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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제2의 '서장훈 vs 현주엽'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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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 센터 김종규 vs 고려대 신입생 빅맨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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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남자농구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1990년대에는 기라성같은 스타들이 즐비했다. 허재, 강동희, 김유택 트리오와 이충희, 고(故) 김현준 등 실업농구의 영웅들에 대학농구의 유망주들이 끊임없이 도전장을 던졌다. 또한 그때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라이벌전도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연세대 서장훈과 고려대 현주엽의 라이벌 관계였다.

    207cm의 서장훈과 195cm의 현주엽은 휘문고 1년 선후배 사이로 각기 다른 대학으로 진학해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두 선수 모두 이미 아마추어 시절 성인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로 개인 기량이 출중했다.

    그로부터 약 15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향수를 자극하는 새로운 대학농구의 라이벌이 탄생해 농구계의 관심을 끌고있다. 경희대 2학년 센터인 김종규(20, 207cm)와 고려대 신입생 빅맨 이승현(19, 197cm)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30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2011 대학리그 경희대와 고려대의 경기가 열렸다. 김종규와 이승현이 대학에서 펼치는 첫 맞대결에 농구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프로에서도 관심을 갖는 승부였다.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을 비롯해 여러 구단의 코칭스태프와 스카우트가 체육관을 찾아 두 선수의 골밑 대결에 시선을 고정했다.

    김종규는 207cm의 장신으로 폭발적인 탄력과 스피드를 자랑한다. 반대로 이승현은 그보다 10cm가 작지만 아마추어 최고 수준의 파워를 자랑하고 리바운드 장악력은 동급 최고다. 현재 경기당 15.7개의 리바운드를 잡아 대학리그 독보적인 선두에 올라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승현이 김종규보다 눈에 띄는 선수였다. 용산고 1학년 시절부터 주전으로 활약해 고교무대를 장악했고 낙생고 김종규와는 달리 청소년대표 경험도 많았다. 두 선수 모두 고교농구를 대표하는 센터였지만 무게중심은 한살이 어린 이승현에게 더 쏠려있었다. 무엇보다 둘이 붙었을 때 이승현이 우위를 점할 때가 많았다.

    김종규에게 이승현은 늘 버거운 상대였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신장을 제외하고 기술이나 힘 모든 면에서 제가 밀렸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종규도 보통 재능은 아니었다. 이승현은 이렇게 회상한다. "2학년 때였어요. 그때는 내 실력이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종규 형에게 골밑 제자리에서 5번 연속 블록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김종규가 1년 먼저 대학무대를 밟았다. 최부영 감독이 이끄는 경희대로 진학한 후 승승장구했다. 지난 해 초대 대학리그(홈 앤드 어웨이 방식)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한 중앙대에 맞선 유일한 적수는 김종규를 보유한 경희대 뿐이었다. 또한 김종규는 작년 '유재학 호'에 이어 올해 '허재 호'에 승선하는 등 성인 국가대표 일원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지금은 뒤늦게 대학 무대에 뛰어든 이승현이 1년 선배인 김종규를 뒤쫓는 모양새다. 이날 대결에서도 선배가 웃었다. 김종규는 19점, 16리바운드, 4블록슛을 올려 13점, 13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한 이승현의 고려대를 66-60으로 눌렀다.

    물론, 두 선수의 기량을 떠나 객관적 전력에서 경희대가 고려대보다 한수위다. 경희대는 이날 승리로 9연승 무패행진을 질주했고 고려대는 6승3패째를 기록했다.

    게다가 이날 둘의 정식 맞대결을 이뤄지지 않았다. 이승현은 고려대 수비 때 김종규를 전담마크했지만 경희대는 2-3 지역방어로 맞섰다.

    또한 빅맨을 살리는 데 있어 경희대 가드진의 능력이 고려대보다 더 뛰어났다. 경기를 지켜본 한 프로 지도자는 "이승현이 공 한번 못만져보고 공격이 끝날 때가 많은데 저래서는 4년동안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승현의 승부욕은 대단했다. 경기가 끝나고 한참 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번 제대로 막아보자고 생각했어요. 15점 정도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리바운드에서도 밀려 아쉽네요"라고 말했다. 김종규도 이승현과의 첫 대결을 의식한 듯 했다. "오늘은 1대1을 자주 하고 더 많이 움직이려고 했어요. 상대가 이승현인 것도 염두에 뒀구요. 역시 힘은 정말 좋네요"라고 말했다.[BestNocut_R]

    둘의 라이벌 관계는 흥미로웠다. 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종규는 "힘에서는 내가 밀리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자신있어요"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 말을 전해들은 이승현은 "종규 형이 그렇게 말했어요? 그럼 저는 키 빼고는 다 이긴다고 말하겠습니다"라며 웃었다.

    사실 불세출의 스타였던 서장훈과 현주엽의 발자취, 고교와 대학 시절의 기량과 존재감을 지금 두 선수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래도 남자농구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두 선수가 펼칠 라이벌전의 탄생에 농구계는 즐겁기만 하다. 라이벌 관계는 서로를 성장시키는 데 있어 최고의 촉진제 역할을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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