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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권력, 강해보이지만 사실은 취약해"



통일/북한

    "北 권력, 강해보이지만 사실은 취약해"

    <장성택의 길> 저자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 인터뷰

    - 북한 2인자에서 형장의 이슬로
    - 세습 권력 속 경계인이었던 장성택의 삶 책으로
    - ‘숙청’ 권력승계 제도화 안된 北 지도자의 숙명
    - 北 체제유지 위해 핵&미사일 개발 포기 못해
    - 3대세습 한계, 北 개방정책 펼 수 없어
    - 강경책도 유화책도 북한에겐 안먹힐 것
    - 대북정책, 일회성 아닌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2월 16일 (화) 오후 7시 1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라종일 교수 (한양대 국제학부)

    김정은 제1비서(사진=조선중앙통신)

     

    ◇ 정관용>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저희 시사자키는 여러 어르신들의 고견을 좀 청해듣고 있습니다. 오늘 초대한 분은요,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이십니다. 잘 아시다시피 김대중 정부 시절에 국정원 1차장 또 참여정부 때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 지내셨던 최고 북한전문가 중의 한 분이신데요. 특히 최근에 <장성택의 길=""> 이런 책을 또 펴내셨습니다. 북한의 2인자였다가 처참하게 처형당한 장성택, 그 삶을 기록한 책을 또 펴내셔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좀 여쭙고 요즘 남북관계, 대북정책에 대한 말씀 좀 듣기 위해서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라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 라종일> 안녕하세요.

    ◇ 정관용> <장성택의 길=""> 이런 책을 써야 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시게 됐어요?

    ◆ 라종일> 혹시 아시는지 모르지만 한 2년 전에 버마에서 죽은 북한 테러리스트 전기를 쓴 일이 있습니다.

    ◇ 정관용> 네, 맞아요. 아웅산 테러.

    ◆ 라종일>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이라는 사람인데 본래 이름은 강영철이죠. 그런데 이 사람이 북한에서는 완전히 버림을 받고 남한에서도 별 관심이 없고. 제가 정부에서 일하면서 그 사람을 어떻게 꺼내주려고 애를 썼는데 못 했어요. 왜냐하면 남북한이 모두 다 이 사람이 남한이든 북한이든 돌아오는 걸 반겨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남북한 관계가 좋으니까 그게 좀 남북한 관계에 껄끄러운 존재가 될까 봐서. 그전에는 그 사람 동정을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결국은 남북한 갈등의 희생으로 된 사람인데. 또 전두환 대통령께서 버마에 가신 것도 사실은 무슨 외교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하는 그런 의심도 많이 있었고.

    ◇ 정관용> 어떤 목적이요? 외교가 아닌?

    ◆ 라종일> 그게요, 일반적인 관측이 그거였어요. 뭐냐 하면 자기 대통령으로 7년 임기를 다 끝낸 다음에도 뒤에 남아서 실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배우려고.

    ◇ 정관용> 섭정하려고.

    ◆ 라종일> 그렇죠. 네윈이 그랬거든요. 버마의 네윈이. 네윈의 제도를 배우려고 그랬어요. 외교부도 놀랐고 그때 안기부도 반대하는 여행인데 거기로 가서 좀 희생이 된 건 강민철입니다, 결국은. 그 사람은 그런데 자기 얘기를 하나도 못 하고 거기에서 죽었어요.

    ◇ 정관용> 그러니까 이 사람은 버마에서 수감된 상태에 있다가 죽은 거죠.

    ◆ 라종일> 네, 25살에 감옥에 들어가서 25년 있다가 죽었어요. 그런데 제가 좀 동정을 해서 그쪽 정보부하고 협의를 해서 이 사람 면접 허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죽기 한 얼마 전에는 라면, 김치 같은 걸 얻어먹고 그런 정도였어요. 그게 제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아무 말도 못하고 죽었기에 저는 너무 안 돼서. 그리고 버마를 쫓아가서 어떻게 됐나 봤더니 아무 것도 남은 것도 없어요. 시체 같은 것도 없애버리고 불태워서 유물이 남은 것도 없고 사람 하나가 완전히 없어진 겁니다. 역설은 뭐냐 하면 그런데 전두환하고 김일성은 또 굉장히 친해졌어요. 그렇게 둘이 친하면서도 젊은 애에 대한 관심은 아무 것도 없었고 햇볕정책 중에서도 아무 관심도 없고. 그래서 제가 그 사람이 죽었을 때 책으로라도 이 젊은이를 다시 세상에 끄집어낼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장성택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니까 보통 정상적인 나라 같으면 이 정도 사람이라면 자서전도 있고 자기가 할 얘기도 많이 있고 재판을 당했을 때도 우선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어도 자기 할 말은 있잖아요. 이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하고 죽었어요. 남긴 것도 없고.

    ◇ 정관용> 묘지도 없다는 것 아닙니까?

    ◆ 라종일> 없어요. 시체도 없어요.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을 책으로라도 세상에 다시 살려놓을 생각을 했습니다.

    ◇ 정관용> 실제로 만나보신 적 있으세요?

    ◆ 라종일> 없습니다.

    ◇ 정관용> 없으세요?

    ◆ 라종일> 많이 알고는 있었지만.

    ◇ 정관용> 국정원이나 청와대에 계실 때에도 만날 일은 없으셨고?

    ◆ 라종일> 네. 만난 일은 없었어요.

    ◇ 정관용> 우리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좀 소개해 주세요. 장성택. 어떤 사람이죠?

    ◆ 라종일> 장성택은 우선 말하자면 핵심 계층, 북한에서 일제시대 때 농민운동을 하던 그런 가정 배경으로 태어났는데 오히려 김일성 정권에서는 그게 터부시 되는 거였어요. 김일성 정권은 자기의 항일운동 빼놓고 나머지는 거의 아무 의미가 없는.

    ◇ 정관용> 인정을 안 하죠.

    ◆ 라종일> 그 농민운동을 했던 파도 모두 숙청했어요, 나중에. 김일성 정권의 휘하에서는 그렇게 출신성분이 좋은 편이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대학에 다닐 때 김일성 수령의 딸하고 아주 열렬한 열애를 해서.

    ◇ 정관용> 김경희죠.

    ◆ 라종일> 김경희죠. 김일성은 굉장히 반대를 해서 그 둘을 떼어놓으려고 했는데 이 여자가 전혀 말을 안 듣고. 아마 북한에서 김일성의 뜻을 반해서 자기 뜻을 관철할 수 있는 건 김경희 하나밖에 없었을 겁니다.

    ◇ 정관용> 그래서 결혼을 했죠?

    ◆ 라종일> 결혼을 했어요. 결혼을 하고 중역이 됐죠. 중요한 인물로 2인자라고 불리울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 정관용> 김일성 시대부터 2인자?

    ◆ 라종일> 그러니까 김일성 시대에도 했어요. 왜 그러냐 하면 김정일이 실권을 모두 운영을 했거든요. 그런데 김정일 눈에 아주 잘 보였어요. 그래서 중역이 됐는데 저는 그 사람의 정권에서의 위치를 말하자면 문턱에 서 있는 사람 같은, 부잣집에 장가를 든 사위의 입장이라는 것이 늘 그렇죠. 완전히 안도 아니고 완전히 바깥도 아닌 중간에 있는. 한쪽으로는 체제에서 혜택을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 정관용>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 라종일> 그렇죠. 너무 유능해도 또 경계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문턱에 서 있는. 그런데 우리나라 속담에 그런 속담이 있어요. 문턱에는 앉지도 말고 서지도 말고 하라는 속담. (웃음) 아무튼.

    ◇ 정관용> 태생부터 그리고 결혼에 이르는 스토리가 이 사람을 문턱에 세워놓은 거군요.

    ◆ 라종일> 그렇죠. 말하자면. 그러니까 그 체제 안에 있으면서도 체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안목이 있는, 거기에 그런 얘기가 나오죠. 황장엽이 자기 스승이었는데 황장엽이 80년대 중엽에 ‘이러다가 우리나라 경제 파탄 나겠다’ 그러니까 장성택은 ‘파탄은 안 납니다’ 그러니까 황정엽 씨가 놀라서 ‘어떻게 잘 될 방법이 있느냐’ 하니까 ‘그게 아니라 이미 경제가 파탄했는데 또 파탄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 정관용> 더 망할 게 없다.

    ◆ 라종일> 네. 그러니까 체제 안에 완전히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prospect를, 전망을 갖기가 어렵죠. 말하자면 문지방에 서 있는 사람이니까.

    ◇ 정관용> 그렇죠. 그런 걸 볼 수 있었다.

    ◆ 라종일> 바깥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죠.

    ◇ 정관용> 김정일 시대부터 이미 권력 2인자에 갔었고.

    ◆ 라종일> 그렇죠.

    ◇ 정관용> 그러면서도 약간 개혁개방파, 이런 쪽이었었고.

    ◆ 라종일> 이렇게 가면 안 된다 하는 걸 생각을 하고 주로 생각한 게 중국이었어요. 중국 보면 개혁개방하니까 금세 이렇게 잘 살게 되지 않냐. 왜 우리가 못할 이유가 뭐냐. 김정일로서는 하면 안 되죠.

    ◇ 정관용> 그러다가 이제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하게 되죠.

    ◆ 라종일> 그렇죠. 김정일을 옹립해서 권력 권좌에 앉히고 그걸 운영하는 데에서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죠.

    ◇ 정관용> 진짜 실질적인 2인자가 됐던 거죠.

    ◆ 라종일> 그렇죠. 거의 그렇죠.

    ◇ 정관용> 그러니까 김정은으로 넘어간 게 2011년.

    ◆ 라종일> 그렇죠.

    ◇ 정관용> 장성택이 처형당한 게 2013년. 2년 있다가. 그런데 이 책에도 제가 머리말에 직접 쓰신 걸 봤는데 라 교수님은 2011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직후에 장성택이 아마 숙청당할 것이다. 그것도 2년 정도 후. 이렇게 예언을 하셨다고요?

    ◆ 라종일> 네. 예언이라고 하니까 조금 이상하지만 그것은 뭐 거의 교과서적인 얘기입니다.

    ◇ 정관용> 왜 그렇죠?

    ◆ 라종일> 유일한 권력체제 하에서.

    ◇ 정관용> 2인자를 인정 안 해요?

    ◆ 라종일> 2인자라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원래. 그래서 2인자라는 게 숙청당하기 딱 좋은 그런 것이고. 더구나 눈에 거의 보였어요. 김정은이 권력에 정착을 하는 과정에서,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희생되는 건 장성택이라는 건 눈에 띄게 보였죠. 그러니까 근본적인 원인은 뭐냐 하면 근대가 되면서 큰 변화 하나가 세상사에 모두 다 규칙이 생기는 겁니다. 규칙에 따라서 하는 거죠.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정치권력을 둘러싼 투쟁에 규칙이 생겨요. 진 자가 승복을 하고.

    ◇ 정관용> 어쨌든 그런 근대적 권력투쟁의 규칙상 독재국가에서는 2인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 라종일> 네. 그것보다 먼저 중요한 문제가 뭐냐 하면 북한이 권력승계를 제도화하는 데 실패한 겁니다.

    ◇ 정관용> 그렇죠.

    ◆ 라종일> 실패하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 3대 세습까지 온 거죠.

    ◆ 라종일> 세습으로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세습된 권력이라는 게 제도적으로 정당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 정관용> 불안하죠.

    ◆ 라종일> 불안하고 주변을 계속 쳐야 해요.

    ◇ 정관용> 쳐야 되고.

    ◆ 라종일> 그러니까 아시다시피 김정일의 관을 호송했던 중신 7명 중에 지금 5명을 처형했죠.

    ◇ 정관용> 그 처형은 앞으로도 계속 될까요? 얼마 전에 리영길 총참모장도 처형됐잖아요.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 라종일> 그렇죠. 그러니까 이런 걸 이제 폭군 혹은 참주라고 하는 정통성이 없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건 이 사람들이 제일 큰 단점은 뭐냐 하면 적하고 친구를 구별할 수 없다.

    ◇ 정관용> 가까울수록 더 위험하네요.

    ◆ 라종일> 가까울수록 위험하고 많은 권력을 가질수록 더 위험해지고.

    ◇ 정관용> 지금 이미 한 5년쯤 돼서 김정은 체제도 꽤나 좀 안정되고 공고화된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그럼에도 끊임없이 주변을 쳐요?

    ◆ 라종일> 공고화할 수가 없어요, 근본적으로.

    ◇ 정관용> 계속 앞으로 그렇게 갑니까?

    ◆ 라종일> 그렇죠. 앞으로 계속 그렇게 쳐야 해요.

    ◇ 정관용> 김정일도 그랬어요?

    ◆ 라종일> 김정일도 그랬어요. 김정일도 엄청난 황색바람이니 심화조 사건. 수천 명을 숙청한 겁니다.

    ◇ 정관용> 오늘 5월에 삼십 몇 년 만에 당대회가 열리지 않습니까? 노동당. 그 대회를 계기로 마지막 숙청을 하고 당대회에서 확실한 김정은 체제의 어떤 등장. 이제는 숙청 같은 것 없을 것이다, 이렇게 전망하는 학자들도 있던데 아닌가요?

    ◆ 라종일> 그게 제 생각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냐 하면 제도화된.

    ◇ 정관용>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 라종일> 제도화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체제의 분석에서 대개 북한 전공하는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이 권력승계를 제도화하지 못한 데에서 나오는 것이 문제예요. 이게 제도화를 못하면 지도자라는 것이 늘 카리스마틱한 영웅적인 지도력을 발휘해야 해요. 그러니까 저번에 TV에 나오는 걸 보면 수소폭탄 실험을 본인이 직접 사인을 하고.

    ◇ 정관용> 미사일도 또.

    ◆ 라종일> 미사일도 직접 하고. 이런 식으로 혹은 미국을 핵폭격을 하겠다든지 이런 식으로 영웅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하니까 한반도 정세가 계속 불안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세가 모두 그렇게 되죠.

    ◇ 정관용> 그러면 김정은 체제가 중국식이나 거기까지 못 가더라도 베트남식이 됐건 어쨌든 그런 어떤 개혁 개방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까?

    ◆ 라종일> 네. 대개 공산주의, 사회주의 나라가 개혁 개방으로 나아갈 때는 지도체제의 변화가 있습니다. 대개 스탈린에서 흐루시초프, 모택동에서 등소평이라든지 4인방 체제라든지 이렇게 지도체제가 변하면서 그 이전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제 그걸 비판을 하면서 새로운 체제로 바뀌는데 이건 자기 피붙이들이.

    ◇ 정관용> 3대 세습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 라종일> 네. 이게 그런 과감한 개혁정책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는 경우에 개혁을 개혁하고 개방을 하는 경우에 이제까지 했던 온갖 무리들이 모두 열려져야 해요. 비난이나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니까.

    ◇ 정관용> 자기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 부정을 못 한다.

    ◆ 라종일> 그렇죠. 그러니까 자기의 커다란 부분이 자기 아버지, 자기 할아버지인데 이것에 대한 비판이 나와야 하거든요.

    ◇ 정관용> 그러면 라 교수님의 그런 분석과 전망에 의하면 북한은 계속 핵, 미사일, 동북아시아 긴장. 이걸 계속 할 수밖에 없다?

    ◆ 라종일> 그렇죠. 적어도 북한의 사태가 그렇게 간단하게 제재를 좀 하고 그래서 바꿀 수 있는 또 설득을 해서 신뢰를 쌓자 해서 바꿀 수 있는 그런 체제가 아니다.

    ◇ 정관용> 그러면 그 제재로는 도저히 굴복이 안 된다.

    ◆ 라종일> 그렇죠.

    ◇ 정관용> 권력의 속성상.

    ◆ 라종일> 네.

    ◇ 정관용> 그럼 그 권력을 내부에서 뒤집어엎는. 그런 북한 내부의 급변사태 이런 건 있을까요, 없을까요?

    ◆ 라종일>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사실은 김정일 시대 때도 사실은 그런 위기가 있었고 북한체제의 근본적인 어려움은 뭐냐 하면 그 영웅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어요. 핵무기든지 미사일이든지 로켓이든지 이런 것밖에 없어요. 그런데 문제가 뭐냐 하면 핵실험을 하고 로켓을 쏘고 해서 주변에 긴장을 조성하는 것까지는 그렇게 한다고 치더라도 이게 모두 다 굉장히 비싼.

    ◇ 정관용> 돈이 많이 들어가죠.

    ◆ 라종일>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겁니다. 그러니까 경제력의 뒷받침 없이는 그걸 할 수가 없어요. 이게 또 하나 난점입니다.

    ◇ 정관용> 그래서 경제는 점점 피폐해질 것이다.

    ◆ 라종일> 그렇죠.

    ◇ 정관용> 그러면 혹시 내부 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 말씀이군요.

    ◆ 라종일>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뭐냐 하면 제가 쉬운 해결책을 보여줄 수 없어서 참 유감입니다만 더 큰 문제는 뭐냐 하면 북한 내부의 무슨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 이 문제가 우리에게 축복이냐 하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어떤 심각한 급변사태 같은 게 일어나는 경우에 이게 반드시 좋은 뉴스냐 하면 그렇지 않을 찬스가 또 많지 않은가. 그러니까 우리가.

    ◇ 정관용> 그때 우려되는 것들은 뭡니까, 그러면?

    ◆ 라종일> 불안정한 사태죠. 일종의 위기가 촉발될 수 있죠. 그러니까 몇 가지 위기가 뭐냐 하면 통치기능이 마비되든지 내란상태에 들어간다든지 통치 불가능하게 되는 상태가 났을 때.

    ◇ 정관용> 대규모 난민 이런 것.

    ◆ 라종일> 그렇죠. humanitarian crises가 있을 수 있죠. 난민이라든지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든지.

    ◇ 정관용> 또 국지적인.

    ◆ 라종일> 충돌 같은 것들, 그것도 문제죠. 그러니까 군사적인 위기도 있을 수가 있죠. 그런 충돌 같은 것이 있을 수 있고 더구나 대량살상무기가 있으니까 이것도 참 다루기가 힘들어지는 그런 문제가 있고 humanitarian crises하고 군사적인 위기하고 세번째로 우려되는 건 국제관계의 위기가 있어요. 왜 그러냐 하면.

    ◇ 정관용>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 이런 문제.

    ◆ 라종일> 그렇죠. 한반도 주변에는 이상하게 세계에서 제일 강력한 나라 넷이 포진을 하고 있는데 북한에서 만일 힘의 공백이 생기는 경우, 이 네 나라들이 이걸 어떻게 하겠다는 합의가 아무 것도 없어요, 준비도.

    ◇ 정관용> 없죠.

    ◆ 라종일> 네 나라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요. 그런데 이걸 우리가 다 처리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금 생각해 봐야 합니다.

    ◇ 정관용> 아주 큰 틀에서 북한의 앞으로의 모습,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내부 급변이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다 정도이지, 지금 우리가 제재를 하면 당연히 그렇게 될 거다, 이렇게도 말할 수 없는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 라종일> 그렇습니다.

    ◇ 정관용> 자, 그런 걸 전제로 했을 때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는? 대북정책의 기조를 어떻게 가져가는 게 맞습니까?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서 과거의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사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라종일> 대통령께서 그렇게 결정을 하셨으면 일단은 우리가 그걸 대통령의 처지를 이해해야 하고 우리나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일단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반면에 북한을 제재를 해서 결국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일어난다든지 또 정권교체가 일어난 이후에 우리가 그 사태를 잘 마련할 수 있는 그런 대비책이, 준비가 필요하겠죠. 그러니까 바둑을 두면 어떤 수 하나가 아주 훌륭한 그런 수는 없습니다. 그 이후에 잇따라 나오는 수를.

    ◇ 정관용> 어떻게 만들어나가느냐.

    ◆ 라종일> 네. 과연 정부에서 그런 정책을 취했으면 강경한 조치를 취한 다음에 일어날 사태는 무엇인가.

    ◇ 정관용> 거기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라.

    ◆ 라종일> 네. 그다음에 계속 두어야 하는 후속 수는 무엇인가 하는 것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 정관용> 그런데 그게 가능해요? 우리가 만들어내면 만들어낼 수 있는, 머릿속으로 굴린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걸 실현가능하게 해야 되잖아요.

    ◆ 라종일> 머리만 갖고 되는 문제는 아니죠. 여기에는 여러 가지 능력이 모두 필요하겠죠.

    ◇ 정관용> 국제관계에서도 다 동의를 얻어내야 하고.

    ◆ 라종일> 우선 남한 내부에서, 우리 내부에서 충분한 의견 교환하고 충분한 소통, 의사소통을 통해서.

    ◇ 정관용> 합의를 만들고.

    ◆ 라종일>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 정관용> 그런데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의 중책을 맡으셨던 입장에서는 햇볕정책이 옳다고 믿으셨던 것 아니겠습니까?

    ◆ 라종일>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지금 박 대통령의 정책은 정반대란 말이에요. 일단 대통령이 그렇게 선택했으면 일단은 정부의 시책대로 갈 수밖에 없다라는 의미에서 일단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표현하신 것 같은데. 이 길이 틀렸으면 틀렸다고 또 비판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 라종일> 아닙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어떤 한 수가 틀렸다, 안 틀렸다. 이렇게 얘기하기는 힘듭니다.

    ◇ 정관용> 그 뒤 수로 보면 된다?

    ◆ 라종일> 제가 햇볕정책 때도 우리 뜻대로는 안 되리라 하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우리 뜻대로는 안 되는 것이 우리는 햇볕정책을 하면 점차로 북한체제가 바뀌고.

    ◇ 정관용> 더워서 외투를 벗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라종일> 그거는 나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외투를 벗길 생각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이솝우화에서 얘기인데 말하자면 햇볕정책이라는 게 전략적인 의도로 추진이 되면 안 된다. 저는 마태복음을 따르자고 그랬어요. 마태복음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하시기 전에 하느님이 햇빛을 주는 것은 악한 자, 선한 자, 여자, 남자, 이방인, 유태인, 가리지 않고 햇볕을 골고루 준다. 저는 햇빛의 의미를 그렇게 쓰자고 그랬어요.

    ◇ 정관용> 아, 어떤 목표를 가지고.

    ◆ 라종일> 그렇죠. 정책적인 목표든지.

    ◇ 정관용> 옷 벗기기용 이게 아니라 그냥 해야 하니까.

    ◆ 라종일> 그렇죠. 식량을 주고 의약품을 주고 하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죠.

    ◇ 정관용>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북한도 핵이나 미사일 등등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 그걸 통해 북미수교도 하고 그리고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자기들 체제를 인정받으면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이런 위기가 고조된 이후에는 대화국면이 다시 열릴 것이다. 그걸 잘 이끌어야 한다는 분석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라종일> 저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 정관용> 아, 그것도 아니다.

    ◆ 라종일> 이제까지 말씀드린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의 권력 자체에 있어요. 그러니까 제도화되지 않은 권력 자체에 있기 때문에 미국하고 대화가 이루어지고 미국의 인정을 받는다고 해서 북한 지금 현 지도층의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북한 지금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일 어려운 문제는 어떻게 자기 권력을 지키고 자기 집안의 권력을, 그러니까 저는 그걸 ‘국가권력의 사유화’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이게 현대사회에서는...

    ◇ 정관용> 인정될 수 없다.

    ◆ 라종일> 인정되기가 힘들죠. 또 오래 쌓인 수천년 동안에 사람이 경험해서 봐도 오래 갈 수가 없어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 라종일>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미국이라고 할지라도 지금 김정은 정권의 권력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는 없어요.

    ◇ 정관용>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도 그런 선택을 하게 될 수 없을 것이다.

    ◆ 라종일> 그렇죠.

    ◇ 정관용> 북미수교도 핵 포기 이런 걸 안 할 것이다?

    ◆ 라종일> 어렵죠.

    ◇ 정관용> 어렵다. 그러면 결국 동북아 안정, 통일 이것까지 내다본다면 계속 우리는 이 긴장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면서 북한에 무슨 변화가 생기기를 또 북한에 변화가 생기도록 만드는.

    ◆ 라종일> 생깁니다.

    ◇ 정관용> 대신에 변화가 생겼을 때 생겼을 때 어떻게 그 후속조치를 할 것인가 준비하는. 이걸 할 수밖에 없다.

    ◆ 라종일> 그런 역량이 중요하죠. 통일이라는 개념도 조금 달리 생각해야 하지 않나.

    ◇ 정관용> 정말 먼 과제고요, 그건. 일단은 관리부터 해야죠.

    ◆ 라종일> 그렇죠.

    ◇ 정관용> 북한 권력의 속성 그 기본성격이 이런저런 변화를 용납 못 한다. 그리고 이 정권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 라종일> 그렇죠. 아주 강하게 보이는 권력인데도 사실은 굉장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그런.

    ◇ 정관용> 알겠습니다. 참. 아주 기나긴 고난의 길이 눈앞에 펼쳐 보이는 것 같아서 교수님 말씀 들으니까 좀 암담하긴 합니다만.

    ◆ 라종일> 이보다 더 어려운 시기도 더 많았었는데요.

    ◇ 정관용> 대비할 것이 있다면 대비를 철저히 해야죠. 오늘 여기까지 일단 말씀 듣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라종일> 감사합니다.

    ◇ 정관용> 한양대학교 라종일 석좌교수와 함께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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