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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14일은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역사가 쓰여진 날로 역사에 남게 됐다.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인천과 포항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5라운드가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유례가 없는 무관중 경기의 발단은 지난 3월24일 열린 인천과 대전의 경기다. 경기 후 인천의 마스코트가 대전 서포터에 의해 폭행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했고, 결국 양 팀 서포터간의 충돌까지 빚어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관중 소요사태의 책임이 있는 인천에게 '제3지역'에서 홈경기를 치르는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인천은 수위가 더 높은 무관중 경기를 택했다. 제3지역에서 경기를 치르는 비용과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손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숨은 이유였다.
프로축구 역사상 최초의 무관중 경기에 프로연맹은 물론, 인천 구단도 준비할 것이 많았다. 인천의 한 관계자는 "다시는 이런 홈경기는 치르고 싶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을 정도다.
이 경기에 앞서 프로연맹은 앞서 무관중 경기를 치러본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자문을 구했다. 그러나 뾰족한 수는 없었다. 경험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될 뿐이었다. 무관중 경기가 열린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을 찾은 프로연맹 소속 한 직원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매뉴얼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몽규 총재와 안기헌 사무총장을 비롯해 프로연맹 관계자들은 평소에 비해 많은 인원이 인천-포항의 경기가 열리는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을 찾았다.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기장 내부와 외부가 완벽하게 차단되지 않은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의 구조적 특징에 따라 혹시 모를 일부 서포터의 경기장 난입도 예상됐지만 불상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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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을 응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은 일부 인천 서포터들은 경기에 앞서 주변 청소를 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사죄했다. 이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경기장 바깥에서 응원가를 부르고, 응원구호를 외쳤다. 이에 경기 후에는 인천 선수들이 서포터를 찾아 직접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첫 무관중 경기를 치른 주인공들은 모두가 같은 반응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양 팀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이 끼칠 것을 예상했고, 이는 그대로 실제경기에서 현실이 됐다. 비록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이 났지만 경기 내내 선수들은 공허한 경기장에서 다소 맥 빠진듯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대행은 "앞으로는 이런 경기를 다시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짧은 표현으로 무관중 경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 역시 "굉장히 낯설다. 프로스포츠에서 관중이 없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슬픈 일"이라고 표현했다.
무관중 경기가 남긴 유산은 분명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직접 경기장을 뛰는 선수들은 물론, 이들을 응원해야 하는 서포터와 구단 관계자, 프로연맹 모두가 무관중 경기의 폐해를 직접 체험했다.[BestNocut_R]
선수들은 경기를 하는 내내 신이 나지 않았고, 이를 지켜보는 관계자들 역시 힘이 빠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응원할 수 없었던 서포터 역시 무관중 경기의 무서움을 느꼈다.
선수들의 멋진 경기를 위해 서포터의 열렬한 응원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포터도 엄연한 경기의 일부다. 하지만 무관중 경기는 선수들이 자신의 경기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박탈했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즐거움도 빼앗겼다. 또 다시 K리그에서 무관중 경기의 징계가 있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