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토트넘이 다된 밥에 코를 빠트려 승점 2점은 못 먹게 됐다.
뜻밖의 부친상으로 22일간의 공백기를 가졌던 이영표(30.토트넘 핫스퍼)가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돌아온 가운데 토트넘이 마지막 5분을 견디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하며 다잡은 승리를 날렸다.
토트넘은 12일 밤 10시 30분(한국시간) 시작된 선더랜드와의 시즌 26라운드 경기에서 전반에 뽑은 선제골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후반 88분 동점골을 허용해 1대 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달 21일 아스톤 빌라전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이영표와 ''단짝'' 다비즈가 나란히 같은날 복귀했고 최전방 공격수 미도가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에서 복귀해 교체멤버로 출장하면서 모처럼 알찬 스쿼드를 짰던 토트넘이어서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게다가 상대가 최근 6경기에서 단 1승(5패)밖에 거두지 못했던 ''꼴찌팀'' 선더랜드여서 더더욱 그랬다.
초반 기선은 홈팀 선더랜드가 잡았지만 선제골을 토트넘이 먼저 뽑았다.
37분 저메인 데포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쓰는 선더랜드 수비라인을 따라 토트넘 진영쪽으로 올라오다 순간적으로 반대로 방향을 틀자 하프라인 바로 아래에서 마이클 캐릭이 빠르고 강한 땅볼 패스를 찔러 넣었다.
선심의 기가 올라가지 않자 데포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볼을 잡은 뒤 골키퍼와 최종수비 라인 사이로 땅볼 패스를 찔러넣었다.
패스가 올라오는 순간 로비 킨은 골포스트 가까운 쪽으로 움직이면서 수비를 몰아놓고 순간적으로 반대편으로 몸을 움직이며 공간을 판 뒤 들어오는 공을 텅빈 골문으로 밀어 넣어 첫골을 뽑았다.
그리고 토트넘은 후반 들어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아 선더랜드를 압도했지만 경기 종료를 5분여 남긴 후반 88분 수비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허용한 단 한번의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88분 토트넘 진영 왼쪽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볼을 받은 선더랜드의 대릴 머피가 스톨테리를 앞에 두고 왼발 뒤꿈치로 볼의 방향을 바꿨다.
스톨테리는 자신의 뒤쪽으로 가는 공을 따라 몸을 돌렸지만 대릴 머피의 몸동작에 속아 공의 방향을 정확히 읽지 못했고, 머피는 이틈을 놓치지 않고 골라인 근처에서 몸싸움을 펼쳐 볼을 따낸뒤 골키퍼와 1대 1 상황에서 길만 정확히 본 왼발 인사이드킥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인저리 타임을 포함해 약 5분여가 남은 상황에서 토트넘은 파상적인 마지막 공세를 펼쳤지만 선두권팀이 ''대어''로 여겨질 수 밖에 없는 선더랜드의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에 막혀 추가골을 뽑아내지 못한 채 동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로써 선더랜드는 드디어 승점 ''10점대''에 올라서게 됐다.
반면 토튼넘은 3위 리버풀에 승점 1점차로 턱밑까지 쫓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대신 5위 아스날과의 차이를 한경기 이상(4점)으로 벌리는데 만족해야 하게 됐다.
한편 이날 왼쪽 윙백으로 선발 출장한 이영표는 초반 거센 공격력을 선보인 선더랜드를 상대로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펼쳐 나갔다.
하지만 전반 중반을 지나면서 하프라인을 넘는 횟수를 늘리며 특유의 공격 가담 능력을 선보였다.
특히 32분 ''단짝'' 선더랜드 진영 왼쪽 터치라인에서 다비즈의 패스를 이어 받은 뒤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헛다리짚기''와 원투 패스로 로비 킨의 슛까지 이어지는 찬스를 만들어냈다.
이영표는 40분에도 미드필드 후방부터 공을 달고 들어가다 최전방 공격수인 저메인 데포와 원투패스를 주고받으며 중앙으로 적극적으로 침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비에서도 초반 몇차례 허점을 보이는 듯 했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예의 감각을 찾은 듯 예민한 몸놀림과 몸을 사리지 않는 헤딩 등으로 상대의 예봉을 꺽으며 자신을 애타게 기다렸던 팀과 팬들에게 ''이영표다운'' 좋은 활약을 펼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