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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선발승' 롯데를 살린 고원준의 체인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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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은 불펜투수들이 고생할 겁니다"

19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양승호 롯데 감독이 남긴 말이다. 3,4차전 선발 대결에서 SK에 상대적으로 밀린다고 판단한 양승호 감독은 불펜 총동원령을 내렸다. 선발투수는 첫번째로 나서는 투수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모든 게 우려였다. 선발 고원준이 6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조기 등판을 각오했던 불펜투수들은 여유로운 자세로 경기를 지켜봤다. 자신도 살리고 팀도 살린 호투였다.

고원준은 올해 가을 첫 선발등판 경기에서 고개를 숙였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⅓이닝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양승호 감독은 "고원준이 상대와 싸울 수 있게 3~4회까지만 끌어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 전에 실점하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고원준은 5⅓이닝동안 탈삼진 4개를 곁들이며 3피안타 2사사구(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양승호 감독의 기대를 뛰어넘은 놀라운 호투였다.

직구 최고구속은 144km. 고원준의 직구는 전반적으로 130km대 후반에서 140km대 초반에 형성됐다. 2회에 연속안타를 맞고 위기에 빠지자 고원준은 3회부터 직구 위주였던 볼 배합에 변화를 줬다. 체인지업의 비율을 매이닝 30% 이상씩 가져갔다.

고원준의 체인지업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춤을 추듯 요동쳤다. 체인지업과의 조화는 직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SK 타자들은 속절없이 방망이를 헛돌렸다. 실투도 있었지만 손아섭과 황재균이 고비 때마다 그림같은 수비로 고원준을 도왔다.

고원준이 롯데가 3-0으로 앞선 6회 1사 후 볼넷과 안타를 내주자 롯데는 주저없이 김성배를 투입해 굳히기에 들어갔다. 고원준이 일찍 무너졌을 때를 대비한 이승호 카드를 아낄 수 있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롯데의 소득은 컸다. 딱히 내세울만한 선발카드가 없는 4차전 경쟁력이 커졌다.

[BestNocut_R]게다가 마무리 정대현이 2차전이 끝난 뒤 왼쪽 무릎 근육통을 호소해 이날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처지였다. 고원준의 호투가 정대현의 빈 자리를 줄였음은 물론이다.

또한 롯데가 4-1로 승리하면서 고원준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롯데 선수 가운데 유일한 선발승의 주인공이 됐다. 팀내 최다승 투수인 유먼도, 토종 에이스인 송승준도 아닌 고원준이 선발진 첫승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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