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창작자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지위를 주장하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플랫폼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법적 판단을 받게 됐다. 플랫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로자성'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웹툰노동조합(위원장 하신아, 이하 웹툰노조)은 21일 "지난 11일 카카오엔터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17일 회사로부터 거부 통보를 받았다"며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조만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최근 웹툰 작가의 경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법률 검토 결과에 따라 웹툰 창작자는 고용계약 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사업자"라며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체결된 웹툰상생협약의 주요 조항도 이미 이행한 상황이어서 별도의 교섭에 응할 수 없다"고 공문을 통해 전했다.
웹툰노조는 카카오엔터의 공식 입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하신아 위원장은 "카카오엔터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작품을 연재하는 직계약 작가도 다수 포함된 조합"이라며 "그간 플랫폼 노동자들이 근로자로 인정된 판례와 맥락을 공유하는 만큼 근로자성이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단체교섭 요구는 카카오엔터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도 영향을 받았다. 최근 불거진 카카오엔터 매각설에 따라, 웹툰 IP(지식재산권) 귀속 및 수익 배분 구조의 변화 가능성을 경계한 작가 측이 사전에 권익 보장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웹툰노조는 특히 2022년 문체부 주도 하에 체결된 '웹툰 생태계 상생 환경 조성 협약'의 주요 내용을 법적 효력을 갖는 단체협약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협약에는 플랫폼-창작자 간 공정계약 체계 마련, 수익 투명화, 저작권 보호, 복지 확충 등이 포함됐다.
업계는 이번 사안이 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산업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웹툰 작가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네이버웹툰 등 타 플랫폼에도 유사한 교섭 요구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방송연기자, 대리운전 기사, 배달 라이더 등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은 전례가 있다. 2020년에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상대로 대리운전노조가 제기한 단체교섭 요구가 노동위에서 수용된 바 있다.
한편 웹툰노조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근로자로 인정되면 저작권을 상실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오해"라며 "노동자성과 저작권은 병립할 수 있으며 법적으로도 명확히 구분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교섭 관철을 위해 향후 문화계 연대와 공론화에도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