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2004 아테네올림픽 복싱 웰터급(69kg) 준결승전에 나선 김정주(27, 원주시청)는 숨을 쉬는 것 조차 힘들었다. 그의 왼쪽 갈비뼈에는 실금이 가 있었고 거친 호흡을 내쉴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준결승 상대 로렌조 아라곤 아르멘테로스(쿠바)의 카운터펀치가 계속되면서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링에 주저 앉고만 싶었다. 마지막까지 링에 서서 버텼지만 결과는 판정패. 경기 후 눈시울을 붉혔던 김정주가 4년만의 올림픽에서 또 다시 부상 불운에 발목을 잡혔다.
김정주는 22일 베이징 노동자체육관에서 벌어진 2008 베이징올림픽 웰터급(69kg) 준결승에서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챔피언인 카자흐스탄의 바키트 사르세크바예프(카자흐스탄)에 6-10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에 나서기 전 김정주는 퉁퉁 부어 오른 왼쪽 손에 진통제를 맞았다. 지난 11일 쿨카이 케트 야크(독일)와의 1회전(32강전)에서 잽을 날리다 손등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한 것. 그러나 부어 오른 손 위에 글러브를 끼고 부상 투혼을 발휘, 준결승 무대까지 올라온 김정주는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4년전의 아픔을 되풀이 하고 말았다. 2회 연속 동메달.
김정주는 ''''통증을 완화시키는 마취 주사를 맞았는데 뼈가 아픈 건 어떻게 안되더라''''면서 ''''그러나 이건 다 핑계다. 정신적으로 부상을 이겨내지 못한 내 잘못''''이라며 자책했다.
또 복싱 대표팀 가운데 홀로 준결승에 진출한 부담감도 적지 않았음을 밝혔다. ''''금메달을 꼭 따서 한국 복싱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었다''''는 김정주는 ''''혼자 준결승에 올라 주위의 기대가 크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담을 안가지려 노력했는게 그게 안됐다. 심리적으로 힘들었다''''며 ''''오늘 내 경기를 보려고 동료 선수들을 비롯해 큰누나와 매형이 이곳까지 왔는데, 모든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조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미안함도 표했다. 김정주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8개월된, 하나뿐인 조카 신중혁군(1)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BestNocut_R]
중혁군은 지난해 12월28일 큰 누나 정애씨(34)가 낳은 아들. 김정주의 아버지는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중학교 3학년 때 그가 아마추어복싱 데뷔전을 치르는 동안 심장마비로 세상을 달리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일곱살 위의 큰누나는 김정주에게 어머니였다. 따라서 조카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했다.
''''중혁아, 삼촌이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라며 조카에게 미안함을 전한 김정주는 ''''빨리 누나와 매형을 만나고 싶다''''면서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