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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라이언 킹' 이동국(전북)은 그저 '게으른 천재'일 뿐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의 최종 선택을 받지 못한 그는 동료들의 4강 신화를 제대로 지켜볼 수 없었다. 이동국에 따르면 전국이 월드컵의 붉은 열기로 가득했던 당시 그는 술로 하루하루를 지냈다. 스스로 폐인과도 같았던 시간이라고 했다.
결국 그는 월드컵 4강이라는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쓴 동료들과 달리 이듬해 군입대를 통해 절치부심의 기회를 노렸다.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실패와 K리그 복귀 후 부진한 기억도 있지만 현 소속팀 전북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덕분에 축구대표팀에도 복귀하고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분명한 입지를 구축했다.
꼭 10년 만이다. 이동국이 다시 히딩크 감독의 앞에 선다. 이동국은 2012년 K리그 올스타의 일원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멤버들을 상대하게 됐다. 지난 악연을 딛고 '라이언 킹'의 포효를 보여줄 기회를 잡은 것.[BestNocut_R]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월드컵 대표팀 초청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2'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동국은 "그 당시에 내가 월드컵에 출전했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다. 그 당시의 시련이 내게는 좋은 약이 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동국은 "당시 히딩크 감독에게 선택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으면서 "내일은 히딩크 감독님을 다시 만나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를 위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