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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명 뚫고 美 연구과제 따낸 ''여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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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0명 뚫고 美 연구과제 따낸 ''여장부''

    [세계로 뛰어든 과학자]"수소경제, 멀지않았다"...최경신 美 퍼듀대 교수

    최경신 美 퍼듀대 교수 ⓒ 2005 HelloDD.com

     

    지난 5월. 미국 연방정부는 국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과학자들에게 수소에너지 활용에 대한 ''제안서(Proposal) 공모전''을 개최했다.

    미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연구과제로 선발된다는 점 하나로도 과학자에게는 적잖은 영광이었다.

    거기다가 선발된 과학자들에겐 3년간 필요로 하는 연구비를 모두 지원하는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700여명 이상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달려들었고, 최종 경쟁률은 10대 1이 넘었다. 선발된 제안서는 총 70여건.

    미 정부가 인정한 연구과제를 취득한 과학자 중 한명의 한인과학자가 포함돼 있었다. 최경신 교수. 남성적인 느낌이 나는 이름과는 다른, 30대 중반의 젊은 여성이다.

    그는 미국 화학공학 분야 연구실적 1~2위를 다투는 퍼듀대학 교수로 재임 중이다.

    지난 2002년,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제치고, 교수로 임용돼 각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리고 임용된 지 3년. 그는 다시금 미국 정부의 연구 지원을 따내며 과학기술계의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나노 기술 적용한 전극물질 개발''이 목표...수소생산의 획기적 방향 제시

    최경신 교수는 현재 ''태양에너지를 사용한 효율적인 수소생산''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개념은 지난 70년대부터 꾸준히 연구돼 오던 분야다.

    하지만 최 교수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기존의 방식과 차이가 크다.

    태양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 다시 물을 분해하는 과거의 방식과는 다르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필요로 특별히 제작된 전극물질을 활성화 시키고, 그 에너지로 단번에 수소를 뽑아내는 획기적인 방식을 제안했다.

    이런 목적으로 효율을 최대로 높인 ''전극물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고체화학을 전공했던 그에게 꼭 적합한 연구과제다.

    최 교수는 "폴리 크리스털링''이란 신 공법을 사용, 물질의 입자를 치밀하게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물질을 나노 단위로 변화 시켜, 수소를 발생시킬 수 있는 표면적을 최대로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연구제안으로 인해 그녀는 미 정부와 퍼듀대학 측으로부터 총 50만달러의 연구비를 얻어냈다.

    실제로 연구에 성공한다면 수소경제로 새 출발 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에너지 문제에 큰 공헌을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최 교수는 "수소의 저장, 사용방법 등은 어느 정도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만 한 기술을 보유했다고 생각한다"며 "획기적인 수소 생산방법만 제안된다면 기존의 화석연료체계를 타파하고 수소경제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학선생님 영향으로 인생 바뀌어..."여성이기 때문에 대접받는 삶은 싫다"

    최 교수는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예원중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할 정도로 예술에 소질을 보였던 학생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엔 과학 교사의 흥미로운 수업 덕분에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학교에 진학하길 원했지만 공교롭게도 합격한 것은 2지망인 식품영양학과였다.

    하지만 그녀는 과학자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입학과 동시에 부전공으로 ''화학과''를 선택했다. 대학원에 진학할 때도 고체화학 전공 대학원생을 뽑지 않으려는 교수를 당차게 설득하면서 또 한 차례 고비를 넘겼단다.

    그가 처음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대학원을 갓 졸업한, 26살의 어린 나이였다.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외로울 땐 혼자서 고민하지 않고, 어떻게 상황을 바꿀지 생각하면서 밖에 나가 친구를 만들었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미시간 주립대에서 박사 과정을 어렵게 수료한 그녀는 이어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박사후 과정(POST Doctor) 과정을 수료하며 국내·외 학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결국 2002년, 33살의 젊은 나이로 나이로 퍼듀대학교 조교수 자리를 따 냈으며, 현재는 미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과학자로 통한다.

    그녀는 한국의 후배 여성과학자들에게 "여성들도 능력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대우 받는 것이 아닌, 능력만큼 대우를 받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진정한 ''남녀평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지나치게 인위적인 여성 우대정책은 오히려 향후 여성 과학인들의 입지를 좁히게 될 것"이라며 "여성 과학인들이 원하는 것은 여성이라고 무조건 우대해 주는 호의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제대로 대우하는 공정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개최된 제13차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8년 만에 밟는 고국 땅 이라 감회가 새롭다고, 당분간 미국에서 연구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지만 앞으로는 자주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한인 과학자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움직여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과학강국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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