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파' 전공의 대표 등장…의정갈등 새 국면에 과제도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갈등이 1년 4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강경파'로 분류됐던 전공의 대표가 물러나고 '대화파'가 새로 선출되면서 사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새 대표가 정부와 정치권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 복귀를 희망하는 사직 전공의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다만 의료계 내부 통일된 목소리를 모으는 등 과제들도 남아있어 대규모 복귀가 실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성존 신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8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 및 국회와 전향적인 대화가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및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를 포함해 의료계 내 다양한 단체와의 교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선출된 한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강경 기조로 전공의를 이끌어 온 박단 전 위원장과 비교하면 대화파에 가깝다. 한 위원장은 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와 함께 공개적으로 '조건부 수련 재개' 입장을 밝히며 박 전 위원장을 비판하며 나선 뒤 박 전 위원장은 위원장 직에서 사퇴했다.
지역·전공따라 다른 전공의…'단일 목소리' 과제
신임 한성존 위원장 앞에는 당장 전공의 내부 의견을 하나로 몪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전공의들은 수련 병원과 지역, 전공과목에 따라 입장이 갈리며, 수도권 '빅5' 병원 중심의 논의 구조에 불만을 제기하는 지역 전공의들도 있다.
특히 응급의학과 전공이었던 박 전 위원장과 달리 한 위원장은 성형외과 전공이라는 점에서, 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 이른바 '필수의료' 전공의들의 요구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새 전공의 대표단이 전체 전공의들의 의견을 모아서 의협과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새 전공의 대표가 전공의들의 의견을 모아 '단일대오'를 만들어 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는 "새 전공의 대표가 나오면서 '복귀하고 싶다'는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나올 여지는 커졌다"면서도 "이전에도 전공의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많이 나왔는데, 이를 어떻게 정리하고 정부와 대화에 나설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지역위원장 체계를 통해 모든 병원의 목소리를 고르게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성급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수련 시간 축소·8월 전문의 시험…의료계에서도 '우려'
새 대전협 비대위는 △정부 필수의료 정책 및 개혁안 재검토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보건의료 거버넌스 내 의사 비율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7대 요구안보다 다소 축소된 형태지만, 수련 종료 시점에 맞춘 '8월 전문의 시험' 시행과 같은 수련 특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런 요구에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의료계 최대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는 지난 25일 회의를 열고 전공의 요구사항에 대해 논의했는데, 대다수는 8월 전문의 시험에 대해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전공의 수련 시간을 주당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모든 학회가 "양질의 전문의를 양성하려면 충분한 수련시간이 확보돼야 한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전문의 시험을 치르는데 수십억 원이 쓰인다. 또 전공의 시절은 교육을 받는 기간인데 마냥 수련 시간을 줄이기도 어렵다"며 "(전공의들도) 이제는 사회적인 여론을 신경써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례 없다'는 복지부·교육부, 의대 총장들도 "원칙 허물 수 없어"
의료계 바깥 상황도 녹록치 않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도 현재로서는 각각 수련 특례와 의대생 학사 유연화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귀를 원하는 전공의들의 대책에 대해 "현재로서 구체적으로 외부에 발표할 정도로 검토하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이해우 공동회장(동아대 총장)은 지난 2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5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의대생들이 복귀를 얘기하면서 유급·제적 철회 등 전제를 달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육부가 학사 유연화는 더 이상 없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새 교육부 장관이 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학이 마음대로 (원칙을) 허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2025.06.3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