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이 23일 오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수영 자유형 400m 결승 경기를 마친 뒤 쑨양(중국)과 함께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esky0830@cbs.co.kr)
쑨양(중국)은 런던올림픽 챔피언이자 세계선수권 우승자다. 하기노 고스케는 이미 인천 아시안게임 3관왕을 차지한 일본 수영의 기대주로 절정의 컨디션을 뽐내고 있었다.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박태환(25)은 '디펜딩 챔피언'의 명예를 걸고 동시에 도전하는 자세로 자유형 400m 경기에 나섰다. 3연패를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박태환은 23일 오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수영 자유형 400m 결승전에서 3분48초33의 기록으로 중국의 쑨양(3분43초23),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3분44초48)에 이어 세 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박태환은 "아쉽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계속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많이 힘이 부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수영이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 바로 박태환의 등장이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수영 금메달을 따냈고 그가 이번 대회 전까지 아시안게임에서 수확한 메달 수만 무려 14개였다.
화려한 경력이 오히려 박태환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3연패를 바라는 주위의 기대, 이번 대회가 자국 대회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이 걸린 수영장에서 경기를 해야한다는 점이 동기 부여보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박태환은 "나에게 관심이 너무 집중되고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다 보니 사인 요청도 많이 받고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좀 지쳤고 내가 이겨내야 할 문제였지만 부담이 있었다"며 아쉬워 했다.
이날 레이스와 관려해서도 "체력적으로 준비는 잘돼 있었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준비를 차근차근 잘했던 것에 비해 대회 기록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자유형 200m를 하기 전부터 심리적인 부담이 크게 느껴졌다. 거기서부터 흐트러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박태환은 웃었다. 시상식 자리에서 금메달을 딴 쑨양, 은메달을 딴 하기노 고스케를 향해 미소지으며 축하를 건넸다. 이미 최고 정점에 올랐던 아시아 수영 영웅의 여유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