZ에서는 남북 모두 비어 있는 GP들이 일부 있는데, 작전 상황에 따라 때때로 여기에 병력을 더 투입하거나 배치를 바꾸는 식으로 운용되기도 한다.

    얼핏 생각하면 긴장이 고조된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군 총참모부가 예고했던 행동들을 아직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7일 발표문에서 "당과 정부가 취하는 모든 대내외적 조치들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담보할 것이다"며 계획들을 설명한 뒤, "계획들을 보다 세부화하여 빠른 시일 내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에 제기하도록(비준을 받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민주국가에서는 군의 활동 계획에 대해 단계적으로 발표를 하는 일이 당연하지만, 북한 체제 특성상 군의 활동 결과에 대해서만 언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는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전날인 16일 총참모부가 비슷한 언급을 했을 당시 통일부 당국자도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을 단계마다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며 "북한은 의사결정의 결과를 발표하지 그 과정을 단계마다 발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이에 대해 "과거 북한군이 험악한 말을 쏟아내던 것에 비해 표현이 절제돼 있고 중앙군사위원회에 비준을 받는다며 계획을 (일부러) 흘리고 있다"며 "군대가 완전히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금강산과 개성공업지구에 다시 군부대를 주둔시키겠다고 경고하면서도 여기에 있는 시설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손을 대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점이다.

    지난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금강산을 직접 개발하겠다며 현지의 우리 측 시설을 철거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1월 30일 대남통지문을 통해 이를 당분간 미루겠다고 밝힌 이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총참모부의 발표문에도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시설 철거와 관련된 내용은 없다.

    (그래픽=연합뉴스)

     

    북한대학원대학교 조성렬 초빙교수는 16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북한이 신중하게 선택한 것이 보인다"면서 "금강산의 우리 측 시설은 현대아산의 자산인데 일방적으로 철거하지 않고 우리 측에 철거하라고만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가 돈을 들인 건물(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해서는 바로 양해 없이 폭파했다"고 말했다.

    다만 조 교수는 "개성공단에도 우리 기업들의 자산이 남아 있어서 추후 자산 처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일방적으로 없애고 군부대를 들여올 수는 있다"고 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다음 날(17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과거 개성공단엔 포병여단과 2개 사단급 부대가 주둔했는데 지금 언급되는 규모는 그전에 있던 부대의 7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며 "금강산은 개성공단과 또 달라서 산이 많기 때문에 군부대를 배치하기가 쉬운 곳은 아니다"고 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 정세현 수석부의장(사진=연합뉴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의 경제가 나아지려면 어차피 공장이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정치적인 이유로 공단을 다 뜯어냈다가는 (신뢰의 문제 때문에)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며 "북한은 죽을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군대를 주둔시키겠다고는 했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기존 시설을 철거해야 하는데, 막상 철거에 대해선 언급도 없고 작업을 직접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도 않는 상황인 셈이다.

    양무진 교수는 이에 대해 "아직 북한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완전중단을 원하고 있지 않으며 군대 주둔을 통해 우리의 결단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한편으로는 군부가 개성공단 등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결정에 대해 권한이 없다는 것일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은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를 시행한 뒤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직접 '해주 남북 공동경제특구는 군부의 반대가 크다'는 말을 하는 등 군의 영향력이 상당히 컸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오히려 군이 상당 부분 장악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이같은 상황에 대해서 김정은을 위원장으로 하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승인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고, 북한이 이러한 결정 자체를 또다른 카드로 삼아 매체를 통해 발표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으로 총참모부가 밝힌 행동계획들은 대부분 9.19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되는데, 군사합의 자체가 2018년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군부가 김정은의 승인 없이 이를 실행할 수는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 주재하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사진=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월 24일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한 사실이 보도된 뒤,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것이 이번 달 8일에 보도됐다. 그 뒤로는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험악한 내용의 담화를 내는 대신 자신은 두문불출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같은 행동계획에 대해 승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북한군이 실제적인 행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주말에 중앙군사위원회 회의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 "예단해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일정은 북한 내에서 최고 수준의 기밀과 중요성이 부여되는 만큼, 결과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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