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지연을 문제 삼으며 한국산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단순한 무역 문제라기보다 외교·정치적 계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美 군기 잡기?
한화오션 제공우선 최근 한국의 외교·통상 행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 정부와 국내 방산·조선 기업들이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캐나다와 대규모 전략 협력을 본격화한 점이 대표적인 변수로 거론된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최근 최대 60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에 뛰어들며 캐나다 현지 철강, 인공지능(AI), 우주·위성 기업들과 잇따라 전략적 협력에 나섰다. 캐나다 정부가 입찰 과정에서 중시하는 '바이 캐네디언' 기조에 맞춰,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현지 산업·고용·기술 생태계에 깊숙이 결합하는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이런 움직임은 동맹국 한국이 방산·안보·첨단 산업 협력의 축을 미국이 아닌 제3국으로 분산시키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캐나다는 동맹 관계지만 방위비 분담, 에너지·환경 정책, 보호무역 조치 등을 놓고 갈등을 반복해왔다.
이제현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세계 무역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보다 분명한 친미 스탠스를 보여주길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투자특별법 지연, 쿠팡 수사 등도 영향
여기에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불만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제출'이 아니라 '입법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사 역시 미국 내에서는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 압박으로 인식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과 중국과의 관계 강화 메시지까지 더해지며,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한국의 외교 노선에 불편함을 느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쿠팡 수사, 친중 행보,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둘러싼 대규모 산업 협력 등 한국이 미국을 소외시키는 듯한 일련의 흐름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을 압박해 다시 친미 정책 쪽으로 유도할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국내 입지 좁아지는 트럼프의 동맹국 압박 전술?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처한 국내 정치 상황도 이번 강경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민단속 요원 총격 사망 사건 등으로 정치적 부담이 커진 데다, 상호관세 정책의 위법성을 둘러싼 미 연방대법원 판단도 임박해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관세 인상 언급은 실제 부과라기보다 한국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레버리지 성격이 강하다"며 "대미 투자와 외교 노선을 다시 미국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일종의 '길들이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고율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원하는 성과를 얻은 뒤 이를 철회하는 방식을 반복해왔다. 이번 조치 역시 한국 정부와의 추가 협상 과정에서 철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국회 입법이라는 구조적 변수가 남아 있어 한미 간 긴장 국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언급 배경과 미국 측의 정확한 의중을 분석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조속히 미국으로 넘어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관련 사안을 협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