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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그는 약물이 만든 MVP가 맞다



야구

    김재환, 그는 약물이 만든 MVP가 맞다

    '웃지 못하는 MVP' 19일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올해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고의 선수는 두산 외야수 김재환(30)이었다. 데뷔 10년 만에 홈런(44개)-타점왕(133개)와 함께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김재환은 19일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와 각 지역 매체 취재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김재환은 888점 만점에 487점을 얻어 팀 동료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367표)을 제쳤다.

    그런데 김재환의 MVP 수상을 놓고 논란이 적잖다. 그의 금지약물 복용 전력 때문이다. 김재환은 2군에서 뛰던 2011년 야구월드컵에 출전했다가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됐다. KBO의 징계를 받았지만 여전히 약물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사실 약물 적발 당시에는 비난이 크지 않았다. 워낙 무명 선수였던 까닭. 그러나 김재환이 리그 정상급 선수로 거듭난 2016년부터 그의 기사에는 빠짐없이 '약재환' '약한 남자' 등 비아냥 섞인 댓글이 붙었다. 약물 때문에 기량이 좋아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때문에 김재환의 MVP 수상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물론 김재환에게 금지약물 복용 전력은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다. 공정해야 할 스포츠에서 약물의 힘을 빌리는 것은 자신은 물론 모두를 속이는 일이다. 비판을 받는 게 마땅하고, 본인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재환이 과거를 뉘우치고 반성하려는 노력까지 맹비난하는 게 맞는지는 또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여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김재환이 흘린 땀과 눈물까지 허사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부분이 있다.

    김재환의 타격 훈련 모습.(사진=두산)

     

    김재환이 약물 복용을 했던 때는 2011년. 당시 김재환은 1군 출장이 30경기였고, 타율도 1할8푼5리에 불과했다. 이듬해도 13경기 타율 1할2푼5리에 머물렀다. 2014년 52경기 타율 3할6리로 반짝했지만 2015년 48경기 타율 2할3푼5리에 그쳤다. 포지션 변경까지 쉽지 않은 나날이었다. 약물의 지속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5년 이후까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런 김재환은 2016년 주전 기회를 잡았다. 김현수(현 LG)의 메이저리그(MLB) 도전으로 자리가 생겼다. 그해 134경기 타율 3할2푼5리 37홈런 124타점으로 팀 4번 타자로 우뚝 섰고 통합 우승에도 기여했다. 김태형 감독은 "마음 속 MVP는 김재환"이라고 칭찬할 정도였다. 그마저도 시즌 초반에는 주전이 확실치 않았지만 활약이 이어지자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잡았다.

    일반적인 약물 복용 사례와는 다른 점이 있다. MLB 내셔널리그 2011년 MVP였던 라이언 브론(밀워키)은 수상 이후 2014년 약물 적발 사실이 드러났다. 2011년 브론은 33홈런 111타점을 올렸고, 이듬해도 41홈런을 때려내며 정상급 거포로 거듭났다. 배리 본즈(전 샌프란시스코), 알렉스 로드리게스(전 뉴욕 양키스) 등도 전성기에 약물 복용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이들 중 대부분은 반성없이 결백을 주장하다 나중에 들통이 나서 말을 바꿨다.

    어린 시절 손대지 말아야 할 것에 손을 댔던 김재환은 징계가 풀린 이후에도 다소 철없는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진지하게 훈련에 매진했고, 피나는 노력으로 실력을 키웠다. 김재환은 "(약물 복용 문제를)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다"면서 "2016년 쌍둥이를 낳은 이후 휴일에도 훈련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런 김재환은 비로소 올해 올스타 '베스트12'로 뽑혀 생애 첫 별들의 잔치에 나섰다. 팬들과 선수의 투표로 결정되는 올스타 선정은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김재환은 팬 투표에서 33만2179표로 12명 중 11번째였다. 선수단 투표에서는 186표로 팀 동료 양의지(213표), 린드블럼(193표)에 이어 세 번째였다. 팬 투표에서는 성적에 비해 득표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적잖은 지지를 얻었고,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투표에서는 인정을 받은 셈이었다.

    김재환의 타격 모습.(사진=두산)

     

    김재환에 대한 비난이 큰 이유는 제도 상의 문제도 있다. 당시 김재환은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약물에 대한 심각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시기였다. 김재환이 철없는 발언을 한 것도 당시 한국 야구계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한 시즌 전체 출장 정지 징계가 나오는 MLB에 비해 너무 가벼운 수준이었다. 이후 KBO는 시즌 절반 등 징계 수위를 높였다.

    MVP 시상식에서 김재환은 소감을 밝히다 먼저 약물 전력을 언급했다. 그리고 "성실하게 살겠다"는 말을 수 차례나 반복했다. 어린 시절 약물에 손을 댄 것은 분명히 잘못이지만 이를 반성하고, 죄를 씻으려는 노력만큼은 약물이 아닌 진심이었다.

    이런 점에서 김재환을 MVP로 만든 것은 약물이 맞다. 약물 꼬리표를 떼내려고 끊임없이 훈련하고 노력한 끝에 얻은 결과였다. 금지약물 복용이 없었다면 오늘의 김재환이 있으리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과거 약물 복용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노력하는 자세는 폄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16년 정규리그 우승 당시 김재환은 "올해 도핑테스트가 유독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만큼 약물 전력의 굴레가 컸다는 뜻이다. MVP 수상 이후에도 비난의 굴레는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김재환 본인이 만든 굴레고 운명, 감내해야 한다. 선수 은퇴 이후에도 따라다닐 꼬리표, 그것을 불명예스럽게 만드느냐, 그래도 비난을 최소화하느냐도 김재환 본인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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