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지난 1월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대통령 경호처 인원들이 철문 앞을 차량으로 막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 지휘부로부터 집행 저지 상황을 보안 메신저인 '시그널'로 보고받은 사실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겼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뒀을 땐 경호처에 총기 휴대까지 지시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관련 전후 상황을 기술했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 관저 등이 있는 공관촌에 수사기관의 출입을 막으라고 경호처에 지시한 것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다.
당시 경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관을 압수수색하려 하자 윤 전 대통령은 비화폰으로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에게 "국방부 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와 함께 묶여 있는 군사보호구역 아니냐"라며 "이런 곳은 수사관들이 못 들어오는 것 알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런데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압수수색에 협조했고 경찰관 1명이 공관촌으로 들어오자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차장에게 화를 내며 "그걸 왜 들어가라고 해? 들여보내지 말라니까"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가 1차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전인 지난 1월 3일까지 경호처 지휘부에 여러 차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체포영장은 불법이다" "서울서부지법의 영장 발부는 관할권 위반이다"라며 집행 저지를 당부했다는 게 특검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박 전 처장과 김 전 차장은 경호처 간부 회의를 매일 소집했고, 1정문에서 관저까지 향하는 길목을 세 등분해 차벽을 세우는 문건까지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이들이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수 없고 이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위기관리TF의 보고를 받고도 집행 저지에 나선 것으로 판단했다.
경호처 지휘부는 1차 체포영장 집행 전날 군·경에 인원과 차량 지원을 요청했으며, 김 전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은 "미친X들 오면 때려잡자"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진환 기자1차 체포영장 집행 당일인 지난 1월 3일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파견 경찰 등이 1정문을 통과하자 윤 전 대통령은 시그널로 박 전 처장에게 전화해 "철문이 왜 그렇게 쉽게 개방이 되냐"고 물었다. 김 전 차장도 시그널로 윤 전 대통령에게 상황을 공유하면서 집행 인원이 1차 저지선을 넘지 못하도록 인력을 동원했다.
집행 인원이 1·2차 저지선을 통과하자 김 전 차장은 공수처 검사에게 "공수처가 무슨 권한으로 여기 들어왔나. 경찰들 다 위법한 것"이라고 소리쳤다. 윤 전 대통령은 시그널 등으로 박 전 처장에게 연락해 "공수처 사람들이 관저 안으로 들어온 게 맞느냐"고 묻기도 했다.
결국 공수처가 영장 집행 중단을 선언했고, 윤 전 대통령은 집행 인원이 해산했다는 사실을 시그널로 보고받았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 지휘부와 공모해 공무원에게 유형력을 행사해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며 "경호처 지휘부로 하여금 윤 전 대통령을 도피하도록 교사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2차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지난 1월 7일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에게 시그널로 "대통령님께서 전략을 세우시는 데 지장 없도록 경호처가 철통같이 막아 내겠다. 대통령님께 유리하게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경호처는 정치 진영 상관없이 대통령 안전만 생각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을 땐 경호처 지휘부에 "특공대와 기동대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걔들 총 쏠 실력도 없다.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라며 "경찰은 너희들이 총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 할 것이다. 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좀 보여줘라"고 말했다.
지시를 받은 경호처는 전술복과 방탄 헬멧을 착용한 채 총기를 들고 관저 내부를 순찰했다. 또 기관단총 2정과 실탄 80여발을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 김 전 차장에게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다. 빨리 조치해야 되지 않겠냐"라며 여러 차례에 걸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지급한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차장은 비화폰을 관리하는 경호처 직원에게 "대통령님 말씀"이라며 원격 로그아웃을 통한 비화폰 초기화를 지시했으나, 해당 직원이 조치를 하지 않자 "그냥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야.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라고 재촉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