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슈(武術)'. 2008년 베이징올림픽 비공식종목으로 선정됐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스포츠 종목이다. 우슈 보다는 쿵푸나 십팔기, 소림 무술 등이 더 친숙하게 들린다.
하지만 중국 무술인 우슈는 한때 '대한민국 사나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로망'이었다.
40~50대 이상의 중년층들은 젊은 시절 이소룡에 열광했었다. 30~40대는 성룡의 영화 '취권'을 보고 중국 무술에 관심을 가졌고, 20~30대는 소림무술의 이연걸에 푹 빠졌던 세대다.
9일 광주 문성고 체육관에서는 광주 전국체전 우슈 종목 경기가 진행됐다. 선수들의 입에서 나오는 '쉭쉭' 소리와 도복과 손이 부딛혀 나오는 소리인 '박각'이 경기장 안에 울려 퍼졌다. 한 선수가 공중에서 화려한 발차기를 뽐내며 자신이 그동안 갈고 닦은 우슈 솜씨를 마음껏 뽐냈다.
'이연걸' 세대인 선수들의 기량을 평가하는 감독관들은 대부분 '성룡 세대'였다. 또 '이연걸 세대'를 가르치고 지도하는 '스승'은 대부분 '이소룡 세대'들이다. 이들 3세대는 현재 중국에 이어 세계 2위급으로 평가받는 한국 우슈의 기둥들이다.
대회가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탓에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슈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또 다른 세대를 이뤄 한국 우슈를 이끌어 나갈 주역이 될 지 모른다.
우슈의 경기 종목은 표현력을 겨루는 투로와 대련을 펼치는 산수 경기로 구분된다. 투로에는 권술인 장권 남권 태극권과 병기술인 도술 검술 곤술 창술로 나뉜다.
우슈 국가대표팀의 봉학근 감독은 "중국 양자장 남북에 따라 장권과 남권으로 나뉜다. 장권은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무술이다. 이연걸이 구사하는 권법이 장권이다. 남권은 상대적으로 힘과 하체의 힘을 중시한다. 성룡은 남권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실전 무술을 추구했던 이소룡의 정신은 K-1을 방불케 하는 대련 종목인 산수와 맞닿아 있다.
사실 봉 감독 역시 어린 시절 이소룡의 영화에 매료돼 우슈에 입문했다. 쿵후와 쌍절곤에 빠져 지내다 무도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30만명으로 추산되는 한국의 우슈 동호인들 모두 봉 감독과 마찬가지로 중국 영화나 중국 무술 스타들의 영향력 아래 직간접적으로 놓여있다.
한편 우슈는 훌륭한 스포츠이자 전통 무술이지만 훌륭한 실전 무술이기도 하다는 게 봉 감독의 믿음이다. 실제로 중국 산수 선수 중에는 일본 K-1에 진출한 사례가 있기도 하다.
[BestNocut_L]이에 대해 봉 감독은 "K-1은 산수의 룰과 규칙을 많이 벤치마킹했다. 우슈는 충분히 K-1 등 이종 격투기에도 적용가능한 무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전통 무술 관계자들은 K-1 등에 상업적으로 자신들의 무술이 이용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봉 감독은 "우슈는 상대를 직접 가해하거나 부러뜨리기 보다 기술 역학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무술이다. 다른 종목에 비해 K-1 등에 유리한 점이 있다. 또 한국 선수들의 자질도 충분하다. 우슈 선수들이 그렇게 프로 무대에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