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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아의 종횡무진 책읽기]해리포터 5부 불사조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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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송경아의 종횡무진 책읽기]해리포터 5부 불사조 기사단

    • 2003-11-0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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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창적인 소품들을 발명해내는 작가의 재주 여전

     


    ''해리가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글의 내용이나 주인공들 사이의 심리와 갈등, 이런 게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마치 <매트릭스>에서 매트릭스의 세계가 현실로 점점 침입하는 것처럼, 마법사들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지금까지 계속 나왔던 인물들도 다른 수수께끼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행복한 책읽기> 송경아 작가의 새책 리뷰

    [해리포터 5부 불사조 기사단]

    - 행복한 책읽기(이하 ''행'') : 새로 나왔지만 아주 낯익은 책을 가져오신 것 같은데?

    ▶ 송경아 (이하 ''행'') : 이 코너가 베스트셀러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귀중한 책을 선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나왔는데 한 마디 말도 없이 넘어가긴 힘들지 않을까? 5부 총 5권 중에 두 권이 번역본으로 나왔길래 들고 나왔다.



    - 행 : 5부가 총 5권이나?

    ▶ 송 : 그런데도 각권이 거의 300페이지 꽉꽉 채워 나오는 것을 보면, 원서도 두껍긴 두껍다. 원서는 750페이지가 넘어가고, 38장까지 있다. 우리나라 번역본은 그중 16장까지 번역되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신문에도 보도되었지만, 계약 조건이 좀 심하기는 심하더라. 번역하면서 책값의 20%까지 인세로 요구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보통은 작가 인세 10%, 번역본인 경우 원 저작자한테는 5-6% 정도인데, 아무리 베스트셀러 작가라지만 약간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어떤 분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보는 동생에게 ''''너 이거 다섯 권 보면 그 중에서 한 권 값은 영국으로 빠져나가는 거다.''''하기도 했다고 한다.



    - 행 : 아이들 보는 책을 가지고 그렇게까지 하니 안 좋아보이기는 한다. 그런데 책 내용은 어떤지? 독자 입장에서야 책 내용이 좋으면 용서되는 것인데…….

    ▶ 송 : 5분의 2밖에 못 읽은 것이지만, 일단 4부보다 나은 것 같고 여러 가지 복잡한 모순과 갈등을 엮어놓은 것 같긴 했다. 어쩌다 보니 제가 <해리 포터> 시리즈는 지금까지 다 읽게 되었다. 그런데 분명히 처음에는 상당히 단순하고 어른들이 보기에는 좀 뻔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제 해리가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글의 내용이나 주인공들 사이의 심리와 갈등, 이런 게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또 마치 <매트릭스>에서 매트릭스의 세계가 현실로 점점 침입하는 것처럼, 마법사들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지금까지 계속 나왔던 인물들도 다른 수수께끼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예를 들어서, 늘 마법 학교로 떠나면서 시작했던 지금까지의 서두와는 달리 이번 5권은 해리 포터와 못된 사촌 두들리가 사람의 행복과 온기를 빨아먹는 귀신인 디멘터와 마주치면서 시작한다. 아즈카반의 간수인 디멘터가 해리를 공격하려고 온 것이다. 또 지금까지는 단순하고 못된 악역으로만 나왔던 페투니아 이모가 볼드모트와 마법 세계, 심지어는 아즈카반에 대해서까지 알고 있다는 것이 첫머리에 슬쩍 암시된다. 과연 이 수수께끼가 어떻게 풀릴지 모르겠다. 두 권의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작가 롤링이 지금까지 해리 포터에 대해 쏟아진 찬사 뿐만 아니라 비판에도 충분히 신경을 쓰고, 남들이 지적하는 사항을 책에 반영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인물이나 사건들은 조금씩 더 복잡해지고, 사춘기에 접어든 해리에게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더 이상 단순하고 통쾌한 맛으로만 읽어나갈 수는 없는 책이 된 것 같다.



    - 행 : 아, 해리 포터가 벌써 사춘기로 접어든 것인가. 어쩌면 더 이상 아이들 보는 책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춘기적인 특성들은 잘 묘사가 되어있나?

    ▶ 송 : 지금까지처럼 초등학교 학생들이 보기에는 조금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워낙 중고등학생들 볼 소설이 드물기 때문에, 보는 연령이 올라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해리 포터는 불안정해지고, 조금만 건드려도 마구 화를 내고, 조금만 생각하면 참고 싶을 말을 마구 해대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5부에서 해리 포터가 성취해야 할 것은 ''''참는 것''''과 자기조절인 것 같다. 문제는 선한 쪽과 악한 쪽에서 동시에 이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덤블도어 교수나 맥고나걸 교수 같은, 쭉 해리를 도와준 교수들은 해리에게 ''''참으라''''는 말을 계속한다. 그러나 엄브릿지 교수라는, 새로 나오는 악역도 똑같이 해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게 하며, 계속 해리를 괴롭힌다. 마법부, 호그와트 학교, 이런 ''''제도''''들과, 먼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이 충돌하면서 해리는 점점 힘들어진다. 5부에서 과연 자기 조절이라는 숙제를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해리 포터가 타고난 정의감으로 하고 싶은 대로 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해야 할 것이 있고 여러 가지 의무가 충돌하는 어른의 세계로 한 발 한 발 들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참, 4부에서도 잠시 언급되었던 첫사랑과의 관계도 계속 진전된다.



    - 행 : 빠른 속도로 번역되기를 바라는 것이 꼭 어린이들만은 아니겠다.

    ▶ 송 : 글이 길어지고 해리 포터가 아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서, <해리 포터> 시리즈에는 점차 여러 가지 인물들이 생생해지고 음모가 복잡해진다. 그리고 독창적인 소품들을 발명해내는 작가의 재주도 여전하다. 이런 것들은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쨌거나, 무엇보다도, 재미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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