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스쳐도 징역7년", 살인보다 무거운 강도상해죄

"살인죄 최소형량 5년에 비해 강도상해 최소 7년은 불합리한 조항"

555

 

술에 취해 남의 집에 잘못 들어갔다가 도망치는 과정에서 집주인에게 팥빙수 기계를 던져 상처를 입힌 20대가 강도상해죄로 기소됐다가 참여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이 남자는 강도상해가 무죄가 되면서 최소 징역 7년에서 징역 1년 6개월로 형벌이 대폭 감형됐다.

부산에서 9번째 참여재판을 신청한 피고인 김모(26)씨는 지난 8월 28일 새벽 부산 영도구의 한 주택에 들어가 안방에 있던 돼지저금통을 훔치려다 집주인 장모(43)씨에게 발각됐다.

도망가던 도중 장 씨에게 다리를 잡힌 김 씨는 달아나기 위해 분식집에 있던 팥빙수 기계를 장 씨에게 던졌고, 이 기계가 머리에 맞아 장 씨는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김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강도상해.

물건을 훔치려 들어간 것은 절도죄에 해당하지만 범행이 집주인에게 발각되면서 범죄가 준강도로 변했고. 준강도 상태서 집주인에게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다.

절도 도중 발각돼 도주하다 피해자 상처입히면 강도상해

문제는 강도상해의 경우 최소 형량이 7년으로, 특수절도(징역 1년 이상)와 준강도(징역 3년이상), 인질강도(징역 3년이상)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강도상해죄가 성립되면 집행유예도 불가능해져 무조건 징역을 살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김 씨는 지난달 24일 열린 참여재판에서 자신은 술에 취해 장 씨의 집에 들어갔을 뿐 훔치려는 의사는 없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절도가 아니며, 따라서 장 씨에게 상처를 입한 것도 강도상해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배심원과 재판부도 "각종 증거를 검토한 결과 김 씨가 절도의사로 주거에 침입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강도상해 부분은 무죄로 선고하고, 대신 주거침입과 상해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김 씨가 물건을 훔치기 위해 주거를 침입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가정하면 집주인 장 씨의 상처가 경미했다 하더라도 김 씨는 적어도 징역 7년의 형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 씨는 강도상해 혐의가 풀리면서 최소 징역 7년에서 징역 1년 6개월로 형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

실제로 강도상해(치상)죄는 형법상 형량이 최소 7년 최대 무기징역으로, 초범이거나 피해자의 상처가 가벼워 죄를 감경하더라도 3년 6개월까지가 한계다.

집행유예 최대한계인 3년 이하의 징역에도 해당되지 않아, 강도상해죄의 경우는 무조건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법이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고의/과실, 경상/중상 따지지 않고 무조건 7년 이상, 살인죄보다 무거워

문제는 강도상해죄에 해당하는 범행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비해 법은 이를 가리지 않고 단 한가지의 형벌기준만 제시하고 있으며, 집행유예를 내릴 수 있는 판사의 양형재량마저 빼앗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강도상해라도 상해정도가 중상일 수도 있고, 반대로 아주 경미한 상처일 수도 있으며, 범행이 고의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모르고 한 과실일 수도 있는데, 이를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7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죄의 경우 최소 형량이 징역 5년이어서 재판부가 형을 감경할 경우 집행유예도 가능하고, 게다가 고의가 없는 과실치사는 최소 형량이 2년인 점에 비추어보면, 강도상해의 형량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법학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동아대 법대 허일태 교수는 "강도상해에서 치료일수 미상의 경미한 상처를 입혔다고 가정하면 이것이 살인죄보다 무겁다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는 "범죄의 불법성과 위법성의 인식정도, 비난가능성이 클수록 형벌이 높아지는 형법의 기본 원칙에 반하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지난 7월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강도상해죄의 최소형량을 5년으로 낮추는 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법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어 이번에 불합리한 강도상해죄 규정이 정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0

0

전체 댓글 0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