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양상문 MBC-ESPN 해설위원은 9일 한화-KIA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KIA 이종범(36)이 2번 타순으로 전진배치된 점을 주목했다. 전날 1차전에서 한화 2번 고동진이 4타수 2안타 등 팀의 첫 득점을 올린 것을 상기하면서 이날의 키플레이어로 이종범을 꼽은 것.
양상문 위원의 말대로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이날 KIA의 6-1 대승의 원동력이 됐다. 경기 MVP는 1-1로 맞선 6회 만루홈런을 터뜨린 동료 이현곤이 받았지만 이날 경기의 일등공신은 역시 이종범이었다.
선취득점 및 결승득점 모두 이종범이 몫이었다. 0-0으로 맞선 4회 이종범은 선두타자로 나서 올시즌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한화 선발 류현진을 상대로 깨끗한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이종범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이종범은 1사에서 이재주 타석 때 2루를 훔쳤고 후속 조경환 타석 때 내처 3루까지 훔치며 류현진의 혼을 뺐다. 이종범은 이어 1사 1, 3루에서 조경환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으며 첫 득점을 올렸다.
6회 이현곤의 만루홈런의 물꼬도 이종범이 텄다. 1사에서 류현진에게 좌중간 안타를 때려낸 이종범은 빠른 발을 이용, 2루까지 내달았다. 한화 2루수 한상훈이 송구를 받아 태그하려고 했지만 이종범은 노련하게 한상훈을 피해 2루 베이스로 슬라이딩했다.
류현진은 1사 2루에서 장성호를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이 과정에서 이종범의 도루를 신경쓰느라 진을 뺐다. 이재주 대신 들어선 홍세완을 거른 류현진은 좌타자 김원섭까지 볼넷으로 내보낸 끝에 이현곤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홈런은 이현곤이 쳤지만 이종범이 류현진의 집중력을 흩어놓은 셈이다.
서정환 KIA 감독은 경기 후 "이종범이 4회 도루를 2번하면서 류현진을 흔들어줬다"면서 "3루 도루를 할 때는 이종범에게 도루 권한을 줬다"며 이종범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종범은 경기 후 "류현진이 신인으로 경험이 부족해 일단 출루를 하면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도루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덕분에 선취점을 빨리 올렸다"고 밝혔다. 6회 2루타에 대해서는 "치는 순간 데이비스가 포구 능력이 떨어져 2루까지 간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종범은 전날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친 데 대해 "어제 만루 기회에서 못쳤다고 아들한테 혼이 났다"면서 "오늘 아들이 야구하다 좀 다쳤는데 이겨서 다행"이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