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령
"장난 아니에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피닉스 머큐리에서 뛰고 있는 김계령(28·우리은행)의 첫 마디였다.
9일(한국시간) LA 스파크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선 김계령은 경기 후 CBS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시범경기와 훈련 과정을 통해 선수들을 한명씩 탈락시키기 때문에 생존경쟁이 너무 치열해요. 연습 중에도 밀고 때리고 치고, 정말 다들 죽기살기로 뛰더라구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라며 한 달째 접어든 미국 생활의 힘겨움을 풀어냈다.
지난달 5일, 여자프로농구 2007 겨울리그가 끝나기 무섭게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계령은 9일 현재 두 번의 시범경기에 모두 출전해 경기당 평균 19분14초를 뛰며 평균 6득점, 2리바운드를 올렸다.
그러나 앞서 김계령이 토로한 것처럼 오는 20일에 개막하는 2007 WNBA 시즌에서 활약할 선수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피닉스에서 경쟁중인 선수들은 총 17명으로 이 가운데 14명만이 시즌을 소화하게 된다.
숭의여고 3학년이던 97년, 태극마크를 단 이래 10여년간 국가대표로 활약중인 김계령은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센터다. 따라서 소속팀의 엔트리에 들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김계령은 "한국에서 알려진 선수라는 내색은 절대 하지 않아요. 이곳에서는 새로 시작하는 새내기 선수니까요"라고 말한다.
"선민 언니가 왜 WNBA에서 힘들어했는지 알겠어요"김계령은 현재 무리한 훈련으로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재발, 척추 교정치료와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중이다.
"속상해 죽겠어요. 아프다고 훈련을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허리만 안아파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며 답답해 한 김계령은 "감독의 농구스타일이 속공 위주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뛰어다녀야 하는 점이 너무 힘들고요, 오버드리블이며 스크린 거는 방식 등 룰이 많이 틀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어리벙벙해요"라며 새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밝혔다.
[BestNocut_L]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미국에서 2년간 생활했던 김계령은 유창한 영어실력의 소유자다. 따라서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코칭스태프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다고.
"영어가 된다는 건 다행 중 다행이죠. (정)선민 언니가 왜 WNBA에서 힘들어했는지 알겠더라구요. 경기중 급박한 상황에서 의사 소통이 안될 경우에는 정말 힘들 것 같거든요."
2003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WNBA(시애틀 스톰)에 진출한 정선민은 미국 무대 적응에 실패, 한 시즌 만에 한국으로 유턴한 바 있다.
한편 정선민 이후 4년만에 WNBA에 진출한 한국선수 2호 김계령은 오는 14일 새크라멘토 모나크스와 마지막 시범경기에 나설 예정이며,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경우 오는 20일 샌안토니오 실버스타즈와의 홈 개막전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