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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발표 얀, "마지막 음반일 수 있다"

[노컷인터뷰]5집 ''선물'' 발표한 가수 얀

 

"이번 음반이 가수로서 마지막일 수도 있다."

충격 고백이다. 갓 5집 ''선물(膳物)''을 발표한 록커 얀(이민욱, 33)의 뜻밖의 ''선언''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정작 그는 대수롭지 않은 눈치다.

외외다. 새 음반을 발표한 가수들은 의례 ''최선을 다했다''거나 ''이제서야 내게 맞는 음악을 찾았다''고 말하기 일쑤인데 그에 비하면 놀라운 대답이다. ''자서전'', ''그래서 그대는''을 히트시키며 록커로 두터운 마니아팬을 갖은 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공부하고 싶다. 프로듀싱을 배워 노래하는 사람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

결국 프로듀서였다. 가수보다 프로듀서가 되고픈 목표를 위해 그는 4집 활동을 마무리한 지난 2004년 말 미국으로 떠났다. "가수는 그만 하자"고 마음 먹고 오른 길이었다. 버클리 음대에 지원했지만 여의치 않은 현실을 맞닥뜨린 얀은 영어를 먼저 익히기 위해 LA에서 여행객을 대상으로 휴대폰 대여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입학을 준비하며 영어 공부 중이던 그는 결국 1~4집을 함께 작업한 제작자에게 ''납치'' 당하다시피 귀국했다. "더 하고 싶지 않았지만" 팬들의 끊임없는 요청까지 단칼에 거절할만큼 냉정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팬 위해 만든 음반"

돌아온 얀 앞에는 60곡의 후보곡이 놓여있었다. 참여 작곡가만 20~30여명. 이 중 소화할 수 있는 노래만 추려 8곡을 새 음반에 담았다. 1집부터 4집까지 직접 프로듀서를 맡고 자신의 색을 담았던 작업 방식과는 확연히 달랐다. 전적으로 프로듀서에 의지한채 자신의 색깔을 뺐다.

"그간의 음악작업은 무척 깐깐했다. 고집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내 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는 많아졌지만 대중가수란 틀 안에서 대중을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한계에 다다랐다."

깐깐하게 직접 작업한 전작과 이번 음반은 180도 다르다. 의아할 만큼 노래 외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프로듀서에게 전적으로 맡긴 채 오직 노래만 했다. 노래도 디렉터를 따로 두고 부르라는 대로 불렀다. 이유는 "팬들이 만들어준 음반"이기 때문이다. 앨범 제목이 ''선물''인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남자'' 대변하는 노래 줄줄이 발표

 

타이틀곡 ''고무신을 신은 줄리엣''은 ''이등병의 편지'', ''입영 열차 안에서'' 등 입영 준비 곡의 명맥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앞 선 두 곡이 우울한 분위기의 발라드였다면 ''고무신을 신은 줄리엣''은 경쾌한 리듬에 록적인 통쾌함이 더해진 신나는 곡이다.

"널 나의 여자라고 이름표라도 붙이고 갈 수 있다면 줄리엣 더 바라봐줄 걸 더 사랑해줄걸 참 후회되는데 못해줬던 일"이란 가사도 곡의 밝은 분위기를 살린다.

"사귈 때 후회스러운 것, 더 사랑하지 못한 아쉬움을 입영 통지를 받은 뒤에야 후회하는 내용"이라고 이 곡을 설명한 얀은 입대 아픔을 노래하고 있지만 정작 "군생활이 3년에서 2년으로 준 것은 여행하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그는 유독 남자 팬이 많다. 공식 홈페이지(www.yarnlove.co.kr)에도 ''오빠''보다 ''형''으로 시작하는 팬들의 글이 자주 눈에 띈다.

"남자를 대변하는 노래가 많다"는 것이 그의 분석. 1집 ''자서전''부터 ''그래서 그대는''까지 줄곧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고 신곡 ''고무신을 신은 줄리엣'' 역시 입대하는 남자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한 팬과 가수의 관계로 그치지 않는다. 관두고 싶어 미국으로 떠난 가수를 다시 불러들일 만큼 적극적인 팬과 그들에게 기꺼히 음반을 선물한 여유있는 가수다. 팬들의 응원이 계속되는 한 얀의 미국행은 좀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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