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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믿보배' 그 자체 이보영, 고아인 뺨치는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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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믿보배' 그 자체 이보영, 고아인 뺨치는 전략가

    핵심요약

    JTBC 금토드라마 '대행사' 광고 기획사 상무 고아인 역
    시청률 16% 돌파, '용두용미' 평가 얻으며 '믿보배' 증명

    배우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배우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JTBC 금토드라마 '대행사'는 회사의 유일한 실력파 여성 임원이 조력자들과 함께 사내 부조리를 깨부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성장 서사를 담았다. 정치질에 밀려 실력만큼 대우 받지 못하는 '최약체' 임원이 단단한 카르텔을 두드려, 금이 가게 하고, 끝내 전복시키는 과정이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했다. 이런 고아인의 속성을 이보영은 완벽히 재현해냈다. 그 결과 최고 시청률 1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달성과 함께 '용두용미'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다소 뻔한 수식어가 이보영에겐 필모그래피 그 자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부터 '귓속말', 그리고 '마인'에 '대행사'까지. 잠시 주춤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식간에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낸다. 유능한 상사 그 자체, 사이다 판타지인 고아인을 이보영은 능수능란한 완급 조절로 사랑 받게 만들었다.

    인터뷰를 듣다 보니 왜 그랬는지 납득이 갔다. 이미 2002년 데뷔해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이보영으로서는 고아인의 절박함이 '이미 지나가 버린 어떤 것'이었다. 더 성공하고픈 욕망, 꼭대기를 향한 질주 등은 이미 이보영의 삶에 있어 크게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어찌면 그런 이보영이었기에 고아인을 마음 깊이 이해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상상이 어렵지만 데뷔 초까지만 해도 이보영은 '배우' 또는 '연예인'이란 직업이 체질에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청순 가련한 첫사랑 이미지, 이보영의 말을 빌자면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굴러가는 캐릭터를 그만하고 싶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내린 결론은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조금씩 변주 해보자는 것'. 고아인 못지 않게 현명하고 영리한 판단이었다. 청순하면서 주체적 캐릭터였던 '적도의 남자'를 시작으로 이보영의 전략은 꾸준히 통했다.

    다음은 이보영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Q 사실 고아인이 드라마 속에서 저러니까 시원한데 내 직장 상사라고 생각해보면 시원하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도 많았다

    A 실력이 베이스가 되어 있으니까 존중 차원에서 저런 말들이 넘어가게 되는구나 싶었다. 나와 아인이는 전혀 닮지 않아서 연기하면서 재미있었다. 실제 직장에는 저런 사람이 없을 거 같다. 저렇게 막말하면서 전투력도 강한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드라마라고 생각하면서 찍었던 거 같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대사 보면서 되게 시니컬하긴 한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런 대사들이 딱 들어왔다.

    배우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배우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Q 고아인이 평범한 캐릭터는 아니라 성격적으로는 닮은 점이 없어 보이는데 또 나름대로의 매력은 있지 않나. 어떤 점에 끌렸는지

    A 예를 들어 저는 작품을 찍을 때 불안하지 않다. 이미 내 손을 떠났고, 열심히 찍었으면 다음은 감독님과 대중의 몫이지 않나. 어릴 땐 초조하고 그랬지만 '잘되어야 하는데' 이런 마음은 예전에 다 끝났다. 좋아해주시면 감사하지만, 안될 수도 있는 거다. 그런데 고아인은 욕심이 많고 불안하다. '내가 잘되어서 다음엔 무엇을 해야겠다'는 도장깨기 느낌이었다. 게임을 클리어하는 식이었고, 대사를 보면서 '맞아, 인생은 이런 거야'라고 공감을 많이 했다. 처음 대본을 9부까지 받았을 때도 처음 해보는 연기라 대사가 재미있었다. 어떻게 말을 이렇게 싹수 없게 잘하지 싶었다. 얼마나 못되게 대사를 칠까 고민했던 것 같다.

    Q 변호사, 임원 등 전문직에 사연 있는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다

    A 좀 망가지거나 다양한 걸 하고 싶은데 그런 모습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제가 그런 역할을 일부러 찾는 건 아니다.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어도 대본이 재미가 없으면 하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연기하고 싶은 대사나 장면이 있으면 하게 된다. 차기작도 또 전문직이다. (웃음) 어렸을 때는 항상 청순한 첫사랑, 이런 역할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 말없이 있다가 눈물 한 방울 또르르…. 그런 게 너무 힘들었다. 나도 밝은 게 들어오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해봤는데 조금 안 맞는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적도의 남자'가 터닝 포인트가 됐다. 처음엔 청순한 역할이라 또 해야 되나 싶었는데 내면이 강단 있는 역할이라 좋았다.

    Q 그래서 생각이 바뀐 지점이 있었나

    A 청순하고 수동적인 역할이 아닌 첫사랑 캐릭터였다. 사실 저는 무거운 역할보다 밝은 로맨틱 코미디를 너무 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그런데 '적도의 남자'를 하고 나서 내가 변주할 수 있는 게 이 정도 선이라면 충분히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잘 맞는 옷이 확실히 있고, 내가 무리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딱히 먹히진 않았었다. 아마 제 드라마 중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제일 밝을 거다. 어릴 땐 한창 그런 고민을 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별로 아무 생각이 없다. (웃음)

    배우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배우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Q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A 저희 드라마가 연극 배우 출신이 많았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른 연기를 하시더라. 너무 재미있었다. (고아인의 오른팔, 한병수 역의) 이창훈 배우가 계산이 어긋난 연기를 하는데 울컥하면서 올라올 때가 있었다. 조성하 선배님도 악역처럼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기 위치에서 생존해야 하는 사람이다. 저는 선배님을 좋아해서 귀엽게 느껴졌다. 손나은씨도 너무 잘했고, 진짜 열심히 했다. 저는 화려한 인플루언서인 한나 역과 싱크로율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롤이 큰 역할이라 부담감이 컸는데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해왔다.

    Q 고아인도 결국 자신이 일에서 느끼는 성취 때문에 끝까지 버틴 셈인데 본인도 배우로서 성취를 느꼈던 부분이 있다면

    A 처음에 연기를 시작했을 때 이쪽 일이 적성에 안 맞았다. 도망치고 싶었고, 현장은 무섭고, 감독님한테 혼나고, 카메라 앞에 가면 얼굴 근육도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이고 사람들이 다 보는데서 이야기하는 것도 겁났다. 그런데 저만 그러겠나. 모든 사회생활 하는 분들이 다 그렇다. 사회 초년생 아인이를 찍으면서 제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도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사랑하게 됐고, 연기하는 게 재밌다. 시청자들이 제가 만든 캐릭터를 좋아해 주실 때마다 희열이 들고, 잘 버텼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드라마도 끝까지 잘 버텼다.

    Q 고아인이 가장 믿었던 선배 유정석(장현성)에게 배신 당하는 걸 보면서 힘들겠단 생각도 들었는데 일적으로, 인간적으로 힘들 때 이겨내는 노하우가 있다면 

    A 이제는 그런 시절이 지났다. 기계적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끌려 다니며 연기를 한 시간이 있었다. 아침에 눈 뜨기가 무섭고, 현장에 가면 바보 같고 그랬었다. 그러다 일을 쉬게 됐는데 없어야 간절해진다고, 그 다음부터 현장에서 누가 날 찾아주는 게 감사하다. 지금도 너무 설레고 좋다. 현장에서 저한테 욕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웃음) 내가 진짜 나인 것 같고,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거에 감사하다. (믿었던 사람한테 뒤통수 맞는) 그런 경험은 너무 많지 않나? 저는 어느 순간 믿을 건 가족 뿐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 받고, 또 사람에게 치유된다. 그렇게 살아가는 반복인 것 같다.

    배우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배우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Q 요즘 OTT 채널과 함께 여성 배우들이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여러 장르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본인을 포함해 전도연, 송혜교, 김현주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도 있다

    A 선배님들이 잘 닦아 놓아서 나도 그 나이까지 할 수 있겠단 희망이 생긴다. 더 잘하고, 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도 많이 생긴다. 제가 '마더'를 찍을 때만 해도 여성 배우들 작품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굉장히 많아져서 감사한 일이다. 또 제 작품도 믿고 봐주시는 거라면 정말 감사하다. 다만 부담감은 없다. 이제는 (인기에 따른) 일희일비가 덧없다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드라마가 잘 되어도 일주일 이상 그 열기가 가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어릴 때는 너무 기뻤는데 그렇게 사라지는 걸 보면서 이런 거에 너무 오르락내리락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Q 남편 지성과도 작품 관련 이야기나 상의를 하는지 궁금하다. 이번 '대행사'에 대한 피드백이 있었나. 서로 좋은 연기로 자극을 받을 거 같은데

    A 고아인 캐릭터랑 드라마가 재밌다면서 봤다. 객관화가 안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진짜 재미있다고 하더라. (웃음) 작품이나 연기에 대해서는 전혀 터치하지 않는다. 각자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가까운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물음표가 찍힐 거 같다. 사실 연애할 때는 자극이 됐었다. 오빠(지성)가 열심히 연습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기에 욕심을 내게 됐다. 그런데 이젠 가족 공동체니까 잘되면 서로 기뻐한다. (웃음)

    Q 세상의 고아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세상에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사는 친구다. 세상에 중요한 건 그게(권력·물질) 아니라 내 심신의 건강, 내 안에 있는 거다. 그냥 뭐가 중요한지 알아서 다행이고, 정말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아인이처럼 살고 있을 거다. 행복도 모르고, 즐길 줄도 모르고 왜 이렇게 살까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 거 다 중요하지 않다. 아인이를 보며 '뭣이 중헌디', 이 대사를 하면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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