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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파문'으로 축구계가 떠들썩하다. FC 서울의 미드필더 기성용은(18) 지난 17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의 0-0 무승부 졸전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19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너네가 한번 가서 뛰어보지 그래?" 라는 글을 올려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파장이 커지자 기성용은 고개를 숙였다. 미니 홈피 소개글을 즉각 삭제한 뒤 "경솔한 행동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공식적인 사죄의 말을 전했다.
기성용은 20일 올림픽 대표팀 훈련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기가 잘 안풀리는 상황에서 일부 팬들이 내 미니홈피와 문자 메시지로 감당하기 힘든 말들을 했다"고 자신이 글을 남긴 경위를 설명했다.
기성용은 자신의 글이 일으킬 여파를 간과한 듯. 또 아직 어린 기성용에게 도를 넘어서는 일부 '안티 팬'들의 행동은 감당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기성용의 대응은 분명 경솔했다. 미니홈피는 사적인 공간임이 분명하지만 올림픽 대표 선수의 미니홈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어떤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팬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행동에는 책임감이 수반되야 한다. 축구선수들의 미니홈피가 사적인 공간을 넘어선다는 것은 그동안의 사례들이 뒷받침한다.
부진한 플레이는 '미니홈피 폐쇄'로 이어진다?축구팬들은 열정적이다. 선수들이 부진한 플레이를 펼칠 경우 때로는 해당 선수의 미니홈피에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본프레레 감독 시절이었던 지난 2005년 3월 수비수 박재홍의 미니홈피는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 직후부터 일부 네티즌들의 테러성 악플세례에 시달렸다. 경기후 며칠간 미니홈피에 올라오는 수많은 욕설들을 지켜보던 박재홍은 '미니홈피 폐쇄'를 단행해야 했다.
코엘류호 시절부터 2년여간 대표팀서 승승장구했던 박재홍은 2006 월드컵 본선을 1년여 앞두고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더이상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박재홍과 마찬가지로 사우디전서 다소 부진한 활약을 보였던 김동진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미니홈피의 모든 기능을 차단한 채 사실상 잠정 폐쇄 조취를 취했다.
'식사마' 김상식도 박재홍의 전철을 밟은 경우다. 지난해 9월 아시안컵 예선 이란전(1-1 무승부)에서 후반 인저리 타임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하는 실수를 저지른 뒤 네티즌의 집중포화를 당한 김상식은 커다란 상처를 받아 자신의 미니홈피를 없앴다.
올해 초 김상식에게 "미니홈피를 언제 다시 열 생각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시 열 생각 없다. 네티즌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며 손사레를 쳤다.
미니홈피는 항상 축구 선수의 독인가?축구 선수들이 미니홈피 때문에 늘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이를 잘 활용하는 사례들도 있다.
울산 현대에서 뛰다 지난 2006년 전북으로 이적한 김형범은 미니홈피를 잘 이용한 대표적인 경우로 꼽힌다. 김형범은 박동혁, 박규선 등과 현금 트레이드돼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김형범의 대외 지명도가 낮았기 때문에 전북 팬들의 반발이 컸다.
김형범은 전북팬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미니홈피를 활용했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본인의 사연을 자세히 설명함과 동시에 전북에서 반드시 인정받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이 글을 읽은 전북 서포터들은 김형범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됐다.
올림픽 대표팀 주장 김진규는 1년간 사귄 여자 친구와의 결별을 미니홈피를 통해 공개하며 '축구 올인'을 선언해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진규는 지난 5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동갑내기 연예인 홍모씨와의 이별을 암시하는 글을 통해 “우린 이제 헤어졌지만 열심히 해서 꼭 성공해라. 넌 잘할 수 있을꺼야. 화이팅"이라는 내용을 남겨 화제를 낳았다.
미니홈피의 활용, 선수에게는 기회[BestNocut_L]축구 선수들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면 축구 외적인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축구팬이나 네티즌들이 선수들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이유다.
축구 선수들이 미니홈피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미니홈피를 활용해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자기 PR시대에 스스로의 상품가치를 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미니홈피의 활용은 선수의 몫이다.
한편 네티즌들도 선수들의 '미니홈피 테러'에 대해서는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았던 선수들은 대부분 긴 슬럼프를 겪었다. 박재홍이 그랬고 김상식이 그랬다. 온라인상에서의 욕설과 폭언이 선수들의 심리적인 측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성용에게는 지금 비난보다 격려가 필요한 시점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