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3천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 BNK경남은행의 전직 간부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사문서위조 등 혐의를 받는 경남은행 전 투자금융부장 이모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추징금 159억여원도 명령했다.
이씨의 범행에 대한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7년~16년 6월이지만, 재판부는 권고형량을 뛰어넘는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이씨를 도와 범행을 저지른 증권회사 전 직원 황모씨에게는 징역 10년, 추징금 11억여원이 선고됐다. 컴퓨터를 포맷하는 등의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약 14년에 이르는 장기간 횡령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전체 횡령액도 3089억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그 중 실질적 취득 이익이 280억원을 초과하는 등 매우 크다"며 "범행 과정에서 사문서를 위조하고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등 수법과 죄질도 극히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우리 법질서가 당초 예상한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거액을 횡령하였을 뿐 아니라 당초 범죄수익 은닉 등을 통해 시도하고자 했던 '출소 후의 이익 향유' 기회를 박탈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횡령 범행으로 인해 경남은행과 그 임직원, 주주 등 이해관계자,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상실 등 금융시장과 시장 경제질서 등에 끼쳐진 악영향 등까지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상당히 장기간의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과 달리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씨와 황씨는 2014년 1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출금전표 등을 20차례에 걸쳐 위조·행사하는 방법으로 회삿돈 228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등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시행사 직원을 사칭해 대출을 요청받은 것처럼 허위 문서를 작성해 대출금을 횡령하거나, 시행사 요청에 따라 신탁회사 등이 시행사 명의의 경남은행 계좌에 송금한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이씨는 이보다 앞선 2008년 7월부터 2018년까지 9월 같은 수법으로 회삿돈 803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최초 기소 당시 이씨의 횡령액은 1437억원이었지만 검찰 수사 결과 횡령액이 추가로 확인됐다.
한편 이씨를 도와 자금 세탁을 도와준 그의 지인들은 1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횡령 자금을 은닉한 이씨의 아내와 이씨의 자금세탁을 도와준 친형에게도 각각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