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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교도소에서 온 고소장…보낸이는 '경찰 황산 테러범'



경인

    [단독]교도소에서 온 고소장…보낸이는 '경찰 황산 테러범'

    40대 여성 전모씨, 2016년 관악경찰서 황산 테러
    경찰관 가족도 협박 "10억 안보내면 가만 안둬"
    출소 후 탐정 찾아가 "경찰관 납치·폭행해라"
    거절하자 시작된 스토킹…또다시 실형
    수감 중 이번엔 탐정 고소…"출소 후 테러 두렵다" 호소

    연합뉴스·스마트이미지 제공연합뉴스·스마트이미지 제공
    2016년 관악경찰서 경찰관에게 '황산 테러'를 했던 40대 여성이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로 자신이 스토킹을 했던 탐정사무소 대표를 고소했다. 이 여성은 경찰관이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굴에 황산을 뿌렸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출소 뒤에는 탐정사무소를 찾아가 해당 경찰관에 대한 폭행·납치를 의뢰했다가 거절당했는데, 이번엔 탐정을 상대로 5개월가량 스토킹을 하다가 또다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로 "탐정이 의뢰 비용만 받고 일은 하지 않았다"며 고소장을 제출했고, 사건이 각하되자 이의신청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출소 후 2차 보복'이 우려된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황산 테러범'이 보낸 고소장…각하되니 이의신청까지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은 40대 여성 전모 씨가 사기, 무고, 위증 혐의로 탐정사무소 대표 A씨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최근 각하 결정을 했다. 전씨는 지난해 9월 같은 혐의로 A씨를 고소했지만 경찰은 '무리한 고소'라고 판단해 각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전씨는 올해 7월 이의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검찰 역시 "혐의 없음이 명백하다"며 재차 각하 결정을 했다.

    전씨는 A씨가 의뢰비용을 받고 정작 업무는 처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가 의뢰한 사건은 과거 자신이 황산 테러를 가했던 경찰관 B씨를 폭행하고 납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전씨는 2016년 4월 관악경찰서 경찰관 B씨에게 황산 테러를 했다. 그는 보온병에 담아온 황산을 B씨 얼굴에 뿌려 3도 화상을 입혔다. 전씨는 B씨가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다른 사건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였던 B씨를 처음 만났다. 하지만 B씨와 관련이 없는 사건이나 내용으로도 계속 연락을 했고, 이후 연락이 닿지 않자 황산을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이 사건으로 기소돼 2017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전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2018년 1월 B씨와 가족들에게 협박을 했다가 실형을 살기도 했다. 그는 "보상금 10억원을 가져오지 않으면 출소 후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가 징역 10월을 또 선고받았다.


    "경찰 납치 거절하니 스토킹…출소 겁나"



    형기를 마치고 나온 전씨는 2021년 3월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를 찾았다. B씨에 대한 폭행·납치를 의뢰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전씨가 찾아와서 '경찰관 B씨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하더라"며 "그를 감금하고 폭행해 자백을 받아오라는 게 의뢰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B씨 가족들의 신상까지 알아보라고 했다"며 "그런 의뢰는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해 5월부터 9월까지 전씨는 A씨에게 의뢰를 승낙하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20여차례 보냈다. 전씨는 "○○씨 잘 하고 있지? 힘들면 (B씨가) 자백할 때까지 폭행해서 녹취해. 감옥은 내가 대신 들어갈게"라는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전씨는 같은해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그런 식으로 했다간 (B씨처럼) 얼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나 무서운 여자다. 나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 당신 각오해라"는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등 70회에 걸쳐 스토킹을 했다.

    A씨가 연락을 차단하자 전씨는 다른 번호로 연락을 시도하거나 직접 사무실로 찾아오기도 했다. A씨는 "당시 외근중이어서 마주치진 않았는데, 사무실로 찾아왔다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며 "나도 황산 테러를 당할 것 같은 불안감에 곧장 사무실 문을 닫고 1년 동안 다른 지역에서 숨어 살았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전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검찰은 A씨를 기소,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된 스토킹 범행으로 피해자에게 상당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야기했다"며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올해 5월 원심 확정판결이 났다.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전씨가 최근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A씨는 다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나에 대한 원망이 얼마나 크길래 교도소 안에서도 고소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현재 개명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들의 2차 보복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2차 보복 우려…전문가 "보호수용제 도입 고려해야"


    현재로서 A씨가 할 수 있는 조치로는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가 꼽힌다. 범죄 피해가 우려되는 대상자가 요청하면 △신고 가능한 스마트워치 지급 △주거지 인근에 폐쇄회로(CC)TV 설치 △112 시스템에 연락처 등록 등이 가능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처럼 스토킹 범죄 등으로 경찰이 실시한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는 2021년 1428건에서 지난해에는 7091건, 올해도 3754건(6월 기준)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는 기본적인 실행 기간이 1개월이고, 연장하더라도 통상 2~3개월 후에는 종료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출소하는 교정시설이 아닌 치료를 이어가는 보호수용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승재현 선임연구위원은 "재범 위험성이 있고 명백하며 출소하더라도 개선 교화의 여지가 없는 이들을 위해 교정시설이 아닌 보호 수용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며 "보호 수용시설은 치료의 목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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