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왼쪽 어깨에 얹어진 노란 완장은 박지성(27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춤추게 했다.
''산소탱크'' 박지성이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2차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대표팀에 소집될 경우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박지성이지만 주장완장을 차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 특별했다.
그간 주장을 맡아오던 김남일(빗셀고베)이 경고누적으로 이날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에게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까지 ''프리미어리거''다운 모습으로 동료들을 이끌어달라는 의중에서였다.
이러한 허정무 감독의 마음은 박지성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무거운 책임을 부여받은 박지성은 이를 활동엔진으로 활용, 그라운드에서 더 많은 활동량으로 풀어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전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공격포인트는 1골1도움이지만 실질적인 활약을 그 이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축구전문가들 역시 박지성에 대해 "정말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입을 모았다. 김대길 해설위원, 최진한 해설위원, 차범근 감독은 이날 경기를 직접 지켜본뒤 "좌우 미드필더로 활약한 박지성, 이청용이 부단히 움직여줌으로써 공간을 창출, 한국 공격의 물꼬를 텄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 역시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허감독은 "구체적으로 점수를 주기는 어렵지만 박지성이 상당히 잘해줬다"며 "선수들을 리딩해주는 면까지 모두 좋았다"고 말했다.
주장으로서의 역할 역시 합격점을 받았다. 이날 경기전 선수들에게 "우즈베키스탄 경기 때처럼만 부담없이, 후회없이 경기하자''고 주문했다는 박지성은 소집된 직후부터 끊임없이 동료들과 한데 어우러지려는 노력을 했다는 후문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전에서 2골을 몰아넣은 이근호(대구)는 "여러가지로 배울 점이 너무 많았다. 후배들이 어려워하지 않도록 먼저 다가와 주었고 훈련할 때는 한발 먼저 뛰며 솔선수범하는 주장이었다"고 말했고 정성훈(부산)은 "(박)지성이가 주장이 되어 팀을 이끌면서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된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주장에 대한 욕심은 없다. "주장은 나보다는 (김)남일형이 어울린다"는 것이 박지성의 말이다. 박지성은 "이번에는 남일형이 없어서 내가 했지만 남일형이 다음 경기에 들어오게 되면 다시 주장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나보다는 남일형이 주장에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