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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4시 공식 기자회견 전까지 15일 경기 출전 여부를 최종 결정짓겠다."
다른 선수가 경기 며칠 전 이런 돌출발언을 했다면 당연히 ''초비상''이 걸렸을 터. 하지만 그 발언의 주인공이 ''익살쟁이'' 사쿠라바 카즈시(40, 일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13일 ''드림4''대회 출전선수 개별인터뷰가 열린 일본 이스트 21 도쿄호텔.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일본 기자들이 갑자기 몰려들었다.
곧바로 ''경기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사쿠라바의 중대발표(?)가 이어졌다. 하지만 주변에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ㅋㅋㅋ. 여기저기서 웃음소리만 크게 번졌다. 적막감이 감돌던 인터뷰장도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바로 ''사쿠라바의 힘''이다.
사쿠라바는, 최근 인기몰이 중인 격투기스타 추성훈(32)이 지난해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보온크림 사건''의 원흉(?)으로 찍히는 바람에 국내에 안티팬이 많이 생겼지만 역시 프로다웠다.
이날 사쿠라바는 시종일관 여유 넘치는 표정과 익살스런 답변으로 인터뷰를 주도했다. 짐짓 심각한 척 있다가 이내 생글생글 거리며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불혹을 넘긴 파이터에게 적당한 표현은 아니지만 귀엽다. [BestNocut_R]
''드림4''대회 미들급 8강전에서 ''사람잡는 타격가'' 멜빈 마누프(32, 네덜란드)와 맞붙는 사쿠라바는 "마누프의 시합을 몇 번 본 적 있는데 좀 무서웠다. 상대 펀치에 죽고 싶지 않다"며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어 "아직 마누프의 얼굴을 못봤다. 14일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직접 대면하고 난 후 출전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해보겠다"며 그는 웃었다. 알다시피 마누프는 인상으로 반은 먹고 들어갈 정도로 험악해 보인다.
경기 당일 본인 시합 차례를 코앞에 두고도 대기실에서 쿨쿨 잠을 잔다는 사쿠라바. 비록 흐르는 세월에 못이겨 기량은 하향세에 접어들었지만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로움과 유머러스한 성격은, 그가 왜 오랫동안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격투가가 됐는 지를 잘 대변해준다.
사쿠라바 카즈시와 멜빈 마누프의 경기는 오는 15일 오후 5시 ''드림4'' 미들급 8강 토너먼트(일본 요코하마 아레나 개최)서 메인 이벤트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