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축구경기를 이틀 앞둔 15일 테헤란에 폭설이 내렸다.
지난 며칠동안 영하가까이 떨어진 기온을 보이던 테헤란에는 15일 오전부터 눈이 내려 온 도시를 하얗게 만들었다. 현지 일기예보에 따르면 한국과 이란의 2004 아테네올림픽축구 예선전이 벌어질 오는 17일 저녁까지 기상상태가 나아질 전망이 없어 최악의 경우 눈 속에서 사투를 벌여야 할 지 모를 상황이다.
당초 사막과 같은 기후를 예상했던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예상치 못한 복병에 오히려 당황했다. 한국대표팀은 이란을 그저 열사의 사막으로 여겼지만 눈이 내리는 날씨속에 훈련마저 취소되자 최악의 경우 중동의 나라에서 `설중전''을 벌여야하는 경우도 감안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은 테헤란의 경우 중동지역의 우기에 해당하는 겨울이나 초봄에 내리는 비가 눈으로 바뀌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이란 외에도 레바논 베이루트의 경우 세계에서 유일하게 하루에 해수욕과 스키를 즐길 수 있는 휴양지가 있다.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열사의 사막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등 걸프만 지역과 북아프리카지역 뿐이고 이란, 터키등은 고산지대로 상당히 매서운 날씨가 계속된다
이란 현지 교민들은 "이란은 이맘때 즈음이면 눈이 많이 내린다"며 "한국인들은 보통 이란을 땡볕이 내리쬐는 열사의 땅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사막 기후가 아니다"고 말했다.
 폭설이 내린 테헤란의 대표팀 숙소 주변을 걷는 김호근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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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관계자는 "현재의 날씨는 마치 서울의 요즘 날씨를 연상시키는 것 같다"며 "오히려 추위에 약한 중동 선수들이 고생 좀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한국대표팀에 마침내 도움의 손길이 도착했다. 한국교민회 조승미회장은 3일전 테헤란에 파견돼 온 한국인 조리사와 함께 우리 선수들이 먹을 음식을 장만하느라 부산하다.
조회장은 또 경기 당일 아자디스타디움을 찾을 우리 붉은 악마들을 위해 도시락 250개와 응원도구를 준비했고 교민 150여명도 응원에 나선다.
이런 교민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는 플레이메이커 박지성(PSV 아인트호벤)합류하지 못해 적진에서 플레이메이커 없이 경기를 해야 하는 바람에 대표팀에 적색 비상등이 켜졌다.
박지성의 에이전트인 위더스포츠는 "박선수가 걸어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부상이 심해 MRI촬영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박지성의 갑작스런 결장에 당황하는 사람은 김호곤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탭이다. 축구협회는 되도록 박지성을 대표팀과 합류시키려 하고 있지만 네덜란드에서 이란까지 오는 데만도 10시간 이상이 걸려 박지성이 합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폭설이 내린 테헤란 시내를 한 모자가 함께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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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트호벤 관계자도 축구협회에 박지성이 부상이 심해 메디컬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곤감독은 이날 오전 박지성과 전화통화를 했고 전화에서 박지성은 "갑작스런 부상으로 대표팀합류가 좌절돼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박지성은 지난 14일 네덜란드 정규리그 페예노르트와의 경기에서 왼쪽 무릎부상이 악화됐다. 결국, 박지성의 결장으로 대표팀은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에만 의존해 거친 이란의 수비벽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감독은 지난 중국전처럼 박지성을 해결사로 기용하고 이천수는 날개 공격수로 쓰려 했지만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천수는 개인기와 스피드는 좋지만 막판 체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 측면돌파를 통한 득점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천수가 박지성이 없는 상태에서 체력이 좋은 이란수비진을 교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대표팀 실내훈련-눈장난하는 선수들 15일 오후(한국시각). 한국올림픽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테헤란 아자디 스포츠 스타디움 내에 있는 풋살 실내경기장으로 이동하면서 눈장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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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천수는 "평소에도 스트라이커로 골을 넣고 싶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CBS노컷뉴스 이서규기자 wangsobang@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