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한다는 괴담이 동아시아를 강타하면서 일본 여행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만화가의 예언을 근거로 한 '7월 5일 대재앙설'이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자,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시간과 장소를 예측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하며 진화에 나섰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 난카이 해곡 대지진
2025년 1월,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는 30년 이내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확률을 기존 70~80%에서 80%로 상향 조정했다. 난카이 해곡은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지는 골짜기로, 100~150년 주기로 대지진이 반복됐다.
2025년 3월 발표된 내각부 전문가 검토회는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9.0 강진이 발생할 경우, 최대 29만 8,000명이 사망하고 1,23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다. 경제적 피해는 292조 엔(약 2,888조 원)으로, 일본 GDP의 절반에 육박한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이를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경고했다.
'7월 5일 대재앙설'의 진원지는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의 '내가 본 미래'다. 이 만화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예견해 유명세를 탔다. 2021년 "진짜 대재앙은 2025년 7월에 온다"는 새로운 예언과 함께 동일본 대지진 주기가 맞물려 불안감을 자아냈다.
SNS발 괴담… 동아시아권 일본 여행에 '타격'
이 예언은 SNS,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시아 각국으로 퍼지며 괴담처럼 확산됐다.
NHK에 따르면 해당 예언과 관련된 영상 1,400여 개가 유튜브에서 1억 뷰를 돌파했으며 중화권에서는 220개가 넘는 중국어 영상이 조회수 5천만 건을 돌파했다. 특히 풍수지리가 고착화된 홍콩에서 유명 풍수사가 "6~8월 일본 지진 위험이 크다"고 언급하면서 불안이 증폭됐다.
일본여행 괴담 관련 질문 글. 온라인 캡처항공사들은 풍수지리가 고착화된 홍콩에서 불안이 커지자, 적자를 막기 위해 감편에 나섰다. 그레이터 베이 항공은 5월부터 오는 10월까지 홍콩~도쿠시마 노선을 주 3회에서 2회로, 홍콩~센다이 항공편을 주 4회에서 3회로 줄였다. 센카이 신문에 따르면 그레이터 베이 항공의 일본 지사 사장인 히로키 이토는 "2월 봄 예약이 예상보다 약 30% 적었고, 이는 많은 홍콩 주민이 예측을 믿은 결과"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와 포워드키스(ForwardKeys)는 2025년 4~5월 두 달간 홍콩발 일본 여행 예약은 전년 대비 50% 감소했고, 6~7월 도착 예정 예약은 83%까지 급감했다고 밝혔다. 홍콩 거주자들은 2024년에만 약 270만 건 일본 여행을 했지만, 2025년 들어 문의와 예약이 크게 줄었다. 홍콩 여행사 CLS 홀리데이 프랭키 차우 대표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3~4월 일본 여행에 대한 고객 관심이 전년 동기 대비 70~80% 감소했다"고 밝히며 고객들이 대지진에 대한 우려로 여행을 연기하거나 목적지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에서는 예언이 중국어 자막으로 번역된 유튜브 영상이 5천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수'에는 일본행 항공편 예약 취소 사례가 다수 올라왔다. 주일 중국대사관도 지난 4월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 여행이나 유학, 부동산 구입에 신중할 것"을 권하며 지진 피해 주의를 당부했다.
지진 피해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주일중국대사관 홈페이지 게시글. 주일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노스트라다무스 괴담과 다를 바 없다"…국내 영향은 제한적
한국에서는 동요하는 움직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행 취소 후기가 공유됐지만 수요 급감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882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지난 2월에는 81만 5천명으로 전달 대비 12.9% 감소했으나 비수기인 4월에는 72만 1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1% 늘어났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일본 여행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이라며, 지진설에 대해서는 '노스트라다무스 지구멸망 괴담'과 다를 바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경계도 여행객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은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6월부터 상대 국민 전용 입국 심사대인 '패스트트랙'을 시범 운영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로 해 일본을 찾는 한국 여행객은 더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