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류영주 기자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통정거래로 인정된 이른바 '7초 매매'와 관련해,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과 김건희씨 간 공통점은 '의사 연락'(주식 매매와 관련해 주가조작 세력과 주고받은 의사소통)이 드러난 바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검찰은 주가조작 일당의 재판에서 의견서를 통해 권 전 회장이 해당 거래에 직접 관여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설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씨에게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결정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주가조작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권 전 회장과 그와 주가조작을 공모해 전주(錢主) 역할을 맡은 것으로 의심 받는 김건희씨를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동시에 '살아 있는 권력'이었던 김씨에게 검찰이 구부러진 잣대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역시 나온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2년 12월 말 서울중앙지법에 '피고인 권오수, 김모씨(2차 주포), 이종호(블랙펄 전 대표)의 공모관계'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의견서에서 검찰은 김건희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알았을 거로 의심되는 이른바 '7초 매매'에 권 전 회장이 직접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7초 매매는 2010년 11월 1일 오전 2차 주포 김모씨가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임원인 민모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3300원에)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7초 뒤 김건희씨 명의 계좌에서 정확히 동일한 주문이 나온 것을 일컫는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7초 매매'를 통정매매 범행이라 판단했고, '김모씨→민모씨→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권 전 회장→김건희씨' 순서로 의사 연락이 이뤄져 김건희씨가 주식을 매도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황진환 기자검찰은 해당 의견서에서 7초 매매에 권 전 회장이 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김건희씨는 권 전 회장의 지인으로, 김모씨와 이 전 대표가 권 전 회장을 통하지 않고서는 직접 연락할 수 없었던 사람인 사실이 피고인들의 증언에 의해 인정되고 있다"며 "권 전 회장이 위 통정매매(7초 매매)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7초 매매와 관련해 권 전 회장이 공범들과 직접 매매 시점을 상의하거나 지시하는 등 '의사 연락'을 주고 받은 정황을 밝혀내지 못했지만, 김모씨→민모씨의 문자 내역과 피고인들의 증언만으로 김모씨→민모씨→이 전 대표→권 전 회장까지 이어지는 공모 여부가 인정된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김건희씨에 대해선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김건희씨 무혐의 처분 당시 검찰은 "김건희씨의 계좌에서 통정매매 주문이 있었고, 사전에 권 전 회장의 연락이 있었을 것 같다는 정황만으로는 김건희씨가 권 전 회장 등의 범행을 인식하고 매도 주문을 내서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권 전 회장과 김건희씨 모두 주가조작 일당과 7초 매매 관련 '의사 연락'을 주고 받은 증거 및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검찰은 권 전 회장의 공모 여부는 인정한 반면 김건희씨의 공모 여부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다만, 검찰은 해당 의견서에 담은 권 전 회장에 대한 주장은 다른 피의자(김건희씨)의 혐의 유무 판단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피의자의 혐의 유무를 판단 할 때는 '의사 연락'이라는 한 가지 증거만 놓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공범들의 진술 등 여러가지 증거들을 종합해서 판단한다는 취지다.
해당 사건에 관여했던 한 변호사도 "(권 전 회장과 김건희씨 둘 다) 의사 연락이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며 "권 전 회장과 김건희씨에 대한 공범들의 증언들이 다르고, 권 전 회장은 '주체(몸통)'인데 김건희씨는 일종의 '허수아비(종범)'처럼 움직였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당 사건에 관여했던 다른 변호사는 "권 전 회장과 김건희씨는 주가를 올리겠다는 '목적'에 비추어 봤을 때 전혀 다를 게 없다"면서 "오히려 7초 매매로 인해 더욱 직접적인 이득을 본 당사자는 김건희씨이기 때문에, 검찰이 권 전 회장과 김건희씨에게 이중잣대를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향후 변수는 김건희씨에 대한 공범들의 진술 변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형사재판이 진행되면서 권력의 정점에서 밀려난 김건희씨에 대한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이 조금씩 변하는 상황이다. 최근 해당 사건을 재수사중인 서울고검은 주가조작 혐의가 인정돼 처벌된 민모씨와 김모씨로부터 '김건희씨가 윗선과 소통했을 수 있다', '1차 주가조작 시기엔 (김건희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고검은 김건희씨가 미래에셋증권 계좌 담당 직원과 통화하며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직접 말하는 녹음파일을 확보하기도 했다.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는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은 다음 달 2일 정식 사무실에 둥지를 틀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