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올 상반기 일시적으로 점유율 50%를 돌파하는 등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근친상간 등 반 사회적 내용을 담은 영화가 여과없이 상영돼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이를 규제해야 할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도 이같은 영화에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아 문제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이같은 반 윤리적 소재의 대표적인 영화가 20일 전국에서 개봉된 ''''올드 보이''''.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이 영화는 남매와 부녀 지간의 근친상간을 다뤄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이 영화는 고등학생인 남매가 교실 안에서 성 행위를 하고 이를 우연히 지켜본 학생 하나가 본의 아니게 소문을 내게 되면서 누나가 자살하고 이에 원한을 가진 동생이 목격자에게 복수극을 펼치는 스토리지만 복수의 방식이 패륜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딸을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당시 고등학교 선배인 목격자를 납치해 사설 감옥에 15년 간 가두었다가 풀어준 후 헤어진 딸과 섹스와 사랑을 하게 만들어 ''''잔인하게'''' 응징한다는 내용이다.
관객들 반응 엇갈려,"비정상적 내용 역겹다","연기로 커버" 23일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많은 관객들이 비정상적인 내용에 충격을 받고 역겹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성기(39?서울후암동)씨는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근친상간의 내용이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최인영(32?경기고양시)씨도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와 미스터리 영화로서 갖는 재미가 크다고 해 보았으나 상상할 수 없는 내용에 구토가 나올 뻔했다''''며 ''''사회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이러한 내용이 어떻게 상영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흥분했다.
''''올드 보이''''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도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라는 식으로 얘기하며 사람의 감정을 등쳐 돈을 벌려는 영화''''(ID:딴따라)라는 비판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 영화는 ''''두 남자의 비밀''''이라는 식의 품격 높은 영화로 포장돼 상영 첫날부터 11만명의 관객이 드는 등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제작사는 관객들에게 딸과의 사랑이라는 마지막 부분을 비밀로 해달라고 요청하고,인터넷으로 홍보하는 등 상업성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비판에 이어 이같은 반 윤리적인 내용의 영화를 별다른 제재 없이 ''''18세 가'''' 판정을 내린 영상물등급위를 성토하고 있다. 최근 들어 등급위는 폭력에 관한 내용만 어느 정도 규제할 뿐 성적인 내용이나 시나리오 자체의 반 윤리성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개봉된 ''''스캔들''''도 사촌간의 성적 접촉을 다루었으며 곧 개봉될 ''''천년호''''도 신라사를 근거로 근친상간을 설정했으나 등급위는 문제삼지 않았다. 앞서 평범한 주부와 청소년의 성적 일탈을 다룬 ''''바람난 가족''''(8월 개봉) 역시 ''''18세 가'''' 판정을 쉽게 받았다.
''''올드 보이''''를 제작한 쇼이스트의 이정석 팀장은 ''''영화의 주제인 복수를 나타내는 한 장치로 근친상간이 등장하게 됐다''''며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작품의 완성도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태화(안양대·문학)교수는 ''''우리 사회가 개인의 사회적 의무는 지키지 않고 상업적 이익을 위해선 어떤 행위도 가능하다는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것 같다''''며 ''''이를 규율해야 할 공적 기관조차 가치 판단을 못하고 우왕좌왕함으로써 근친상간과 같은 사회적 악을 스스럼없이 표현하게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전정희기자 jhjeon@kmib.co.kr (제공=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