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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환이 산 '젓가락' 땅, 35년 만에 서울시민에 불똥



법조

    전경환이 산 '젓가락' 땅, 35년 만에 서울시민에 불똥

    法 "새마을중앙회 토지에 설치한 공원 시설물 철거하라"

    전경환 씨가 사무총장이던 시절 새마을본부가 매입했던 서울 우장산 공원 인근 토지(자료=스마트뉴스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74) 씨가 새마을운동중앙본부(현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총장을 지낼 때 매입한 토지가 송사에 휘말리면서 서울 우장산공원 인근 주민들이 산사태 위험에 노출될 처지에 놓였다.

    사연의 발단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마을본부는 전 씨가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1981년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대지와 임야 등 약 1,000㎡를 매입했다. 폭이 좁고 동서로 길이가 길어 흡사 젓가락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양의 토지였다.

    그로부터 1년여 뒤 서울시는 강서구 일대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1988년에 우장산공원을 준공했다. 당시 새마을본부가 사들였던 땅은 공원과 맞닿아 있었지만, 공원용지로 편입되지는 않았다.

    같은 해 전 씨가 깊숙이 관여했던 '새마을 비리'가 터졌다. 노태우 정권 출범 직후 '5공 비리' 수사의 첫 타깃이 된 그는 새마을 사업 공금 73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횡령)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혐의 중에는 전 씨가 우장산공원 조성계획을 알고 서울시 측에 시설공사 규모를 늘리게 한 뒤 특정 업체가 입찰을 따낼 수 있도록 해준 대가로 새마을본부 회장실에서 1억 원짜리 수표 2장을 받았다는 내용도 있었다.

    1981년부터 1987년까지 새마을본부 사무총장 및 회장을 지내면서 새마을 관련 사업을 쥐락펴락했던 전 씨는 결국 법정에서 징역 7년을 받았으나 2년 10개월만 복역한 뒤 특별사면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낳은 장본인이 됐다.

    젓가락 모양의 토지가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말부터였다. 새마을중앙회가 화곡동 토지를 측량한 결과 일부가 도로 또는 우장산공원 용지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새마을중앙회는 이 땅을 공원부지에 편입시키거나 보상을 해달라고 촉구하면서 서울시와 강서구를 상대로 법원에 토지 인도 소송을 냈다. 강서구가 새마을중앙회 땅에 설치한 시설물을 철거하고 무단 점유에 따른 부당이득을 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우장산 공원. (사진=구글어스 화면 캡처)

     

    현재 이 땅에는 우장산공원 산자락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모아 흘려보내는 배수 집수정과 배수관로, 비탈면 보호용 옹벽, 산사태 방지용 호안블럭 등 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시설들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법원은 새마을중앙회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33부(이경춘 부장판사)는 "서울시는 각 시설물을 철거하고, 강서구는 원고에게 토지를 인도하는 한편 도로 옹벽(길이 10m)을 철거하라"고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법원은 또 "피고들은 원고에게 부당이득 1억 2,000여만 원과 함께 토지 인도일까지 매월 17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시와 강서구는 "원고가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부터 임야 형태로 존재했고, 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원상복구를 하더라도 원고가 이 토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려워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토지가 폭이 좁고 동서로 길이가 긴 완경사 형상을 하고 있어 이용가치가 다소 떨어져 보이기는 하지만, 대지의 형상 및 지세가 다소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이용가치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산사태 방지 블럭 등 시설물을 철거할 경우 산사태의 우려가 높아 공공의 안전을 해칠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인접도로의 통행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피고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15년 동안 강서구의 불법적인 토지 사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보상을 촉구했음에도 피고들이 적극적인 조치나 문제 해결 노력 없이 손해보전 절차를 지연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1심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면서 "해당 토지는 동서로 길고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토지 형태여서 건축을 하기에 적절치 않고, 뒤쪽으로는 우장산과 접해 있으면서 경계가 될 만한 것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토사유실과 안전 문제 때문에 산사태 방지 블럭 등 시설물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대법원에 상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RELNEWS:right}

    이 판결이 확정되면 서울시와 강서구는 우장산공원 용지 일부를 새마을중앙회 측에 내어주고, 산사태 방지 시설도 철거해야 한다. 전경환 사무총장 체제의 새마을본부가 35년 전에 매입한 땅에 대한 불똥이 강서구민에게로 날아든 셈이다.

    새마을중앙회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오래 전 일이라 당시 토지 매입 경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전 씨가 이용가치가 적은 땅을 구입한 이유를 묻고자 했으나, 그는 현재 사기 혐의로 기소돼 안양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여서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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