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9.31포인트(0.35%) 내린 2,645.27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미국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하고 있다. 이번주 발표되는 엔비디아 실적과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가 향후 미국 경기를 가늠할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35% 하락한 2645.27로 장을 마쳤다. 개인이 1916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043억원과 907억원 순매도하며 소폭 하락했다.
코스피는 장초반 1% 하락했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이 매도세를 줄이면서 낙폭을 다소 회복했다.
앞서 인플레이션 우려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며 미국 S&P500(-1.7%)과 나스닥(-2.2%),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3.3%) 등이 일제히 하락한 것과 달리 코스피는 큰 충격을 받지 않은 모양새다.
다만 코스피도 당분간 변동성 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지난주 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 공개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이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연준 위원들이 물가 안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발언한 비중은 75%로 12월 61%에서 14%p나 급증했다. 여기에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도 지난해 9월 2.4%에서 지난달 3%로 상승하는 추세다.
유진투자증권 방인성 연구원은 "1월 의사록에서 물가 안정에 대한 부정 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면서 "서비스 부문의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고, 일부 위원들은 공급망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위험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후 공개된 경제 지표도 미국 경기에 대한 부정적 신호를 보냈다.
2월 미국 S&P 서비스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9.7로 전월(52.9)과 예상치(53.7)를 모두 크게 밑돌았다. 앞서 월마트가 실적 발표 때 제시한 가이던스(실적 전망치)가 시장의 예상보다 낮아 미국 소비 심리 위축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부정적 지표다.
또 2월 미시간대 기대인플레이션 확정치는 4.3%로 한 달 전 3.3%보다 1%p 급등해 4%대에 진입했고, 5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3.5%로 199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대규모의 공무원 해고에 나선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머스크는 최근 230만명에 달하는 연방정부 공무원에게 "24일 자정까지 '지난주에 한 일'을 보고하라. 그렇지 않으면 사임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미 20만명이 넘는 근무기간 1년 미만의 수습사원의 해고를 시작했다.
KB증권 박준우 연구원은 "2월 들어 고용 중 연방 공무원 비중이 43%인 워싱턴 D.C. 지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급증했다"면서 "숫자는 천명대로 미미하지만 앞으로 공무원 해고 증가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미국 실업률이 증가하고, 소비 심리가 악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26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실적과 28일 1월 PCE 물가지수 발표에 이목이 쏠린다.
2년 연속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끈 AI(인공지능)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긍정적인 실적과 가이던스를 내놓으면, 올해 저점 대비 4% 상승에 그친 주식시장의 랠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다. 연준이 목표하는 상승률은 2%인 가운데 시장은 1월 근원 PCE 지수가 2.6% 상승해 전월보다 0.2%p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각종 미국 경제지표가 정책 불확실성 등을 반영하며 동시에 둔화하고 있지만 경기 경착륙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물가 리스크 안정 시그널이 가시화하면 6월부터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재개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