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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변호사 "朴의 속내는 헌재에서 탄핵 시간벌기"



문화 일반

    권영국 변호사 "朴의 속내는 헌재에서 탄핵 시간벌기"

    [노컷 인터뷰] "특검 끝나기 전 탄핵 결정나면 대통령 바로 구속될 가능성 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오후 국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탄핵 심판 절차를 담당하는 헌법재판소(헌재)로 공이 넘어갔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권력과 맞서 온 인권변호사로 이름난 권영국(5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헌재는 국민들의 강한 요구, 목소리에 훨씬 더 민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헌재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사가 63일 걸렸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때는 사안 자체가 그리 복잡하지 않았어요. (당시 노 대통령의) 몇 가지 발언 갖고 선거법·중립을 위반했다는 걸 문제 삼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은 탄핵 사유로 거론되는 게 꽤 많아요."

    권 변호사는 "이 점에서 (박 대통령 탄핵 심사가 노 대통령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재판이라는 게 먼저 사실관계부터 확정을 해야만 법리 적용이 가능한 구조예요.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변론을 하게 되잖아요. 증거도 조사하고 증인도 불러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증언을 청취하기도 하고요. 아마 증인 심문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 내용의 양이나 질로 볼 때 변론을 통해 심문해야 하는 분량이 훨씬 많은 거죠."

    "그런데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은 있다"는 것이 권 변호사의 설명이다.

    "집중심리를 하면 됩니다. 지금 국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아 사실상 무정부 상태와 비슷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헌재를 압박해 집중심리를 하도록 요구하면 됩니다. 매일 열 수도 있고, 아니면 격일,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심리기일을 열어서 진행하면 속도 있게 갈 수 있어요. 이렇게 헌재를 압박할 수 있는 동력은 결국 국민들의 압도적인 목소리에 있습니다."

    ◇ "朴, 특검 시점 자꾸 비껴가려 할 것…구속 가능성 피하려는 시간끌기"

    권영국 변호사(사진=권 변호사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갈무리)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어떠한 자세를 취할까'라는 물음에 권 변호사는 "시간 벌기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헌재는 최대 180일, 그러니까 약 6개월 동안 심리를 거쳐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할 수 있다.

    "시간을 벌면서 국민들의 분노나 관심도를 낮추려 하겠죠. 그러면서 자기들이 얘기하는 보수, 저는 보수가 아니라 수구세력이라고 보는데, 수구세력의 전열을 가다듬어 자기들의 기득권 질서를 최대한 유지해 보겠다는 속내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봐 왔듯이 국민들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다만 (박 대통령은) 특검의 시점을 자꾸 비껴가려 할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특검이 끝나기 전에 탄핵 결정이 나면 (박 대통령은) 바로 구속입니다. 탄핵 결정과 함께 불소추특권이 없어지기 때문에 숨을 데가 없어지는 거죠. 공범들이 대부분 구속돼 있기 때문에 주범(박 대통령)이 구속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더욱이 지금까지 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했고, 증거 인멸의 가능성도 확실합니다. 그게(특검 활동 만료) 3월 30일일 텐데, 구속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끌 겁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국민들의 관심이 가라앉기를 바라는 거겠죠."

    탄핵 심사를 벌일 헌법재판관들 대다수가 친정부·여당 성향이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권 변호사는 "헌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대단히 높다"고 지적했다.

    "박한철 헌재소장이 누구입니까. 공안검사 출신이에요. 마찬가지로 공안검사 출신인 김기춘(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당연히 가까울 겁니다. 그런 관계를 보면 헌재에 대한 불신이 대단히 높은데, 이명박근혜 정권 들어 임명된 재판관이 대부분이에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만 봐도 8대 1로 나오고 했기 때문에, '정권의 공범인 사람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국민들은 느끼고 있는 거죠."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는 것이 권 변호사의 진단이다. "엄청난 국민들의 열망, 분노가 표출되고 그것이 (촛불집회 등의) 참여로 나타나니, 헌재 내부적으로 '자칫 우리가 심판 받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커졌다"는 것이다.

    "(탄핵 심사가 늘어지거나 기각될 경우) 시민들 사이에서 '헌재를 폐지하자'는 얘기가 나올 겁니다. 헌재가 옛날부터 있던 것도 아니고, 사실 얼마든지 없앨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헌재는 몸 조심해야 할 뿐 아니라, 여러 범죄에 연루돼 있는 대통령을 지키다가 똥 묻이는 걸 싫어할 수도 있죠. (헌재도) 공범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드러나 있는 범죄자(박 대통령)와 똑같이 취급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부담스러울 겁니다. 그래서 대체로 보면 헌재가 박근혜 씨를 두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높습니다."

    ◇ "머뭇거리고 눈치보고 계산하려 했던 제도 정치, 광장의 국민이 모조리 지적"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열리는 9일 시민들이 탄핵소추안 가결을 바라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광장의 정치'가 '제도의 정치'를 끌고 왔다는 데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었다.

    "제도 정치는 계속 머뭇거리거나 눈치를 봤고, 계산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계산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국민들이 광장에서 모조리 지적했습니다. '너희들 그러면 다 심판하겠다'고 말이죠. 이번 촛불집회는 기존의 흐름과는 완전히 달라 보여요. 예전에는 '나 한 사람 안 나가면 어때'라고 했다면, 지금은 '나라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실제로 조직된 사람들은 일부이고, 대부분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이잖아요. 시민들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열기가 쉽게 가라앉을 수 없죠."

    '한국 사회의 후퇴한 민주주의를 광장에서 바로잡아 가는 시민들에 대한 생각'을 묻자 권 변호사는 "매우 놀랍다"고 답했다.

    "사실상 '거의 유신시절로 돌아가지 않았느냐' '민주주의가 소멸해 가는 과정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국민들이 이것을 일거에 뒤집고 스스로 민주주의를 실현해내고 있어요. 매우 놀랍습니다. 우리는 매우 커다란 후퇴를 경험하고 있었고, '그것을 회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우려가 계속돼 왔는데, 불과 한 달여 만에 기존보다 훨씬 성숙한 민주적인 질서를 회복시켜내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니까요."

    권 변호사는 "광장의 목소리가 박근혜 퇴진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체제 변혁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언론·재벌·검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적어도 우리 손으로 직접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국민소환제(선거 따위로 선출해 임명한 국민의 대표나 공무원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민의 발의에 의해 파면·소환하는 제도)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사드 배치,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일 군사비밀 정보보호협정 문제 등 다른 사안에서도 마찬가지로 국민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요. 결국 단순히 한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력 교체, 그러니까 수구세력을 교체하지 않으면, 재벌과 권력의 카르텔 구조를 깨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변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체감하고 공유하고 있는 겁니다."

    그는 광장의 경험을 공유한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간 뒤 펼쳐낼, 생활 속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우리는 1987년 6월항쟁을 경험했습니다. 당시 민주화운동이 노동자대투쟁으로 바로 연결됐고, 지방자치제도 확산돼 나갔어요. 정치의식은 결국 시민의식과 같이 발전하게 돼 있다고 봅니다. 시민들이 각자 생활하는 곳에서 매우 민주적인 의식이 고양돼 가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시민들은 일상에서 굉장히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요구를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이어질 걸로 예상됩니다."

    ◇ "시민 스스로 운명 바꿔가는 위대한 과정…시민혁명이라 이름 붙이는 게 아주 적절"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언론노조 주최로 열린 총력투쟁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금의 탄핵정국은 체제 변혁의 시작이라고들 말한다. 권 변호사 역시 "(지금의 흐름은)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우리가 좋은 말로 대의적 민주주의라고 했는데, 선거를 통해 뽑힌 대표자들에게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있었고, 유권자·주권자들과는 일상적으로 단절되는 구조를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절실한 요구가 한층 높아지고 있어요. 제도적으로 보면 국민소환제에 대한 의식이 깨어나고 있는 거나, 국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식이 대단히 강해지고 있잖아요. 이는 결국 실질적인 직접 민주주의 강화와 연계돼 있다고 봅니다."

    '직접 민주주의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정치권·사정기관을 향한 당부의 말'을 요청하자, 권 변호사는 "당부보다는 오히려 경고로 알아들어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지금처럼 권위적인 태도를 그대로 취하고 벽을 쌓는다면 국민들이 벽을 허무는 정도가 아니라 존재를 통째로 날려버리려 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주권자, 주인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제대로 해야 할 때가 왔어요. 결국 의식전환이 필요하고, 정말 그런 기관들이 왜 존재하는지, 본인들의 특권을 위해 하는 건 아닌지, 국민들을 위해 정말 봉사하는 공복으로서 하는지 이제는 획기적인 의식전환을 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을 받게 될 거예요."

    그는 "사실 지금까지 지나치게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자기와 직접 연관된 것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편견·불안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시민들을) 보니까 그게 전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무관심이잖아요. 시민들이 그것을 일거에 깨부수고 나오고 있는 거죠. 결국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정치라는 것을 시민들이 알게 된 겁니다. 우리는 권력과 정치가 특정 세력에 독점됐을 때 얼마나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뼈저리게 알게 됐어요. 결국 국민 스스로 권력의 주체라는 것을 자각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겁니다."

    권 변호사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시민혁명이라고 이름 붙이는 게 아주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스스로를 권력의 주체로 인식하고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광장에 나오시는 많은 시민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시민혁명이라고 말하는 거죠. 시민 스스로, 자기 의지로 자신이 처한 운명을 바꿔내는 위대한 과정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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