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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슈퍼전파' 이태원 클럽, 왜 전국서 몰렸나



사회 일반

    '코로나 슈퍼전파' 이태원 클럽, 왜 전국서 몰렸나

    [노컷 딥이슈]'황금연휴' 맞은 방문자들 이태원 클럽 '상경'
    양성률 가장 높은 '킹클럽'은 개장 3주년까지 겹쳐
    "성소수자 커뮤니티 너무 작아…다양한 연령·계층 중심인 서울로 집결"
    '블랙수면방' 논란에는 "80년대 미국 에이즈 위기와 닮은꼴"
    "감염 고위험 업소는 일찌감치 당국이 운영 막았어야"
    "당사자들은 생계 위협까지…방역 위해 혐오 지양해야"

    10일 오전 '집합금지명령문' 이 붙어 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의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태원 클럽 관련 전국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왜 각기 다른 지역 거주자들이 서울 클럽으로 몰렸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11일 정오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총 86명에 달했다.

    지역별 확진자는 서울이 51명으로 가장 많고, 경기 21명, 인천 7명, 충북 5명, 부산 1명, 제주 1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중 이태원 클럽을 직접 방문해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우가 63명이고 이들과 접촉해 2차 감염된 확진자들은 23명이다.

    아직 파악되지 않은 방문자까지 고려하면 전국 단위의 감염 확산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태원 소재 클럽 방문자 5517명 명단을 확보했지만 연락처 허위기재, 고의적 통화 회피 등으로 '연락 불통'인 인원이 3112명으로 집계됐다.

    결국 정부는 '자발적' 신고와 진단검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신용카드 사용내역 조회 및 경찰력 동원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접촉자를 찾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2월 중순 터진 이단 신천지 코로나19 사태와도 비슷한 양상이다. 신천지 교인들이 대구 집회에 집결했다면, 이번에는 이태원 클럽이 전국적인 집결 장소가 됐다.

    그러나 집단의 속성이 다른만큼, 그 내막은 전혀 달랐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규모가 워낙 작아 각 지역에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없다 보니 연령·계층 불문, 연휴를 맞이해 커뮤니티의 중심인 서울로 모였다는 것이다.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던 임우근준 미술평론가는 11일 CBS노컷뉴스에 "일반 클럽은 지역에도 많다. 그렇지만 게이 커뮤니티는 그 규모가 너무 작아서 황금연휴에는 커뮤니티의 중심인 이태원, 종로 등 서울로 모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클럽은 20대 등 특정 연령층만 가지만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클럽은 그렇지 않다. 연령층도 넓고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감염병 상황에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공동체"라고 덧붙였다.

    특히 용인 66번 환자가 방문한 '킹클럽'은 지난 10일 보건 당국이 발표한 것처럼 가장 양성률이 높은 감염지로 꼽히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성소수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따르면 황금연휴 당시 '킹클럽'은 새로운 사장 체제로 개장 3주년을 맞은 상황이었다.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용인 66번째 환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킹클럽의 8일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자신을 '20대 성소수자'라고 밝힌 네티즌은 "마침 그 기간(황금연휴)에 이태원 클럽(킹클럽)이 3주년이라 사람이 많았다. 유명인사, 연예인도 왔고 황금연휴와 3주년이 겹치다보니 전국 단위로 성소수자들이 상경했다"라고 전했다.

    오픈채팅방 참여자 역시 "킹클럽은 원래 이태원에서 1964년부터 운영한 오래된 클럽이었고, 성소수자 클럽으로 바뀐지 3년이 지났다. 서울에서는 상당한 규모"라고 이야기했다.

    '블랙수면방'은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앞서 여러 언론 매체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해당 업소에서는 불특정다수 사이에서 밀접한 접촉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 확산이 더 빠르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뿐아니라 보건 당국의 추적 방법이 통할지도 미지수다.

    20대 성소수자 네티즌은 "새벽까지 놀고, 모텔은 공휴일에 10만원 이상인데다 방도 없다. 그러면 비싸봐야 2만원 정도인 수면방을 간다. 서울,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까지 주말에 많게는 100여명 이상이 방문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질병관리본부에서 확진자나 접촉자를 추적하는 모든 방법이 안 통하는 곳이다. 99% 현금 결제이고, 당연히 신용카드내역은 조회가 안된다. 휴대폰은 들고 다니면 도둑 맞기 때문에 사물함에 넣어 놓고 꺼놓아서 기지국 조회도 힘들 것이다. CC(폐쇄회로)TV는 당연히 없다"라고 지적했다.

    감염병 역사에서 '블랙수면방'과 같은 업소들이 기폭제로 작용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때 뉴욕의 남성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유명했던 '사우나'는 이미 1980년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위기를 겪으면서 폐쇄됐다.

    임 평론가는 "지금 한국의 남성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에이즈 위기와 똑같다. 1980년대 에이즈에 가장 취약한 공동체 역시 이들이었다. 1985년 강제 폐쇄 전까지 뉴욕 사우나에서 에이즈로 감염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사망했다. 보수 세력들이 이들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아 사태가 확산됐다"라고 짚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제대로 알지 못한 방역 당국의 오판과 함께 오히려 혐오 정서가 방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에도 사회 전반의 혐오가 성소수자를 은둔하게 만들면서 사태가 악화된 것처럼 그런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임 평론가는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감염 위험이 높은 업소들에 대해서는 방역 당국이 일찌감치 운영을 막았어야 했지만 이게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당사자 입장에서는 생계까지 위협이 가는 일이라 비난 받을수록 숨게 된다. 그러면 방역 차원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지금처럼 익명 보장, 신변 보호 등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정상 작동하도록 도와야 제때 방역이 가능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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