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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동쪽끝은 중국?…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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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크로드의 동쪽끝은 중국?…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핵심요약

    인류 최고, 최장의 무역로 실크로드
    박천수 "실크로드의 동쪽끝이 중국?, 역사적 사실과 달라"
    "신라의 우수성은 문화 편식 없는 개방성"
    로마유리기 초원로 등 통해 한반도 유입
    "이집트 아프간 조선의 공통점은 폐쇄성"

    실크로드 상에서 발견된 황금 유리유물 등을 발견된 위치에 배치해 그려낸 유물 배치도. 경북대 박물관 제공 실크로드 상에서 발견된 황금 유리유물 등을 발견된 위치에 배치해 그려낸 유물 배치도. 경북대 박물관 제공 
    인류 문명의 발상지였던 이집트는 기원전 3천년부터 약 2천년 동안 수퍼파워로서 국력을 과시하며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지구상의 최강대국이었다. 신왕국시대의 파라오 람세스 2세 치세에 국력의 정점을 찍었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신전 등 이집트가 남긴 수많은 건축물과 금제 장신구는 전세계의 다른 문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인류 발전의 동력을 공급했다. 알렉산더가 패권을 차지한 이후까지도 이집트 문명의 후광은 인류의 등볼 역할을 이어간다.
     
    제국 곳곳에 건설된 계획도시 알렉산드리아는 인류 문명의 총합이라고 할 정도의 방대한 지식이 축적된 보물창고로 역사의 전도를 밝히는 횃불이 됐다.
     

    인류 최고, 최장의 무역로 실크로드

    서기 2천년에 이르기까지 알렉산더에서 로마로 사산조 페르시아로 중국인도, 미국으로 패권의 주인이 바뀌었을 뿐 주류 문명은 발전을 거듭하며 패권의 주변부로까지 퍼져나가 인간세상을 밝히는 역할을 지속해왔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와 군사적 정복활동의 여파로 뛰어난 문명은 상대적으로 미개한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또다른 문명 탄생의 불쏘시개가 되고 인간 삶의 질을 개선시켜왔다. 문명을 구성하는 문화적 요소들이 '교역'이란 이름으로 이동했던 통로가 바로 무역로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활성화됐던 무역로는 알려진 것처럼 유라시아대륙을 3면으로 가로 지르는 실크로드다.
     
    박천수 경북대 박물관장은 "스텝로드와 사막로, 해로 등 3개의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교역이 이뤄졌고 실크로드 곳곳의 유물 발굴 흔적을 따라 그어진 길이 실크로드"라고 말했다.
     

    박천수 "실크로드의 동쪽끝이 중국?, 역사적 사실과 달라"

    그는 21일 경북대 박물관에서 행한 '유라시아 실크로드 문명교류' 제하의 강연에서 "실크로드의 동쪽 끝 지점은 통상 중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며 "스텝로드 주변부와 신라 고분, 사찰 등지에서 발굴된 유물로 볼때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로마의 문화가 신라를 거쳐 일본으로까지 전파된 흔적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박천수 경북대박물관장이 21일 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유라시아 실크로드 문명교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날 강연은 최고위과정의 한 부분이다. 이재기 기자박천수 경북대박물관장이 21일 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유라시아 실크로드 문명교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날 강연은 최고위과정의 한 부분이다. 이재기 기자
    고고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일본 유학파로 실크로드 연구에 천착해 오고 있다. 한반도 역사상 첫 통일왕조이자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신라문화의 원류와 특성, 이집트 로마는 물론이고 페르시아 문명까지 편식없이 받아 들인 개방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변방의 소국이 삼한 통일을 이뤄내고 천년왕국을 이어갔던 저력은 다름을 포용하는 개방성, 이로인한 문화적 다양성에 있다"고 분석한다.
     
    박 관장이 실크로드의 궤적을 찾고 신라문화의 뿌리를 찾아가는 방법은 이집트와 영국, 인도, 중앙아시아를 가리지 않고 유라시아대륙 전역에 걸친 지역에 대한 답사여행과 유물 발굴, 발굴된 유물의 궤적추적으로 요약된다. 그의 연구의 중심을 뚫는 단어는 '유리'와 '황금'이다. 이 가운데서도 유리기(琉璃器)의 흐름을 쫓는데 연구의 한 맥이 있다.
     

    "신라의 우수성은 문화 편식 없는 개방성"

    연구성과에 따르면, 실크로드를 통해서는 인류가 창조해 낸 옷감 가운데 가장 고급스러운 실크만 오간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지역에서 소구되고 구매하고 싶어했던 문화유산이 치장에 쓰이는 '장신구'와 먹는데 이용되는 도구인 '그릇'이며, 장신구의 재료로는 금이 가장 많이 쓰였고 그릇은 도자기와 유리가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구운 도자기는 서역으로, 서역에 제조된 유리기는 동방으로 팔려나가 널리 공급된 사실은 발굴유물을 통해서도 그 실체가 확인되고 있다.
     
    박 관장은 "유리기는 시기별로 로마, 페르시아, 이슬람 세계에서 생산돼 말 낙타 배에 실려 초원로 사막로 해로를 통해 유라시아 동부로 유입되었다. 유라시아 동부에서는 유리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음에도 지속적으로 이를 수입하였으며 금(金)공품을 능가하는 귀중품으로 간주했다"고 설명했다.
     
    실크로드 가운데 초원로 주변의 문화권 스키타이의 황금유물 복장 복원도와 복원과정. 경북대 박물관 제공 실크로드 중 초원로 주변 한 문화권의 황금유물 복장 복원도와 복원과정. 경북대 박물관 제공 
    BC 30세기에서 AD 13세기까지 6개 소(小) 시기에 걸쳐 동서를 오간 교역품의 흔적을 추적하며 신라문화의 연원과 특징을 분석해 나가는 한편으로 유럽 베네치아에서 극동에 걸쳐 뻗어 있는 실크로드의 궤적을 그려냈다.
     
    한반도에서 실크로드 유물이 첫 발견된 시점은 기원전 2,3세기로 낙랑고분인 평양 정백동 고분군에서 인도 베트남 중국 합포 등에서 발견되는 '홍옥수제 다면옥' 등의 유물로 미뤄, 이시기 한반도가 이미 해로로 동남아와 연결돼 있었다는 것이다. 인도 동남아산 홍옥수는 연천 광주 김해 고분군 등지에서도 광범위하게 발견됐다.
     

    '로마 유리기' 초원로 등 통해 한반도 유입

    박 관장은 "페니키아 등 동부 지중해에서 생산된 로마산 유리기가 신라로 유입된 것은 4~5세기경 훈족이 흑해연안의 동서지역을 장악한 시점과 일치한다"며 "이 시기 적석목곽분과 황금장신구에 이어 로마유리기가 신라로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뒤이어 5세기 후반에는 로마유리기는 단절되고 사산조 페르시아 유리기로 대체된다. 모두 초원로를 통해 유통이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 관장은 '신라 황금문화와 유리의 길을 찾아서'란 저서에서 5세기 후반에 "훈(HUN)-유연(柔然)-고구려로 유통된 로마유리기 수입이 단절되고 사산조 페르시아 유리기로 대체된 이유는 유럽으로 진출한 훈제국이 붕괴하고 사산조 페르시아 세력이 대두한 것을 상징한다"고 적었다. 7세기에는 이슬람 유물이 실크로드로 공급된다.
     
    그는 고고학적 발굴조사를 근거로 △신라는 시기별로 초원로 사막로 해로를 통해 서방과 문물교류를 했고 △유물을 일본으로 전파한 글로벌 국가라고 규정, 실크로드의 동단(東端)이 중국이라는 중국 학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 관장은 "고조선 이래 한반도는 중원을 통하지 않고 유라시아 초원로의 문화와 연결됐고 신라와 발해가 각각 해로와 초원로를 통해 중원을 경유하지 않고 유라시아 세계와 직접 교류했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신왕조시대 파라오들이 탔던 황금마차의 디자인이 세련됐다. 오른쪽은 현대의 이집트 도시를 지나가는 노새가 끄는 마차의 모습. 두 개 사진의 장면이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경북대 박물관 제공 이집트 신왕조시대 파라오들이 탔던 황금마차의 디자인이 세련됐다. 오른쪽은 현대의 이집트 도시를 지나가는 노새가 끄는 마차의 모습. 두 개 사진의 장면이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경북대 박물관 제공 

    박천수 관장 "이집트 아프간 조선의 공통점은 폐쇄성"

    고고인류학계가 유물 발굴에 목을 매는 이유는 역사적 사실에서 찾게 되는 교훈 때문이다. 박천수 관장은 강연 말미에 상징적인 사진 한장을 제시했다. 이집트 파라오가 사용했던 금마차와 노새가 끄는 구식 수레를 대비시켰다. 과거 황금기와 쇠락한 오늘날의 모습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장면이다.
     
    세계문명의 중심이었던 이집트가 오늘날 후진적인 모습으로 귀결된 건 이슬람 원리주의에 갖힌 폐쇄성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집트와 아프가니스탄, 우리나라 조선의 사례에서 문호를 닫으면 망한다는 것을 역사적 사실이 여실히 보여준다"며 "실크로드는 고대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여기에 있다.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이 이렇게 된 것도 갖혀 살았기 때문이다. 개방을 통한 다양성의 흡수만이 살 길이다"는 논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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