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다목적구축함' 최현호(號) 진수 사흘 만에 진행된 첫 무장 시험사격을 참관하고 '해군의 핵무장화'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8일과 29일 5천톤급 다목적구축함 최현호에 탑재된 무장체계들의 첫 사격시험을 참관하며 '해군의 핵무장화'에 속도를 낼 것을 지시했다.
"현존 위협과 전망적인 위협으로부터의 국가방위와 해양주권수호를 위하여 해군의 핵무장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책임적인 선택을 할 때가 됐다"면서 "그를 위한 제반 과업들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최현호 진수기념식 연설에서도 북한의 해군이 "핵전쟁 억제력의 한 구성부분으로서 핵사용 영역에서 자기의 지위를 제고할 수 있게 된 결과 전쟁 억제력의 행사에 더욱 적합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화성19형까지 나온 북한의 ICBM과 각종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등 지상 핵전력으로도 부족해 해상 및 수중 핵전력 구축과 강화에 나선 것이다.
최현호를 북한 해군력 강화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한 김 위원장은 "두 번째 신호탄은 바로 핵동력잠수함 건조사업"이라고 밝혔고,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작전능력이 보다 높은 더 큰 순양함과 각이한 호위함들도 건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목적구축함 최현호에 이어 핵잠수함과 구축함, 순양함, 호위함 등을 건조하겠다는 것은 해상 및 수중 기반 핵 공격 플랫폼을 갖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구축함 최현호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최현호의 무장체계들로 이번에 시험사격을 한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전략순항미사일 등에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특히 북한이 최근 건조현장을 공개한 핵추진 잠수함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함으로써 핵 공격을 받은 뒤에도 생존해 핵 보복 공격(second strike)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미국에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북한이 최현호 진수식 3일 만에 시험사격을 진행한 데는 해상 핵전략 강화를 둘러싼 조바심도 느껴진다.
통상적으로 군함은 진수식 이후에 무기체계와 레이더, 전자장비 등의 시운전을 정박상태에서 하고, 이어 해상에서 항해성능시험과 전자장비 시험을 한 뒤 마지막에 무기체계 시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발사 시험을 바로 진행하면 군함의 전체 시스템과 균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진수식이 막 끝난 함정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데, 아직 추진계통 시험도 끝나지 않은 배를 바로 끌고 나가 진행한 무장 발사시험은 일반적인 군함 건조 공정상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얼마나 조급하게 구축함 건조와 무장시연에 집착하게 하는 지를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현호에 탑재된 각종 무장체계는 러시아의 지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시험발사가 이번에 처음 공개된 초음속순항미사일은 러시아의 극초음속순항미사일 '지르콘'과 유사하고, 최현호의 위상배열레이더는 러시아의 카라쿠르트급 함정에 탑재된 레이더와, 최현호의 복합방공무기체계는 러시아의 대공방어시스템 '판치르'와 아주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최현호는 내년에 동해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동해에서 한반도는 물론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해상 군사 활동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진수식 연설에서 "유사시 적 해외 무력의 조선반도 무력증강 기도를 구속하고 차단하는 데서 제일 믿음직한 수단은 원양작전능력을 보유하는 것"인 만큼 "원양작전함대를 이제는 우리가 건설하자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지상에 이은 해상·수중 핵전력 구축은 물론 원양작전함대 건설까지 선언한 것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 대미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북한의 국가 크기를 넘어선 국방비 지출로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