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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싱 김정환, "아픈 만큼 성숙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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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물 복용 악몽으로 1년 자격정지 딛고 부활 성공

    김정환

     

    운동선수에게 있어서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만큼 힘든 상황이 있을까. 남자 펜싱 사브르의 김정환(23세. 경륜본부)은 그 힘든 시간을 1년 3개월이나 겪어야 했다.

    김정환은 한국체육대학교 4학년이던 지난해 2월 SK텔레콤 국제 그랑프리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할 만큼 남자펜싱의 기대주였다.

    그러나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수면제를 복용한 것이 탈이었다. 시합 전 긴장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징크스 때문에 찾은 수면제에 이뇨제가 포함돼 도핑테스트에서 양상 반응이 나왔던 것. 대회 한 달 후 국제펜싱협회로부터 메달 박탈과 자격 정지라는 통보를 받아야만 했다.

    절망도 했지만 일단 이를 악물고 평소처럼 훈련에 몰두했다. "처음엔 눈앞이 캄캄하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시합은 못나가지만 친구들과 똑같이 훈련했습니다."


    모르고 먹은 수면제 탓에 약물 테스트 양성 반응, "눈앞이 캄캄"

    그러나 대학 졸업반에게 자격 정지는 선수생활에 큰 장벽이 아닐 수 없었다. 어느 실업팀에서도 자격정지 선수를 데려가려 하지 않았다.

    그때 서범석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본부 펜싱팀 감독이 김정환을 스카웃했다. 김정환의 고등학교 은사이기도 한 서범석 감독은 "정환이의 성실함과 실력을 알기 때문에 앞을 내다보고 우리 팀으로 데려왔습니다. 힘든 상황에 처한 제자를 도와줄 수 있어서 기뻤죠"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서범석 감독의 배려로 김정환은 지난 2005년 12월 실업팀에 입단할 수 있었고, 올해 징계가 풀린 후 지난 7월 제8회 한국실업연맹회장배 전국남녀선수권대회 금메달로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김정환이 시련을 딛고 재기에 성공하기까지는 아버지 김광부(65)씨의 힘도 컸다. 결혼 16년 만에 얻은 외아들이기에 부모의 사랑이 각별할 수밖에 없겠지만 김씨는 어떤 부모보다 지극정성이었다. 대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아들을 찾았다. 시합 후 꼼꼼히 모니터를 해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김씨다.

    야구를 하던 김정환이 펜싱으로 전환한 것도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체육선생님이 펜싱으로 종목 변경을 권했을 때 김정환은 어린 마음에 비인기종목인 펜싱이 탐탁치 않았다. 그러나 김씨가 "너는 긴 팔을 가졌으니 펜싱을 해도 야구만큼 빛을 발할 것이다"라며 용기를 줬고 김정환은 한국 펜싱 사브르의 간판이 됐다.

    김정환+서범석 감독

     



    감독과 아버지 후원으로 지난 7월 재기 성공, "아시안게임 못 나가도 응원할 것"

    일단 김정환은 오는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없다. 김창환배와 대통령배, 오픈대회에 출전해야 대표팀 평가전에 나설 수 있었지만 자격 정지로 지난 1년 간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기 때문. "솔직히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죠. 이번엔 아쉽게 됐지만 팀 동료 2명이 출전하니까 열심히 응원하면서 앞으로 유니버시아드 같은 다른 세계대회와 나아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바라보고 최선을 다할 겁니다."

    지난 1년간의 징계는 김정환을 더욱 성숙하게 했다. 다시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는 물론, 시합 전 불면증도 극복했다.

    "감독님뿐 아니라 무엇보다 지난 1년 동안 제 시합을 보는 기쁨을 누리시지 못한 부모님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김정환. ''아픔만큼 성숙해진'' 그가 세계무대에서 부모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날카롭게 칼날을 휘두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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