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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사제' 배우 김형묵, 그가 생각하는 '연기'와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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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혈사제' 배우 김형묵, 그가 생각하는 '연기'와 '연기자'

    [노컷 인터뷰] SBS '열혈사제' 강석태 부장검사 역 배우 김형묵 ②

    배우 김형묵이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원더보이즈 필름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배우(俳優)'. 배우라는 말은 본래 상반된 두 가지 뜻이 합쳐서 이루어진 말로, 배(俳)는 희극적 몸짓으로 관객을 웃기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고, 우(優)는 슬픈 모습으로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책 '우리말 1000가지' 참고). 배우 김형묵은 '배우'라는 호칭을 자신에게 감히 붙일 수 없다고 말했지만, 관객을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슬프게 만드는 그는 '배우'라 칭하기에 충분했다.

    영화 '증인'에서 정우성과 법정에서 만나는 단 한 장면을 위해 일주일을 법원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로 배우 김형묵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최민식과 한석규의 연기가 보고 싶어 '천문'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그들의 연기를 본 김형묵은 "정말 어마어마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인터뷰 내내 현장이 좋고 연기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형묵은 과연 어떻게 자신만의 연기와 캐릭터를 구축해가는 배우일까. 지난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제작사에서 만난 배우 김형묵에게서 그만의 솔직하면서고 깊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배우 김형묵과의 일문일답.

    ▶ 김형묵은 배우로서 캐릭터에 접근할 때 어떤 방법을 동원하나.

    나만의 비법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하는 편이다. 인터넷과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은 자료도 찾아보고 경험, 상상, 기도, 몰입 등 최대치의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걸 동원한다. 그렇게 집중하다보면 꿈에도 나오고, 아침에 일어날 때나 자기 전에도 영감이나 상상력이 생겨난다. 그런 상상력을 이어가면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시뮬레이션도 해본다.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어서 한 번 집중하면 깊게 몰입한다.

    SBS '열혈사제' 속 강석태 검사로 열연한 배우 김형묵 (사진=방송화면 캡처)

     


    ▶ 상상력을 동원한다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달라.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캐릭터에 대해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다. 약간 4차원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작품이란 세상과 사람들에게 인물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때 매개체가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그 인물에 내가 동화되기 위해 인물의 영과 혼과 육(육신)까지 면말하게 다가가고자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본다. 샤머니즘적인 느낌인데, 나는 작품 속 인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물'의 영혼이 내 안에 들어오면 나는 캐릭터에게 내 몸과 말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런 여러 가지 상상력을 동원해 인물에 접근한다.

    ▶ 정말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거 같다. 도대체 김형묵을 연기로 이끈 건 무엇인가.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유치원에 다닐 때 내 생일에 내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했다. 초등학교 개교기념일에는 타이즈를 입고 노루 분장을 했던 게 생각이 난다. 교회학교에서 연극을 했을 때는 흑인 분장을 하고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그게 좋더라. 내 끼를 알아본 교회학교 선생님과 중학교 때 청소년극단을 함께 했다. 그때 무대에서 동방박사 역을 했는데 엄청 감동하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이 부모님을 설득해서 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돌아가신 김효경 교수님, 브로드웨이랑 웨스트엔드의 최고의 선생님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때 멘토와 스승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잘못된 만남도 있어서 고생도 했지만 그것도 모두 소중한 경험이다. 사실 나중엔 성우도 하고 지금은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지만 나는 발성도 목소리도 안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너는 목소리랑 발성 때문에 연기자는 못 할 것'이라는 말도 들어봤다.

    ▶ 발성과 목소리가 안 좋았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저는 너무 부족하고 발성도, 목소리도 안 좋았다.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소리 훈련을 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열정과 돈을 쏟아부었다. 너무 힘들었다. 연기자가 거쳐야 할 많은 경험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직도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연기를 잘하고 싶었고, 연기가 좋았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잘하는 걸 보면서 절대 비교하거나 부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는 내 길을 간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배우 김형묵이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원더보이즈 필름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이제 해보고 싶은 장르나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많다. 내 안에 많은 모습과 끼가 있다. 그렇지만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작품을 위해서 내가 어떠한 역할을 가지고 팀의 일원이 돼서 이 팀을 성공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번에 챔피언스 리그나 축구를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지금 나보다 잘 하는 호날두나 손흥민 같은 선수가 있으면 그들을 잘 받쳐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하다보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리고 또 다른 배역을 맡겨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성장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주변에서 계속 악역만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하신다. 하지만 나는 날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아직 내 안에는 많은 모습이 있으니 조금씩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연기나 이미지를 보면 사실 어떤 배역이든 잘 할 거 같다.

    자신 있다. 코믹, 멜로, 사이코패스, 순둥이 등 내 나름대로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스펙트럼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 보여드리고 싶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 김형묵이 생각하는 배우는 어떠한 존재인가.

    사실 연기자란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감동과 재미를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때로는 씹기도 해야 하고.(웃음) 정말 다양한 의미의 재미를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사회에 공헌도 하고 싶다. 연기자를 트레이닝하는 일일 수도 있고, 교육 쪽으로 재능 있는 친구를 돕는 이일 수도 있고, 사회적 약자 돕는 일일 수도 있다. 다양한 역할을 돕는 일들이, 우리 사회의 한구석을 밝힐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 연기자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배우라는 말이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사실 '사람 인(人)'과 '아닐 비(非)'를 써서 '사람이 아닌 듯 뛰어나다'라는 뜻인데, 내 스스로 배우라고 이야기하는 건 죽을때까지 못 할 거 같다. 나는 그냥 연기자다. 배우라고 불러주시면 정말 감사한 일인데, 내 입으로는 아마 죽 을 때까지 '배우 김형묵입니다'라고 말 못할 거 같다.(웃음)

    배우 김형묵이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원더보이즈 필름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아까 연기자가 '재미'를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연기하는 게 자신도 즐겁나.

    연기하는 게 정말 재밌다. 운이 좋아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분들하고 작품을 했는데 그분들과 함께 하는 게 정말 재밌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김혜수 선배님, 조우진 씨, '증인'에서 정우성 선배님, 김향기 씨 등의 연기를 보면 저도 연기하면서도 그 분들에게 막 빠져든다. 촬영장 나가는 게 정말 재밌다. 나는 김혜수 선배님한테 사인을 받아서 코팅 해놨다. 내가 팬인데 사인해달라고 해서 받았다. 정말 존경하는 배우다. 그 분들과 같이 연기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그런 분들과 연기할 수 있는 지금, 나는 이제 성공한 것 같다. 그런 배우들과 함께 한 작품의 일원으로 들어가서 작은 역할이든 뭐든 담당할 수 있다는 게 진짜 행복하다.

    ▶ 배우로서 행복 말고 '개인 김형묵'으로는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좋은 여자를 만나서 로맨틱하게 평생 행복하게, 알콩달콩 살아가고 싶고 자신도 있다. 나는 굉장히 로맨틱한 사람이다.(웃음) 긍정적이고 착하고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정말 평범하게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런 거 있잖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이가 들어서고 서로를 사랑해주는 걸 보면 정말 감동적이다. 누구는 '어휴, 살아봐라' 그러는데 나는 정말 로맨틱하게 살고 그렇게 할 자신도 있다. 그런 삶을 살면서 또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좋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내가 스승님들에게 도움받은 게 많기 때문에, 나도 도움을 나누고 싶다. 연기도 그 일환인 거 같다. 그런데 정말 '연기'를 내려놓으니 연기가, 그 시작점이 이제 보이는 것 같다. 정말 연기를 잘하고 싶다.(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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