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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무대에서 선수 생활의 시작과 마무리를 모두 한팀에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영예인가. 그런 프렌차이즈 스타를 보기 힘든 요즘이다.
서울 삼성의 포워드 이규섭(36)은 프로농구에서 몇 안되는 프렌차이즈 스타다. 2000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던 이규섭은 올해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그가 내려놓은 유니폼에는 삼성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15일 오후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이규섭의 은퇴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구단과 상의 끝에 은퇴를 결심한 이규섭은 "축하받을 일이다. 선수는 경기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지만 떠날 때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가고싶었던 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수많은 선후배들이 참석해 이규섭이 선수로서 갖는 마지막 이벤트를 함께 했다. 이성훈 삼성 단장과 김동광 감독 그리고 삼성의 전 감독으로 이규섭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던 안준호 KBL 이사도 자리했다. 수많은 ''삼성맨''들이 자리한 가운데 삼성의 프렌차이즈 스타가 코트와 작별을 고했다.
이성훈 단장은 "2000년에 이규섭을 지명했다. 우리 구단의 유일한 1픽이었다. 그간 부진을 씻고 우승할 수 있었던 계기가 이규섭 덕분이었다고 기억한다. 아쉽고 감회가 새롭다"고 이규섭을 떠나보내는 소감을 밝혔다.
이규섭은 2000-2001시즌부터 2012-2013시즌까지 총 11시즌(군 입대 시절 제외)동안 삼성에서 활약했다. 데뷔 첫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렸다. 2005-2006시즌에는 삼성이 플레이오프 7전 전승 우승을 하는 데 기여했다. 프로 통산 574경기에 출전해 평균 10.3점, 2.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삼성은 이규섭에게 지도자 연수의 길을 열어줄 계획이다. 기간은 6개월로 다소 짧은 편이지만 그가 미국에서 새로운 농구를 배워올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성훈 단장은 다음 시즌 중에 날을 잡고 이규섭의 은퇴식을 개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규섭이 달았던 등번호(데뷔 때 13번을 달다 9번으로 바꾼 뒤 2011년 다시 13번으로 바꿨다)가 삼성의 안방 잠실실내체육관에 영원히 간직될 지가 관심사다.
이규섭은 삼성의 프렌차이즈 스타이고 팀 공헌도가 높았기 때문에 영구결번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규섭은 영구결번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지만 스스로 삼성을 대표하는 선수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물론이다. 팀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다른 팀에서 은퇴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BestNocut_R]이에 대해 구단 측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영구결번 행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훈 단장은 "현재 영구결번으로는 고 김현준 코치(10번)가 있다. 영구결번이 남발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이규섭은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