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을 확정한 29일 오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입장 발표를 마친 후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돌이켜보면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은 시간 문제였다. "밖에 있는 적 50명보다 안에 있는 적 1명이 더 무섭다. 내부총질자가 더 위협적이다." 지난해 8월 당대표 경선 당시 장동혁의 발언은 예고편이었다.
마치 '넌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는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단식은 복선이었을까? 낮은 당 지지율로 당내 비판이 비등할 즈음 장 대표는 단식 카드를 꺼내든다. 쌍특검을 내걸고 단식에 들어갔던 장동혁은 나와서는 제일 먼저 한동훈의 목에 칼을 휘둘렀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글을 문제 삼아 29일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당원 게시판에서 윤석열 부부를 비방할 목적의 여론 조작이 발견된 것과 관련, 한 전 대표 제명을 의결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결정을 최종 추인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저를 제명할 수는 있어도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의 열망을 꺾을 수는 없다", "반드시 돌아온다"고 밝혔다. 앞서 윤리위는 지난 26일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도 '탈당 권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열흘 유예만 주어졌을 뿐 이 또한 제명 통보나 다름없다.
민주적 정당을 표방하는 공당이 익명 게시판의 글을 문제 삼아 전직 대표를 제명하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정치적 살인행위라 할 수 있다. 당원 게시판 논란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건 맞지만 이 정도의 사안으로 당적 박탈이라는 최고 수위의 중징계를 내린 것은 과했고, 윤석열 부부의 비정상적 통치행위가 국정과 당의 운명을 파탄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조치를 내린 것도 파시즘이나 공산독재에서나 있을 법한 폭거다. 당이야 망가지든 말든 '내부총질자'라는 주홍글씨를 씌워 반대파를 제거하려던 계획이 착착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당 윤리위가 정작 제명 조치를 취해야 할 대상은 내란옹호 세력이 아닐까? 윤석열 탄핵과 체포를 방해한 자들이 제대로된 사과도 없이 극우 윤어게인 세력을 끌어들여 당을 '접수'하는 게 당의 미래에 훨씬 해롭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장 대표는 최고위를 주재하고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황진환 기자지난 십 수년을 돌아볼 때 보수 정당의 실패 원인 중 하나는 '정치적 자해'다. 배신자 프레임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친이-친박의 충돌, 유승민을 겨냥한 박근혜의 '배신의 정치' 발언, 윤석열의 이준석 토사구팽 등 일련의 정치적 자해와 뺄셈의 정치가 통합을 가로막았다.
장동혁 지도부의 칼춤은 한줌 극우세력에 올라탄 자해의 막장에 해당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대파를 제거했으니 윤석열과 절연하자는 건전한 목소리마저 내부 총질로 몰아 공천권을 입맛대로 휘두를 개연성이 있다. 건국과 반공, 산업화 등 보수 정체성을 앞세우는 강령 개정과 함께 당명 변경도 추진중이라고 한다.
실패를 교훈 삼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정당 지지도가 말해주듯 내란 이후 연속된 헛발질에 국민은 국민의힘을 외면하고 있다. 여러번 지적한 것처럼 국민의힘의 퇴행은 극우세력에 잠식당하는 과정이었는데, 이제 완성 단계에 접어든 느낌이다. ('[칼럼]끝내 장동혁…'뺄셈의 정치' 끝은 어디인가' 참조)
불행히도 당내에는 혁신의 에너지보다 지켜보자는 기회주의와 보신주의가 팽배하다.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 '부작위'의 책임을 느껴야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은 국민에 의해 공당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정치적 영구제명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